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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글 5월 2주 주장원 발표

  • 작성자 별똥별2호
  • 작성일 2014-05-18
  • 조회수 486

<우화(羽化)> 그동안의 슈뢰딩거님의 글 중에서 감정선이 잘 드러나는 글이었습니다. 슈뢰딩거님은 아무렇지도 않게 ‘곤충 모양의 뱃지를 만들고, 장수 풍뎅이를 집게로 제자리에 놓고, 굼벵이에 물도 뿌리는 데요’ 저 같은 사람을 할 수 없는 일이라서 ‘우와’하며 읽었습니다. ‘하수구가 꼴깍꼴깍 삼키는 소리’, ‘슬퍼하는 법도 몰랐다’는 부분이 좋았습니다. 좀더 다듬으면 한 편의 소설로도 발전할 수 있는 글이었습니다. 많은 이야기가 들어 있거든요. 엄마의 병에 대해 엄마와 구체적으로 대화하지 않은 것과 누에나방의 날갯짓(비상)을 막은 일은 ‘슬퍼하는 법을 모르는 것, 어렵고 힘든 것은 내 몫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즉 ‘어른되기, 비상하기의 좌절’과 연결됩니다. 제목도 좋아요. 중간에 관장님과의 드라이한 대화는 조금 사족 같았습니다. 사족이 되지 않으려면 드라이 한 와중에서도 좀더 설명을 해 주거나 문장을 정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여자 친구에게는 슬픔을 이해 받고 나누고 싶지만, 정작 엄마와는 감정을 나눌 수 없었던 이유에 대해서 조금은 더 설명이 필요할 듯합니다. ‘샤프가 덜덜 떨렸다’에서도 읽히지만요. 담담하게 표현하면서도 여러 사건과 이야기가 유기적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좀더 연구해야 합니다. 글을 소리 내어 읽으면서 어색한 부분을 찾아보셔요. 큰 소리로 읽다보면 빼야 할 부분도 쉽게 보입니다. (캐릭터를 세워서 이야기글로 써 보셔요.)

<여과장치> 아그책님의 글 오랜만에 봅니다. 반가웠습니다. 왜 우리는 우리와 조금이라도 다른 것에 거부감을 드러낼까요? 아그책님이 많이 속상했을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네요. ‘나중에 생각하면 별 것 아니다’라는 말이 더 상처가 된다는 걸 놓치고 지내는 경우가 많죠. 이런 발견이 좋았습니다. ‘엄마 긁어줘.’라는 말을 더 많이 했다는 것에 울컥합니다. 아토피 때문에 먹는 것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치료 받느라 힘들었을 텐데요. 그런 이야기는 나와 있지 않아서 궁금하네요. ‘말의 폭력, 시선의 폭력’까지도 생각하게 됩니다. 그런 폭력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한 아그책님 만의 방법은 없었나요? 아그책님의 여과장치는 이미 훌륭할 거 같아요. 끝부분에 장애인 친구 이야기와 ‘직설적이고 남 생각 안 하는 애’이야기 중에서 한 가지를 빼든지, 아니면 둘다 빼고 결론에 더 집중했으면 좋았을 것 같아요. ‘내’ 이야기로도 충분한 아픔이 드러나 있어서 설득력 있거든요. ‘짐승’이라는 단어는 공감하지 못하고, 배려하지 않고, 소외시키는 사람에게 하고픈 말인가요? ‘여과장치’를 갖추기 위한 노력에 대해서도 일반적 이야기 말고, 나만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이야기로 마무리 지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아요. 설득시키는 것은 어떤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는 걸로만 이뤄지는 게 아니거든요. 내 경험의 세세한 서술에 상대방이 공감하고 감동하면 그것만으로도 상대방 마음을 얻을 수 있답니다.

이번주 주장원은 저번 작품에 비해서 많은 성장을 보여준 두 사람의 글 모두를 뽑습니다. 슈뢰딩거님의 <우화(羽化)>와 아그책님의 <여과장치>입니다. 축하합니다. <우화>는 누에나방의 우화와 자신의 이야기를 잘 연결시켰고, <여과장치>는 자신의 아픔에서 폭력을 맞닥뜨리고, 그 폭력에 대항하는 법을 모색한다는 것을 보여줌으로 감동을 줍니다. 축하드립니다.

 

다음 소설을 읽어 보셔요. 우리도 이 공간에서 여러 이야기를 하고, 이야기가 끝나도 떠날 생각 없이 함께 하고,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는 빵집 주인이었다. 그는 자신이 꽃장수가 아니라 좋았다. 사람들이 먹을 것을 만드는 게 더 좋았다.

“이 냄새를 맡아보시오.” 검은 빵 덩어리를 잘라내면서 빵집 주인이 말했다. “뜯어먹기 힘든 빵이지만, 맛은 풍부하다오.” 빵냄새를 맡은 그들에게 그가 맛을 보게 했다. 당밀과 거칠게 빻은 곡식 맛이 났다. 그들은 그에게 귀를 기울였다. 그들은 더 이상 먹지 못할 정도로 먹었다. 그들은 검은 빵을 삼켰다. 그건 형광등 불빛 아래로 들어오는 햇살 같았다. 그들은 새벽이 될 때까지, 창으로 희미한 햇살이 높에 비칠 때까지 이야기를 나눴는데도 떠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레이먼드 카버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중에서

별똥별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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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글 2월 월장원 발표(작품 없음)와 추천 책

2월 월장원은 없습니다.  평만 올립니다. <하굣길> 버스 타고 가는 하굣길, 그것도 어둠이 내리고, 짙은 안개마저 드리워져 있는 집으로 가는 길에 대한 맞봄님의 단상입니다. 맞봄님의 글이 아니었으면 저는 2월평도 못 쓴 채 자책하며 여러분과의 이별을 맞이했을 거 같습니다. 글 올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한 편의 시를 감상하는 듯 했습니다. 덧붙여서 아쉬운 점 몇 가지만 이야기 하겠습니다. ‘집에 오래 있지 못하는 이 나이에 가끔은 감사하지만’ 이라는 표현이 좀 어색합니다. 비문이지요. 자칫하면 이 나이 때문에 감사하다고 오독도 가능한 문장이거든요. ‘낯선 감상이 일상일 듯하다’는 표현도 바꿔서 ‘일상의 풍경도 낯설게 다가올 것 같다’ 이런 식으로 쓰면 어떨까요. ‘안개 앞의 나무’라는 표현은 안개 속에서 도드라져 보이는 나무들인 거죠. ‘구부정한 등에 주목받기 두려워하는 우리 무대’라는 표현이 자연스러워지려면 앞뒤에 더 많은 설명이 보충되어야 같아요. 물론 학교 다니느라, 학원 다니느라 바쁜 상황, 학생이기에 아직은 무엇이 되었다 라기 보다는, 무엇인가를 꿈꾸는 중인 시간이라는 것은 더 말하지 않아도 짐작 가지만요. 이 글은 산문시로 갔으면 더 적합했을 것 같습니다. 시적인 문장이라서 짤막합니다.  (이 글을 써 놓은 게 맞봄님이 글을 지우시기 전이네요. 평을 했기에 그냥 올립니다.) 2월에는 이 작품만 올라왔네요. 시로 가야할 글이라서 생활글 월장원으로는 뽑지 않겠습니다. (아, 시 게시판을 찾아보니 맞봄님이 시를 쓰셨는데, 제가 보지 못해서 아쉽습니다.) 맞봄님, 계속 시를 쓰세요. 문장이 시입니다. <추천 책> 서경식, 정주하 외, 다시 후쿠시마를 마주한다는 것, 반비출판사 원전 이후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요, 과연 원전의 상처를 극복한 것일까요, 이 책을 읽으며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우리에게 준 물음에 대해서 깊이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 보시기 바랍니다.

  • 별똥별2호
  • 2016-03-15
생활글 1월 월장원 발표 - 없습니다.(작품 없음)

1월. 좀 쓸쓸한 1월이네요. 한 번도 작품이 안 올라온 달이 없었는데...1월엔 아무 작품도 올라오지 않았어요. 무슨 이유인지 저도 의기소침해 지네요. 마치 친한 친구에게 절교 선언 비슷한 말을 들은 거 같은 쓸쓸함이 몰려옵니다.   하지만 울고만 있을 제가 아닙니다. 대신에 좋은 글 하나 소개해 드립니다. 신영복 선생님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라는 책 중의 한 부분입니다. 얼마 전 신영복 선생님께서 돌아가셨습니다. 여러분도 ‘처음처럼’이라는 글씨체 아시죠? 그 글씨의 주인공입니다. 신영복 선생님은 통혁당 사건에 연루되어 20년 20개월 동안이나 감옥생활을 하셨습니다. 감옥에서 나오신 이후 여러 책을 집필하시고, 조용히 제자도 키우셨습니다. 제자를 키웠다기보다 그 분을 존경하는 몇몇 분들이 곁을 지켰다는 표현이 옳아요. 저도 저희집에서 거의 2시간 거리지만 용기 내어조문을 드리러 갔었는데요. 거기서 남편 지인과 제 지인 여럿을 만났습니다. 약속도 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만나다니, 우리는 이렇듯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과 같이 어울리고 살아가는 거 같습니다.   자기의 가장 가까운 사람을 향하여 키우는 ‘부당한 증오’는 비단 여름 잠자리만 고유한 것이 아니라 없이 사는 사람들의 생활 도처에서 발견됩니다. 이를 두고 성급한 사람들은 없는 사람들의 도덕성의 문제로 받아들여 그 인성을 탓하려 들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오늘 내일 온다온다 하던 비 한 줄금 내리고 나면 노염도 더는 버티지 못할 줄 알고 있으며, 머지않아 조석(아침저녁)의 추량(가을의 서늘함)은 우리들끼리 서로 키워 왔던 불행한 증오를 서서히 거두어 가고, 그 상처의 자리에서 이웃들의 ‘따뜻한 가슴’을 깨닫게 해줄 것임을 알고 있습니다. - 신영복<감옥으로부터의 사색 > 92-93쪽

  • 별똥별2호
  • 2016-02-17
생활글 12월 월장원 발표

 투또우님의 <7번째 눈사람>과  늘볕님의 <꼬맹이의 친구>입니다. 저번에 한번 언급했던 대로 두 글 모두 마음 속을 툭 건드리고 갑니다.  축하드립니다. <7번째 눈사람>은 문장이 참 좋습니다. "영원히 느린 사람, 영원한 이방인" 어쩌면 우리는 다른 면에서 투또우님과 비슷한 거 같습니다. 늘볕님의 <꼬맹이의 친구>는 약간의  부족한 부분도 있지만 자신(=나)에 대한 탐구를 끝까지 밀고 나가려는 노력이 돋보였다는 점에서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12월 추천하는 책> 전태일 평전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중간중간 나오는 전태일의 글. 과연 이 글이 초등학교도 제대로 못 졸업한 사람의 글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갈수록 존경할 수 있는 사람이 적어지는 이때 같이 읽어봤으면 합니다. 저는 글 쓰는 자리에 늘 있고 싶습니다. 늘 무언가를 잊지 않는 사람, 기억하는 사람, 증언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합니다.  2015년 또 여러분과 함께라서 행복합니다. 늘 감사합니다.^^ 우린 함께 삶을 나누는 사이 맞지요^^

  • 별똥별2호
  • 2016-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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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

    이젠 고등학교 3학년이라서 박물관 봉사활동은 안 해요 ㅎㅎ...그래도 청소년 생태해설사 자격증을 갖고 있어서 수능 끝나면 다시 일하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지금까지 글틴에 올린 글 대부분이 생활글이라서 이야기글에도 도전해보고 싶어요. 좋은 조언 감사합니다. 저번 주에 추천해 주신 책 중에, 프리모 레비의 책이 집에 있길래 읽어봤어요. 엄청 재밌었어요:)!!! 원래 수용소 생활을 다룬 이야기에 관심이 많았는데, 제가 좋아하던 책 '숨그네'하고는 또 다른 느낌이라 읽으면서 엄청 즐거웠어요ㅠ.ㅠ

    • 2014-05-20 18:09:05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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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

      우와 생태해설사 자격증이라니 넘 멋집니다. 요새 슈뢰딩거님이 생활글 개근입니다. 깊이 감사드려요. 집에 레비 책이 있었다니 반갑네요. *^^*

      • 2014-05-29 15:30:53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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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

    슈뢰딩거님의 여자친구......... 으으음...... 여자친구....... 이거 참 기분이 아주 묘하네요. 그냥 여자인 친구정도 된답니다. 사실 별 건 아니지만 그냥 기분이 몹시 이상해져서요.

    • 2014-05-20 01:33:17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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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

      네 여자인 친구로 생각합니다.

      • 2014-05-29 15:31:15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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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

    여름이 다가오니까 문득 쓴 글이에요ㅎㅎ 고등학교 적응하랴 중간고사 보랴 이래저래 시간이 남질 않아서 오랜만에 글틴에 와보니 기분이 좋았어요ㅋㅋㅋ 앞으로도 좋은 글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ps. 아참, 혹시.. 주장원 책 오나요?ㅎㅂㅎ

    • 2014-05-19 13:21:56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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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

      월장원은 확실히 받는 거 같은데요. 주장원은 잘 모르겠네요. 제가 알아보고 다시 글 남길게요. 축하해요. 고등학교 적응 쉽지만은 않았을 텐데 애썼어요.*^^*

      • 2014-05-19 16:10:37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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