본문으로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생활글 11월 3주 주장원 발표

  • 작성자 별똥별2호
  • 작성일 2013-11-20
  • 조회수 181

<맹인, 소설가 지망> 이린지님의 패기 있는 문장이 좋습니다. 글쓰기를 애정하는 마음이 구석구석에 표현되어서 좋았습니다. 도스토옙스키 오빠(제가 좋아하는 마음에 오빠로 모셨습니다. 이해해 주셔요.)의 <지하생활자의 수기>가 떠오릅니다. 그 책의 첫 문장이 ‘나는 병든 인간이다. 심술궂은 인간이다.’로 시작되지요. 정말정말 소설가가 되고 싶고, 누군가 내 글을 알아봐 주었으면 하는 간절함이 문장을 이뤄냅니다. ‘누군가 한 이야기의 반복’ 이 하기 싫기에 이린지님을 자꾸 길 잃게, 서사를 잃게 만드나 봅니다. ‘활자 하나하나에 불을 켰을 때’의 감동은 어떠할까 상상해 봅니다. <지하생활자의 수기> 2부에는 이성보다 인간의 감정과 욕구를 우선시 하는, 찌질한 ‘나’가 독백을 완성시켜 주지요. 상황을 구체화시켜 드러내야 이 글을 읽는 독자가, 이린지님과 함께 눈을 뜨지 않을까요? 다들 맹인이 되어가는 이유는 뭘까요? 어떻게 하면 개안(開眼)할 수 있을까요? 답은 없습니다. 어둠만이 남습니다. ‘기어코 시야는 암전되고 만다. 창조의 시간도 징벌의 시간도 끝나고, 그 무엇도 되지 못하는 어둠만이 사위를 맴돈다.’ 추상적인 표현은, 내면을 문장으로만 표현하는 것은 소통하는 데에 조금의 한계가 있습니다. ‘내면에 대해 문장을 만들지 말고 상황을 만들어라’ 신형철 평론가의 책에서 본 글인데, 이린지님에게도 적용될 것 같습니다. 앞으로 더 멋진 글 기대합니다. 에너지가 넘치십니다.

 

<귀환> 랜돌프 카터님의 귀환을 축하드립니다. 님은 마법사의 가문이신가요? 하하하. 새로운 각오를 생활글에 적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생활글. 별 매력은 없어보일지도 모르지만 생활글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는 능력을 갖춘다면, 바로 그 순간. 생활글 뿐만아니라 모든 장르의 글도 마음껏 쓸 수 있는 자질이 있다는 겁니다. 글틴에 와서 많이 놀다 가셔요. 예전에 저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중학교 3학년 때까지 피아노를 배웠습니다. 물론 예고에 갈 것도 아니고, 잘 치지도 않았지만 피아노를 치는 게 마냥 좋았습니다. 고등학교에 들어가서 힘든 상황을 맞닥뜨릴 때마다 건반을 두드렸습니다. 저의 피아노치기처럼 글틴에 들어와서 노는 게 랜돌프 카터님의 상황을 자유롭게 만들 수 있었으면 합니다. 모든 청소년들이 글틴에 들어와서 놀다가는 것. 너무 허황된 제 꿈인가요? 님이 귀하게 쓴 시를 ‘타는 쓰레기’라고 칭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요번주 주장원은 이린지님의 <맹인, 소설가 지망>입니다. 축하합니다. 패기 있게 글을 끌고 나가는 힘이 좋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작품 기대합니다. 여러 사람의 눈을 뜨게 할 수 있는 글을 기대해 봅니다. 이린지님 덕에 오랜만에 보르헤스와 사라마구의 책을 꺼낼 읽어 봤습니다.

‘나는 우리가 눈이 멀었다가 다시 보게 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나는 우리가 처음부터 눈이 멀었고, 지금도 눈이 멀었다고 생각해요. 눈은 멀었지만 본다는 건가, 볼 수는 있지만 보지 않는 눈먼 사람들이라는 거죠.’ - 주제 사라마구<눈먼 자들의 도시>, 461쪽

 

 

별똥별2호
별똥별2호

추천 콘텐츠

생활글 2월 월장원 발표(작품 없음)와 추천 책

2월 월장원은 없습니다.  평만 올립니다. <하굣길> 버스 타고 가는 하굣길, 그것도 어둠이 내리고, 짙은 안개마저 드리워져 있는 집으로 가는 길에 대한 맞봄님의 단상입니다. 맞봄님의 글이 아니었으면 저는 2월평도 못 쓴 채 자책하며 여러분과의 이별을 맞이했을 거 같습니다. 글 올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한 편의 시를 감상하는 듯 했습니다. 덧붙여서 아쉬운 점 몇 가지만 이야기 하겠습니다. ‘집에 오래 있지 못하는 이 나이에 가끔은 감사하지만’ 이라는 표현이 좀 어색합니다. 비문이지요. 자칫하면 이 나이 때문에 감사하다고 오독도 가능한 문장이거든요. ‘낯선 감상이 일상일 듯하다’는 표현도 바꿔서 ‘일상의 풍경도 낯설게 다가올 것 같다’ 이런 식으로 쓰면 어떨까요. ‘안개 앞의 나무’라는 표현은 안개 속에서 도드라져 보이는 나무들인 거죠. ‘구부정한 등에 주목받기 두려워하는 우리 무대’라는 표현이 자연스러워지려면 앞뒤에 더 많은 설명이 보충되어야 같아요. 물론 학교 다니느라, 학원 다니느라 바쁜 상황, 학생이기에 아직은 무엇이 되었다 라기 보다는, 무엇인가를 꿈꾸는 중인 시간이라는 것은 더 말하지 않아도 짐작 가지만요. 이 글은 산문시로 갔으면 더 적합했을 것 같습니다. 시적인 문장이라서 짤막합니다.  (이 글을 써 놓은 게 맞봄님이 글을 지우시기 전이네요. 평을 했기에 그냥 올립니다.) 2월에는 이 작품만 올라왔네요. 시로 가야할 글이라서 생활글 월장원으로는 뽑지 않겠습니다. (아, 시 게시판을 찾아보니 맞봄님이 시를 쓰셨는데, 제가 보지 못해서 아쉽습니다.) 맞봄님, 계속 시를 쓰세요. 문장이 시입니다. <추천 책> 서경식, 정주하 외, 다시 후쿠시마를 마주한다는 것, 반비출판사 원전 이후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요, 과연 원전의 상처를 극복한 것일까요, 이 책을 읽으며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우리에게 준 물음에 대해서 깊이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 보시기 바랍니다.

  • 별똥별2호
  • 2016-03-15
생활글 1월 월장원 발표 - 없습니다.(작품 없음)

1월. 좀 쓸쓸한 1월이네요. 한 번도 작품이 안 올라온 달이 없었는데...1월엔 아무 작품도 올라오지 않았어요. 무슨 이유인지 저도 의기소침해 지네요. 마치 친한 친구에게 절교 선언 비슷한 말을 들은 거 같은 쓸쓸함이 몰려옵니다.   하지만 울고만 있을 제가 아닙니다. 대신에 좋은 글 하나 소개해 드립니다. 신영복 선생님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라는 책 중의 한 부분입니다. 얼마 전 신영복 선생님께서 돌아가셨습니다. 여러분도 ‘처음처럼’이라는 글씨체 아시죠? 그 글씨의 주인공입니다. 신영복 선생님은 통혁당 사건에 연루되어 20년 20개월 동안이나 감옥생활을 하셨습니다. 감옥에서 나오신 이후 여러 책을 집필하시고, 조용히 제자도 키우셨습니다. 제자를 키웠다기보다 그 분을 존경하는 몇몇 분들이 곁을 지켰다는 표현이 옳아요. 저도 저희집에서 거의 2시간 거리지만 용기 내어조문을 드리러 갔었는데요. 거기서 남편 지인과 제 지인 여럿을 만났습니다. 약속도 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만나다니, 우리는 이렇듯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과 같이 어울리고 살아가는 거 같습니다.   자기의 가장 가까운 사람을 향하여 키우는 ‘부당한 증오’는 비단 여름 잠자리만 고유한 것이 아니라 없이 사는 사람들의 생활 도처에서 발견됩니다. 이를 두고 성급한 사람들은 없는 사람들의 도덕성의 문제로 받아들여 그 인성을 탓하려 들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오늘 내일 온다온다 하던 비 한 줄금 내리고 나면 노염도 더는 버티지 못할 줄 알고 있으며, 머지않아 조석(아침저녁)의 추량(가을의 서늘함)은 우리들끼리 서로 키워 왔던 불행한 증오를 서서히 거두어 가고, 그 상처의 자리에서 이웃들의 ‘따뜻한 가슴’을 깨닫게 해줄 것임을 알고 있습니다. - 신영복<감옥으로부터의 사색 > 92-93쪽

  • 별똥별2호
  • 2016-02-17
생활글 12월 월장원 발표

 투또우님의 <7번째 눈사람>과  늘볕님의 <꼬맹이의 친구>입니다. 저번에 한번 언급했던 대로 두 글 모두 마음 속을 툭 건드리고 갑니다.  축하드립니다. <7번째 눈사람>은 문장이 참 좋습니다. "영원히 느린 사람, 영원한 이방인" 어쩌면 우리는 다른 면에서 투또우님과 비슷한 거 같습니다. 늘볕님의 <꼬맹이의 친구>는 약간의  부족한 부분도 있지만 자신(=나)에 대한 탐구를 끝까지 밀고 나가려는 노력이 돋보였다는 점에서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12월 추천하는 책> 전태일 평전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중간중간 나오는 전태일의 글. 과연 이 글이 초등학교도 제대로 못 졸업한 사람의 글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갈수록 존경할 수 있는 사람이 적어지는 이때 같이 읽어봤으면 합니다. 저는 글 쓰는 자리에 늘 있고 싶습니다. 늘 무언가를 잊지 않는 사람, 기억하는 사람, 증언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합니다.  2015년 또 여러분과 함께라서 행복합니다. 늘 감사합니다.^^ 우린 함께 삶을 나누는 사이 맞지요^^

  • 별똥별2호
  • 2016-01-05

댓글 남기기

로그인후 댓글을 남기실 수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을 남겨 주세요!

댓글남기기 작성 가이드

  •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 비방 등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 주제와 관련 없거나 부적절한 홍보 내용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 기타 운영 정책에 어긋나는 내용이 포함될 경우, 사전 고지 없이 노출 제한될 수 있습니다.
0 /1500
  • 익명

    후한 평가 감사드립니다. 수험생 생활이 팍팍하더라도 글틴에 자주 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확실히 지나친 자기 비하는 제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만, 쉽사리 고쳐지질 않네요. 이것도 넘어야 할 산이겠지요. 힘들겠지만 넘어 보겠습니다. 다시 한번 후하고 너그러운 평가 감사드립니다. PS. 설마 글틴에 러브크래프트를 아는 사람이 있을까 생각했는데, 이런 교만이... ㅋㅋ

    • 2013-11-20 23:07:53
    익명
    0 /1500
    • 익명

      감사 인사를 받으니 흐뭇하네요. 자기 비하는 아마도 청소년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속성이죠. 자기 자신을 너그러이 받아들이며, 사랑하면서 스르르 어른이 되어가겠죠. 산을 같이 넘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하하하.

      • 2013-11-26 14:51:22
      익명
      0 /1500
    • 0 /1500
  • 이린지

    어어...저도 좋아하는데 도스토옙스키ㅠㅜ 미리 첫문장 빌려 온 걸 말씀드렸어야 했는데 죄송해요.. 내용도 별 상관 없고 일기처럼 썼던 글이라 별 생각없이 올려버렸네요 말이 나왔으니 얘긴데 저는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제일 좋아해요 특히 차남인 이반 표도로비치. 다들 대심문관 파트를 먼저 꼽지만 저는 후반부의 악몽 부분이 제일 인상에 남았어요. 악령에 나오는 키릴로프도 좋고... 모르겠다 사실 도스토옙스키가 만든 거의 모든 캐릭터를 다 좋아해요 캐릭터가 입체적이어서 책 밖으로 뛰쳐나올 것 같다고 할까 그래서요.

    • 2013-11-20 21:53:48
    이린지
    0 /1500
    • 익명

      괜찮아요. 아는 사람은 다 알았을 걸요. 악령은 아직 읽어보지 못했는데 이린지님이 추천하시니 한번 읽어봐야 겠어요. 고전의 힘은 놀랍죠? 시대를 뛰어넘는 캐릭터의 생생함이라니. 도오빠를 더더 사랑하게 됩니다.

      • 2013-11-26 14:49:25
      익명
      0 /1500
    • 0 /1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