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틴10대 감성쟁이
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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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독이 든 성배
독이 든 성배 독이 든 성배를 말하기에 앞서 우리는 성배의 개념을 정리해야 한다. 성배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신자를 거느린 기독교의 상징, 성자 에수의 피를 담았던 잔을 이르는 말이다. 예수가 죽었다 부활한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은 드물지만 예수의 피를 담았던 잔을 아는 사람은 더더욱 드물다. 중세 서양문학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며 이야기의 모티프가 되기도 한다. 성배를 찿아 떠나는 이야기, 성배를 지키는 이야기, 성배를 빼앗는 이야기 등 말이다.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지게 된 계기는 영국이 인도를 주어도 바꾸지 않겠다던 대문호 세익스 피어의 4대 비극중 하나인 멕베스의 구절로 등장하면서 부터를 추정하는 견해가 유력하다. 인도측은 굉장히 불쾌해 하겠지만 과거 영국인들은 세계의 절반을 발아래 두었기에 굉장히 오만했다는 사실을 감안해야 한다.) 이제 본격적으로 이야기해보자. 성혈을 담았던 성스러운 잔, 그게 성배다. 그런데 왜 독이 든 성배라는 말이 나왔을까? 일단 성스런 피를 담았던 잔은 성혈의 힘으로 성스러운 성질을 띄게 되었고 성물이 되었다. 성물의 사례들을 생각할 때 예수가 입었던 수의가 성물이 된 사례, 성인들의 소지품이 성물이 된 사례들을 생각해 보면 편하다. 물론 성인들의 물건보다는 성자, 예수의 물건이 급이 높고 기독교의 구원중 중요부분을 담당하는 성자의 부활과 관련된 성배는 더더욱 높다. 비교하는 일이 신성모독인지 모르겠지만 냉장고의 락앤락(플라스틱) 김치통을 생각해보면 이해가 쉽다. 김치를 오랜 시간동안 보관한 락앤락 김치통은 김치를 다 먹고 나서도 김치냄새가 배어있어 김치냄새가 나지 않는가? 성스런 피를 보관했으니 당연히 성스러워져야 한다. 담긴 피가 보통 피가 아니니 말이다. 그렇다. 성배에 담긴 물은 성수가 되고 악을 정화한다. 당연히 높은 가치를 가지고 종교계에서는 억만금을 주어도 팔지 않는다. 성배는 여러 작품들에 등장하는 신비한 능력이 없어도 자체의 상징성 때문에 높은 가치를 가진다. 성배를 가지기 위한 분투는 다른 작품들에서 알아보기로 하고 독이 든 성배의 뜻을 풀어보자. 성배는 당연히 높은 가치를 가지고 누구나 원한다. 물론 당신이 속세와 연을 끊은 사람이거나 예수를 믿지 않는 배화교, 이슬람, 유대교, 불교 등의 신자나 성직자인 경우를 제외하면 말이다. 그러나 쉽게 얻을 수 없다. 성배를 가진 자는 성배를 원하는 이에게 굉장히 힘든 일(과업)을 요구한다. 굉장히 힘든 일이라 하면 해변의 모래알 만큼이나 많지만 그중에 독을 마시는 일을 들 수도 있다. 가령 이런 것이다. 그래 네가 성배를 원하는 건 잘 알겠다. 그런데 성배는 굉장히 높은 가치를 가지고 있지 않나? 그러니 내 부탁 하나만 들어주게. 성배가 필요 없다면 들어주지 않아도 좋네. 하지만 성배를 가지고 싶다면 들어주게. 성배를 눈이 튀어나올 만큼 바라는 당신은 부탁이 도대체 뭐냐고 물고 성배의 주인은 말한다. &nbs
작성일 2019-03-09 작성자 표리부동 좋아요 0 댓글수 1 조회수 7544상세보기 -
수필 나는 패배자가 될꺼야
하지만 문은 꼭꼭 걸어 잠겨 있었어. 길 따위는 보이지도 않았다구. 그런데도 아빤 그런 것들이 있다고 믿고 있었어. 그런 게 있다 해도 내겐 애초에 그걸 통과할 힘 따윈 없어. 아빤 자신이 날 하나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해. 아니! 내가 더더욱 그렇다는 걸 알아야해." - [BUG] 갈매기의 꿈 넌 그렇지 않았니? 네가 가고 싶은 길, 네가 가야했던 길, 네가 걸어오던 길. 조금씩 멀어지고 있는 걸 눈치 채지 못했니? 아무 잘난 것 없이 어른이 된 너를 반갑게 맞이해 줄 그 어떤 이도 이곳엔 없다는 것도. 이래야 하는 것. 저래야 하는 것. 그들이 정해놓은 규칙을 따라 네 팔뚝에 낙인처럼 찍힌 붉은 글씨의 불합격 도장에 눈물 흘린 적은 없었니? 말끔한 차림에 웃음 띤 얼굴. 세상이 사랑하고, 세상을 사랑하는 것처럼 보이는 즐거운 그들의 안으로 나는 들어갈 수 없을까. 세상의 버그가 날 이렇게 만든걸까. 아니면, 내가 세상의 버그인걸까. 세상이 날 망가뜨리는 걸까. 아니면, 내가 세상을 병들게 하는가. 넌 조금도 궁금하지 않았니? 나도 가끔은 묻기도 했지. 분함을 참지 못해 울기도 하고, 며칠을 굶은 거지처럼 빌고 매달려 사정도 해봤어. 하지만, 언제나 그의 대답은 똑같아. 나의 이야기는 듣지 못한 듯 엉뚱한 말만 녹음기처럼 반복할 뿐이지. "너에겐 꿈을 이룰 자유가 있어. 아무도 그걸 막을 순 없어" 마치 날개 부러진 갈매기에게 그런 헛소리나 지껄여 대던 새대가리 조나단처럼 말이야. 빌어먹을,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듣겠어! 난 날 수 없다니까. 그리고, 날고 싶지도 않다니까. 새라고 해서 모두 날아야하는 건 아닌거잖아. 모두 하늘을 나는 꿈을 꿔야 하는 것도 아닌 거잖아. "Choose life. Choose a job. Choose a career. Choose a family. Choose a big fucking television, choose washing machines, cars, compact disk players and electrical tin openers... choose DIY and wondering who the fuck you are on a Sunday morning. Choose sitting on the couch, watching mind-numbing, spirit-crushing game shows, stuffing junk food into your mouth. Choose rotting away at the end of it all, pishing your last in a miserable home, nothing more than an embarrassment to the selfish, fucked-up brats you spawned to replace yourself. Choose your future. Choose life. But why would I want to do a thing like that?" - [Trainspotting] dear Me 나는 달리고 있었다.
작성일 2007-02-03 작성자 아마도생선 좋아요 0 댓글수 11 조회수 7363상세보기 -
수필 제게는 죽이고 싶은 동생이 있습니다
“제게는 죽여버리고 싶은 동생이 하나 있습니다.”정말로 진지하게 잠자는 틈을 노려서 머리카락을 모조리 썰어버릴까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이마트에 밧줄이 파는지 알아보러 간 적도 있습니다. 남들은 제 동생이 세븐을 닮아 잘 생겼다고 합니다. 하지만 제가 아는 세븐은 ‘짝짝이 보조개’와 ‘붕어입술’과 ‘찢어진 눈’과 ‘걸레머리’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아마 다른 세븐이겠죠. 저희는 3살 터울로 만나기만 하면 서로 죽고잡자를 외치는 남매입니다.제 남동생은 가끔 눈이라도 마주치면 썩은 미소를 날려줍니다. 아주 독특한 비웃음인데, 입꼬리가 오른쪽만 올라갑니다. 끔찍합니다. 실로 살인충동이 이는 면상이지요. 다행히도 제가 수박을 썰 때는 그 사실을 아는지 절대 웃지 않습니다. 머리는 크지만 일주일에 영어단어 100개도 간신히 들어가는 용량을 가지고 있으며, 윤리관을 담당하는 부분은 아예 없습니다. 그리고 남동생의 친구들도 하나같습니다.한번은 제가 보는 앞에서 친구에게 이런 말을 하더군요. “이걸 줄 테니까, 누나를 때려.” 막대사탕 이었습니다. 어이가 없었죠. 진짜로 맞을 줄 몰랐거든요. 제가 더욱 놀랐던 이유는, 그때 처음으로 사탕에 목숨 거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습니다. 하기야 막대사탕에도 목숨을 거는 사람이 있는데, 떡밥을 어떻게 물리겠나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참으로 불쌍하신 분들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그 아이는 정말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번개처럼 제 머리를 때리고는 막대사탕을 받아 들고 저 멀리 도망갔습니다. 그날 펑펑 울면서 집에 올 때는 혼자 마구 뛰어왔습니다. 그랬더니 몇 분쯤 뒤쳐져서 온 동생, 이 녀석이 새빨개진 얼굴로 자길 두고 갔다면서 삿대질을 합니다. 그런 동생이었습니다. 겁보에 울보입니다. 그 얼굴을 치즈강판에 갈아버리고 싶다고 생각한 게 한두 번이 아닙니다. 절 쫓아오지 못하게 다리를 분질러 버릴 수만 있다면 진작에 했을 겁니다. 믹서에 넣고 갈고 싶습니다. 이불에 둘둘 말아서 밖에 어디 버릴 데 없나요? 동생은 화가 나면 절 ‘너.’라고 부릅니다. 입에 차마 담지 못할 욕들도 줄줄줄 잘만 합니다. 싸울 때면 이 녀석은 잭키찬입니다. 주판, 팔레트, 가위, 돌, 하키스틱, 칼, 볼펜, 연필, 컴퓨터, 스탠드, 의자가 전부 무기로 바뀝니다. 저는 반사신경이 좋은 편이라서 가위와 볼펜과 주판은 피했습니다. 코끼리 레고에는 머리를 맞았지만 그건 가위가 아니었지요. 정말 다행이었습니다. 그런 것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맞아서는 안 되니까요. 남동생은 노린데다가 정말 잘 던집니다. 훌륭한 투수지요. (비유법이 아니라 진짜로 야구를 잘 합니다.) 큰 싸움에서 한번 동생은 컴퓨터 액정을 부쉈고, 저는 엄마가 아끼는 팩스를 박살 냈습니다. 전화기와 리모콘이 집안을 날라 다니고(그러고 나면 십중팔구 하나는 망가집니다.), 동생은 라면을 엎지르고, 저는 햄스터 케이지를 뒤집어엎었습니다. 리모콘과 수화기는 시도 때도 없이 새 걸로 바꿔야 했습니다. 가위가 날아왔을 때는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극한의 상황에 이르면 열살 아이도 초
작성일 2008-09-11 작성자 초가집에비오는날 좋아요 0 댓글수 4 조회수 6517상세보기 -
수필 누구나 한 번쯤
<누구나 한 번쯤> 사실 난 우리나라에 대해 불만이 많았다. 교육제도하며, 정책, 무슨 일이 생겼을 때의 대책 어느 하나 맘에 드는 것이 없었다. 매일 티브이에서 흘러나오는 뉴스 소리에 "우리나라가 원래 그렇지, 한두 번이야? 왜 새삼스럽게 저래?" 라고 말하고는 했었다. 예외 없이 언제나. 고등학교 들어와서 만난 나의 친구는 영어를 참 잘 하는 아이였다. 나는 영어를 조금 못 하고 어려워했기 때문에 이 친구에게 부러운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어느 날, 학교에서 " * * 아, 누가 부르는데" 누구지? 생각하며 교실 밖으로 나가 보았다. 그 친구가 서있었다. 조금 놀랐다. 별로 친하지 않은 친구가 핸드폰 문자도 아닌, 전화도 아닌, 찾아왔다는 사실에." * * 아 아니 너 혹시, 반크라고 아니?""알아. 인터넷으로 왜곡된 역사를 바로 잡고 그러는 사이트 같은 거. 맞지? ""응. 너 그런 거 해볼 생각 없어? 사실 내가 동아리를 새로 만들거든. 반크에서 하는 일을 우리가 학교 동아리에서 하는 거야.""야~ 멋진 일이다. 근데 나 영어 잘 못 하는데…….""너 영어 작문 그냥 어느 정도 하지?" "어? 응. 잘 하지는 못 하지만. 학교 수행평가로도 몇 번 해봤으니깐. 사전 찾으면서 하면 할 수 있어.""그럼 됐어, 우리 같이 하자""음……. 그래!"사실 거절을 잘 못 하는 나이지만 나도 모르게 그렇게 대답하고는 말았다. 이렇게 해서 6명이 모이게 되었다. 얼마 후 우리는 동아리를 만들기 전에 우리 시에서 주관하는 봉사활동 대회에 나가기로 하였다. 우드락, 색지, 스티커 등을 사고 자료를 뽑고 우리는 몇 일동안이나 계속해서 만들었다. 그것은 고구려에 대해 설명한 판, 국사의 중요성을 높이기 위해서 국사를 고2.3 학년 때도 배우기를 찬성하는지 반대하는지 설문하는 판, '한국하면 뭐가 떠오르나' 라는 주제로 외국인들 대상으로 설문하는 판을 만들었다. 이 큰 판을 세우기 위해서 미술 선생님에게 사정을 이야기 하였다. 선생님께서는 그런 일에 쓰는 것은 당연히 빌려주지 하고는 흔쾌히 이젤을 빌려주셨다. 우리의 장소는 인사동. 외국인이 많은 장소를 선택하였다. 많은 짐을 가지고 그곳까지 가는 것도 문제였지만 다행히 친구 아버지께서 태워 주신 덕분에 편하게 갈 수 있었다. 1시에 출발하여 2시쯤 인덕원에 도착. 설레었다. 이런 일을 처음 해본 것이라서 우리는 아무데서나 해도 되는지 몰라서 옆에 상인들에게 물어봤는데 모두 안 된다고 하였다. 걱정되기 시작했다. 열심히 준비하였던 것이 다 헛것으로 돌아가게 되는 것은 아닌지 떨려왔다. 그런데 옆에 한 아주머니께서 우리도 허락 안 맞고 여기서 하는데 그냥 해도 될 것 같다고 해서 우리는 자리를 잡고 이젤을 세워 판을 고정시켰다. 아무도 우리에게 뭐라고 하는 사람은 없었다. 바람이 많이 불어 몇 번이고 이젤이 쓰러지고는
작성일 2007-02-14 작성자 지금 좋아요 0 댓글수 16 조회수 5045상세보기 -
수필 사이프러스 나무
사이프러스 나무 사이프러스라는 나무가 있다. 사이프러스 나무는 엄청 크게 자라는 나무이다. 훗날 나무가 완전히 자랐을 때 서로에게 그늘을 지우지 않을 만큼 어린 묘목부터 뚝 떼어서 심는다고 한다. 나에겐 사이프러스 나무처럼 서로에게 그늘을 지우지 않고 오랫동안 지내고 싶은 친구가 하나 있다. 나는 자라면서 유난히 친구 복이 없다고 생각했다. 늘 친구를 사귀면서도 진짜 친구라고 생각해보지 않았고 커서도 연락하고 지낼 거라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았다. 그랬던 내 앞에 거북이를 닮은 친구가 나타났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보이기 시작했다. 외모가 거북이를 닮은 게 아니라 툭 치면 껍질 속으로 숨어버리는 습성이 닮은 친구. 초등학교 때부터 알던 사이지만 조용하고 도도해보이고 공부도 잘한다고 소문났고….늘 자기 혼자만 고고한 척 해 보이는 , 나랑은 정 반대의 성격을 가진 듯 보이는 그 애가 괜히 미웠다. 어렸을 적부터 알던 사이라 엄마 역시 그 애를 알고 항상 나와 그 애를 비교 하셨다. [니 친구 ○○좀 봐라, 걘 공부도 잘하고 성격도 착하다고 하더라~] 엄마는 늘 입이 닳도록 그 애 칭찬을 하셨고, 나는 그러면 그럴수록 오히려 그 애에 대해 더 삐뚤어진 생각을 가지게 됐다. [‥누가 내 친구야!! 난 그런 애랑 친구 한적 없거든!! 걔~ 학교에서는 완전 애들 사이에서 싸가지 없다고 소문났어!! 엄만 잘 알지도 못하면서!!!] 급기야 나는 거짓말까지 해가면서 그 애에 대한 내 삐딱하고 신랄한 생각을 합리화 시키려 했다. 그래서 중학교에 진학하고도 아는 척 을 잘 하지 않는 편이었다. 그런데 중3 겨울 방학 때, 즉 고등학교 배정을 받고 입학을 기다리고 있었을 때, 우연히 나간 성당에서 그 애 역시 나와 같은 고등학교에 배정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또 때마침 성당이 행사기간이라 우연히 정말 우연히 그 애와 행사 중 하나를 같이 하게 되었고, 그게 계기가 돼서 우리는 서로 핸드폰 번호를 교환 했다. 그뿐 이였다. 딱히 연락을 자주 한 것도 아니었고, 그 애는 그냥 내 핸드폰 주소록에 그저 이름 세 글자만 차지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같은 학교에 배정을 받은 상태였지만 오히려 다른 학교에 간다는 성당 친구랑 더 자주 연락을 할 정도로 나는 더 유별나게 그 애에게 무심했다. 그런데 이렇게 못되게 굴던 나에게 변화를 준 사건이 있었다. 내 생일은 다른 아이들과는 다르게 거의 항상 방학중이여서 아이들과 생일파티는커녕 생일선물조차 기대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우연히 성당을 가는 날과 생일이 겹쳐 내 생일 때 그 애와 만나게 되었다. 정말 혹시나 내 생일을 누가 알아줄까 하는 기대감 없이 간 성당에서 마주친 그 애는 한참을 내 앞에서 꼼지락 거리더니 작은 조각케익 하나를 내주었다. 내 얼굴엔 순간 당혹감이 스쳤고 그 애는 정말 순진하게 [안 받을 꺼야?]라는 표정으로 날 쳐다보았다. [이게 뭐야?] [아, 응~ 성당 오다가 그냥 빵집이 보이 길래 샀어. 오늘이 네 생일이라고 해서.] &nbs
작성일 2011-01-12 작성자 검은강아지 좋아요 0 댓글수 2 조회수 4612상세보기 -
수필 우리 집 금붕어는 배를 뒤집고 죽지 않았다
우리 집 금붕어는 배를 뒤집고 죽지 않았다. 할머니네 집 금붕어는 날이 더워 배를 뒤집은 채 쪄 죽었고 이전에 키우던 금붕어는 엄마가 먹이를 한 움큼 던져주는 바람에 배가 터져 죽었다. 좋아하는 시에선 ‘열 마리 모래무지를 담아두었는데 바다로 돌려보낼 때 배를 드러낸 채 헤엄치지 못했다고 했다.’*란 구절이 나오고 읽었던 소설에선 배 터져 죽은 금붕어가 어항 위를 떠다니고 있었는데, 우리 집 금붕어는 배를 뒤집고 죽지 않았다. “금붕어가 바닥에 가라앉아 있더라.” 언니에게 말을 전하는 엄마의 목소리를 엿들으며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알던 금붕어의 죽음은 온통 배를 뒤집은 채 수면 위를 방황하는 모습뿐인데 그 금붕어는 죽어서도 바닥으로 가라앉았다는 점이. 사람은 죽을 때 몸을 던져 바닥에 내리꽂히고 물고기는 죽을 때 둥둥 떠올라 하늘을 나는데 그 금붕어는 어째서 바닥에 가라앉은 채 이리저리 치여댔는지 알 길이 없다. 그 금붕어는 어항 속에서 가장 몸집이 작았다고 했다. 나의 철저한 무관심과 이따금 동생이 던지던 열렬한 관심 그 어중간한 사이를 찾아 뜯어 먹었을 금붕어는 죽은 뒤에도 여전히 몸집이 작았다. 물고기는 물에서 죽더라도 익사체처럼 퉁퉁 불어 몸집이 커지지 않는다. 그래서 그 금붕어는 내내 몸집이 가장 작았다. 동생은 몸집 작은 그 금붕어를 아기 금붕어라 불렀다. 아직 어려 단순한 연결밖엔 되지 않는 탓이다. 몸집이 작으니 새끼일 거라고 무작정 단정 짓고 자꾸만 ‘작은 물고기’를 ‘아기 물고기’로 정정하던 그 목소리 탓에 나는 금붕어의 나이를 모른다. 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새끼로 분류된 금붕어의 나이를. 몸집도 작은 주제에 물 위로 떠 오르지 못하고 바닥에 가라앉은 그 모습을 생각하면 이상하게 익사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익사할 리 없는 생명체가 익사한 것 같은 행색으로 죽었다. 물에서 태어나 물이 버거웠던 것처럼. 그 금붕어는 아가미를 달고 익사하는 법을 배웠을지도 모르겠다. 관심 하나 주지 않았던 금붕어가, 죽은 뒤 바닥을 기는 금붕어가, 그 무렵 자꾸만 내 머릿속을 침범했다. 배를 뒤집고 죽지 않은 우리 집 금붕어를 죽은 뒤에야 멋대로 상상한다. 아주 가끔 들여다보던 어항 속에서 이따금 마주쳤던 금붕어의 형형한 눈깔이 그 금붕어의 눈깔이라고 멋대로 단정 짓고, 한 번도 본 적 없어 가늠할 수 없는 몸집의 크기는 새끼손톱보다도 작았을 거라고 멋대로 판단하고, 금붕어조차 알지 못할 금붕어의 나이는 백 살이었을 거라고 멋대로 설정한다. 새끼가 아니라 아주 오래 살아낸 노어(老鱼)였다고. 내내 갇혀 있던 탓에 이뤄내지 못한 꿈들을 먹이 대신 뱃속으로 꾸역꾸역 밀어 넣느라 아주 작은 몸집으로 꿈의 무게만큼 가라앉았을 게 분명하다고 금붕어의 죽음에 서사를 부여한다. 한집에 살았지만 살아있을 적 한 번도 마주친 적 없는 금붕어의 생애를 멋대로 날조한다. *하재연, 양양
작성일 2021-06-29 작성자 카임 좋아요 0 댓글수 1 조회수 4323상세보기 -
수필 10년 후의 나의 모습.......
10년후의 나의 모습은 어떨까? 내가 과연 행복할까? 내 꿈이 이루어져있을까?나는 지금 핛생이다. 학생으로서 학교생활도 열심히 하고 있다.꿈도 갖고 있고, 미래를 위해 노력한다. 나의 꿈은 인테리어다. 내가 10년후 나의모습에서 뿌듯함과 보람을 느끼며 살수 있을까?나도 여러번의 고생을 각오하고 있다.시련이 없다면, 나의 진정한 모습을 찾을 수 없으니까..내가 10년후에 인테리어의 길을 걷는다면, 나는 과연 어떤 인테리어가 되어있을까?나의 가치관과,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구애받지않고 나타내고 있을까?물론, 인테리어는 쉬운일이 아니다. 확실히 느낀다. 수학도 잘해야하고, 공부도 잘해야할것이다.부실공사를 해야하지 않기때문에....무엇보다도, 좋은집과, 아늑한 공간, 공간을 잘 구성하기까지도 모두가 필요하고 나는 사람에게 건강하고, 편안함을 주는 좋은 집을 만들고 싶다. 내가 사람에게 이로운집을 지은다면, 사람이 건강하게 살수 있는 집을 만든다면, 나는 정말 뿌듯할것이다.나는 돈, 높은 지위, 보다 더 중요한것은 건강을 챙기는 일인것같다.건강을 찾기위해 내가 지은 집을 찾게될테니까....무엇도 나의 작품을 찾아준다는 사람에게 감사할것이다.그래서 더 열심히 만들고, 노력하겠지이일을 완전 마스터하여 최고의 경지에 올른다하더라도, 그건 진정한 마스터가 아니다.나는 이 외에도 여러가지 꿈을 가지고 있다.심리의사, 요리사 사람에게 건강이나, 정신적으로 고통받는 사람을 도와주고 싶다. 10년후 나의 모습은 지금의 내가 열심히, 긍정적인 생각으로 세상을 사는 것이 중요할것같다.성공하고도 싶고, 무료로 집을 지어주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공부해야겠다.!
작성일 2005-09-16 작성자 김효정 좋아요 0 댓글수 1 조회수 4313상세보기 -
수필 주민등록증이 나오는 나이
대한민국 열여덟 살이면 누구나 거쳐야만 하는 통과의례가 있다. 통과의례의 절차는 다음과 같다. 가까운 동사무소에 가서 주민등록증 신청서를 또박또박 작성하고, 시퍼런 잉크를 열 손가락에 골고루 묻힌 뒤, 작성한 신청서의 뒷면에 손가락의 지문이 또렷이 드러나도록 손가락을 하나씩 찍어나간다. 대략 10분이면 상황이 종료되는 간단한 의식이다. 사실 지난 여름방학 때에 주민등록증을 만들기로 마음을 크게 먹고 사진까지 찍었다. 그러나 조금 더 사진을 예쁘게 찍고 싶다는 괜한 욕심에 사진관에 가기 전, 미용실에 갔던 것이 화근이었다. 이렇게 나보다 조금 더 빨리 세상을 접하고, 자신의 위치에서 충실히 자리잡아가는 친구가 자랑스럽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나 자신에 대한 반성도 절실했다. 그동안 공부하는 게 유세인 마냥 유난 떨지는 않았는지, 그러면서 열심히 공부했다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는지, 혹여나 그렇다면 이것들을 바탕으로 내 꿈에 대해 자신할 수 있을까? 머리 자르는 내내 고민했다. 어떻게 머리가 잘려나가는 지는 신경 쓰이지도 않았다. 내가 간신히 정신을 차렸을 때, 다행히 만족스럽게 머리는 잘려져 있었고 친구는 원장님께 내 머리 예쁘게 잘라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나에게는 다음번에 내가 미용실에 왔을 때에는 파마말고 있겠다고 말했다. 이토록 자신감 있는 친구를 볼수록 솔직히 조바심이 났다. 나는 애써 웃으며 미용실을 나왔다. 그리고 다짐했다. 속상하기는 하지만, 특별한 재주가 없는 관계로 나는 공부하는 것 이상의 어른이 되기 위한 준비는 없다. 그래서 열심히 공부하기로 했다. 내가 가진 것을 모두 여기에 쏟아 붓기로 했다. 보란 듯이 원하는 대학에 가서, 내 꿈에 다가가기로 나와 약속했다. 이것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정작 세상에 뛰어들 수 있는 것은 없다고, 그래서 잘 해야 한다고 마음먹었었다. 열여덟 살이라 주어지는 ‘다시 한번’이라는 기회가 잇기에, 오늘도 마음껏 웃을 수 있는 이 “낭랑 십팔세”는 축복받은 나이이므로 말이다. ●
작성일 2005-12-31 작성자 검정머리민영 좋아요 0 댓글수 2 조회수 3861상세보기 -
수필 동인녀들과 거짓동성애자 들
사방이 '동성애'에 관한 말과 말로 시끄럽다.인터넷에서 남자와 남자 사이의 Boys Love 즉 BL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예전부터 존재했지만 가족들이 모두 모이는 시간대에 방송하는 드라마에서도 동성애 비스무리한 내용을 다루는 것을 보니 새삼 걱정이 앞선다. 내가 BL을 처음 접한 것은 중학교 1학년이 되었을 무렵이다. 한창 만화책이나 흥미용 소설책을 좋아할 무렵이었다. 그때 당시만 해도 유명한 만화는 모두 일본 애니메이션이었고 서점에서 좀 팔린다 싶은 만화책도 죄다 일본 만화책이었던 시절이었다. 순정만화 보다는 소년만화를 좋아했던 나는 당시 유행하던 ㄱ 만화의 팬 카페에 가입하여 활동하고 있었고 그 사이 ㄱ만화에 등장하는 남男주연 둘의 팬 아트(-캐릭터를 따라 그리는 것)를 보게 되었다.그림 속에서 그 둘은 가벼운 뽀뽀를 하고 있었는데 그 당시에만 해도 그게 얼마나 충격이었는지 모른다. '남자와 남자가 사랑을 한다고 ?!' 같은 충격 보다는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이 있었구나!' 류 의 충격이었다. 만화를 보며 그 둘이 서로를 지탱해주고 함께 손을 잡을 때 마다 차라리 둘이 사랑하는 사이라면 얼마나 멋질까 하는 생각을 자주 했었기 때문이다. 그 그림을 그린 ㄴ양과 서로의 망상을 얘기하며 친해진 나는 ㄴ양의 조언을 쫓아 당시 공개사이트였던(지금은 비공개사이트로 바뀌었다) ㄷ 커뮤니티에 가입 하게 되었다. ㄷ커뮤니티에서의 첫 인상은 화려함! 그 자체였다. 만화 속에서만 활동하던 멋있는 주연,혹은 주연급 조연들끼리의 사랑. 그것은 만화 속에서의 그들을 보며 안타까워하던 나의 아쉬움을 채워주기에 충분했고 아쉬움이 충족되면 충족 될수록 급격히 BL에 젖어들었다. 여기서 단적으로 획을 긋자면, 그 때 까지만 해도 BL은 만화책이나 애니메이션에 그쳤으며 지금처럼 영화나 실제인물, 소설까지는 그다지 활발히 다루지 않았었다. 만화를 좋아하는 만화소녀들은 멋있는 남자캐릭터들을 쫓아 서서히 BL계界에 '입문' 하기 시작했고 ㄷ커뮤니티를 비롯한 BL을 다루는 몇몇 개의 커뮤니티가 입지를 굳히며 그 규모를 키우기 시작했다. 그 뒤 코믹월드 같은 행사장에서 BL류의 패러디만화라던가 팬시 등이 눈에 뜨일 정도로 늘어나기 시작했고 사람들이 만화 캐릭터들을 따라 옷을 입거나 퍼포먼스를 하는 코스튬플레이에서 조차 BL풍의 다정한 사진을 찍는 현상을 발견할 수 있었다.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 내는 책 이라는 뜻의 동인지가 어느새 BL류의 패러디만화지 라는 뜻으로 변한 것 또한 BL이 유행세를 타면서부터이다. 그렇게 동인녀와 야오녀처럼 BL을 추종하는 여자를 일컫는 단어가 생겨나고 2~3년 전부터는 만화광인 여자아이들은 거의가 BL을 좋아할 정도로 그 세계가 넓어졌다. 오죽하면 동성애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BL을 좋아하는 동인남男 조차 생겼을까. 지금에 이르러서 자신을 스스로 동인녀, 혹은 동인남 이라 칭하고
작성일 2007-08-13 작성자 신혜련 좋아요 0 댓글수 18 조회수 3723상세보기 -
수필 상사병(想思病)
상사병은 짝사랑이나 외사랑을 할 때는 절대 생길 수가 없는 병이다. 처음엔 상사병이란 게 사랑이 너무 깊어져 생기는 병이라고 생각했다. 상대방을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항상 생각하기 때문에 생각 상(想)이나 항상 상(常)에 생각 사(思), 병 병(病)을 써서 상사병인 줄 알고 있었다. 알고 보니, 서로 상(相)에 생각 사(思), 병 병(病)을 붙여 상사병이었다. 서로 사랑함에도 그 사랑을 이루지 못해 생기는 병이기 때문에, 짝사랑이나 외사랑을 할 땐 절대 생길 수가 없는 병인 것이다. 또한, 짝사랑과 외사랑 모두 혼자만의 사랑이란 점은 같지만, 크다 못해 차원이 다른 점이 존재한다. 짝사랑이 상대방 모르게 혼자 속병을 앓으며 사랑하는 것이라면, 외사랑은 고백을 했든 눈치를 챘든 안 챘든 간에 상대방이 자신의 마음을 앎에도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는 사랑이다. 외사랑이 너무 절망적으로 보이는가? 나도 그렇게 보인다. 그러므로 깊다랗게 생각해보아야 한다. 일단, 짝사랑은 아직 던져지지 않은 주사위며 외사랑은 이미 던져진 주사위다. 짝사랑이란 주사위는 어느 눈이 나올지 모른다. 그러므로 두려워하다가 주머니에 도로 넣고 다시는 꺼내지 않게 된다. 짝사랑이란 주사위를 던져 '실패'라는 눈이 나왔다면 이제 그 주사위는 외사랑이라는 주사위가 된다. 던져진 주사위가 된 것이다. 외사랑이란 주사위의 눈을 보면 상심이 크겠지만, 그것을 감수하고 실망을 안겨 준 주사위를 다시 집어 들어 던질 수 있는 용기가 있다면 다시 시도해볼 수 있다. ─그럴 수 있다는 것이지, 이것이 내 이야기는 아니다. 나는 이미 주사위를 다시 던질 용기를 잃었고, 한 번 던져 볼 용기가 담길 용기조차 개미지옥 같은 주사위 눈에 빨려들어 간 지 오래다. 상사병은 내게 있어 想思病일 뿐이다. 주머니 속에는 여섯 면 모두 실패라는 눈이 박혀 있는 주사위만이 솟아나고 있다. 나는 바지를 움켜쥐어 주사위가 밖으로 나와 굴러떨어져, 실패라는 눈을 다시 보게 되는 비극을 막으려 애썼지만 결국 주머니가 터져.. 실패라는 이름의 눈이라는 눈이 쌓이고 쌓이다 결국 눈이 되었다.
작성일 2018-07-07 작성자 조관우 좋아요 0 댓글수 1 조회수 3562상세보기 -
수필 보호병동에 핀 들꽃월장원 선정
-경고- 정신과 보호병동(폐쇄병동)을 주제로 하였습니다. 극단적인 선택, 자학, 폭력 및 성적 요소가 있습니다. 트라우마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충분히 숙고해 주세요. 위와 같은 내용을 일정한 거리를 두고 관람할 수 있는 청소년들의 읽기를 권합니다. 이 수필을 올리는 이유는, 정신적인 위기에 빠졌거나 정신 병동에 편견을 가진 사람들에게 보호 병동의 솔직한 모습을 드러내 그들의 고정관념과 비관을 타파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특히 언제 어디서나 깊은 상처를 숨겨온 청소년 친구들에게 이 글을 바칩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고 더욱 조심하겠습니다.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입니다. 여기서 나오는 모든 인물들은 가명을 썼습니다. 성별과 나이(호칭)과 같은 설정도 몇몇 변경하였고, 사건도 이야기에 걸맞도록 재구성했습니다. 9월, 제가 글틴에 올린 수필 '코스모스'와 내용상 연계되어 있으니 참고해 주세요. 1. 치유를 향한 첫걸음인데 "……새사람 병원? 거기가 어디야?" "거기 종합병원인데 같이 정신과 가보자고." 엄마는 어물쩍거렸다. 나는 정신과에 가서 약이나 받아오는 줄 알았다. 몇 달 치 받아가는 걸까. 그럼 수면제도 받을 수 있을까. 차가운 공기를 온몸으로 들이켜도 정신이 맑아지지 않았다. 나 잠들어도 될 것 같아. 그냥 오십 알 정도만 받아 가도 좋겠다며 꾸벅이는 졸음을 참는다. 부모님 차를 타고 30분 동안 얄따란 도로 위를 달렸다. 차창에 서린 김을 손가락으로 지우며, 지루한 낙서를 새긴 자리에 커다란 간판이 보였다. 물방울 맺힌 검지 끝에 목적지가 있었다. 아빠가 입을 열었다. "저기 있네. 주원, 보이니?" "네. 생각보다 크네요." 거대한 감옥이네요. 목젖을 누르고 치밀어오르는 속앓이를 또 혀로 짓눌러, 다시 삼켰다. 광활한 사거리 도로에서 차들은 알아서 갈 곳을 찾았다. 눈이 굳은 자리에 박힌 타이어 자국은 거무죽죽하게 녹아 있었다. 사방으로 뻗어 나가는 차들은 유턴하지도 않는다. 하나의 점이 될 때까지 달려나간다. 아빠는 길이 미끄럽다며 투덜거리다, 핸들을 확 꺾는다. 다시 유리창을 손으로 닦으니, 수백 개의 유리로 덮인 병원 본관이 보였다. "내려라. 난 지하에 주차하고 올 테니 먼저 가 있어." 나의 여정은 시작되었다. 망연히 엄마 손을 잡고 세 번째 층의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 계단을 올랐다. 숨이 차오를 때쯤, 3층 바닥을 딛고 주변을 살폈다. 근데 목적지가 보이지 않는다. 알고 보니 정신과는 구석진 곳에 있었다. 좁겠구나. 감이 바로 왔다. 나는 별 기대 없이 성큼 그 안으로 들어갔다. "어……?" 생각보다 넓다. 상담실이 3개나 있었고 모두 비밀을 간직한 듯이 문이 꼭 닫혀있었다. 다만 걸리는 것은 문서들을 정리하던 간호사들의 냉정한 눈빛이었다. 엄마는 한 간호사에게 다가가 예약이 되어있는지, 상담 전에 무슨 절차가 필요한지, 교수님을 언제 뵐 수 있는지 꼬박꼬박 물으셨다. 모든 질문을 일목요연하게 답한 간호사는 종이 몇 장을 내밀더니 되물었다. "환자분은……?" 내 몸에서 갑자기 땀이 났다. 떨
작성일 2020-10-24 작성자 사랑하마 좋아요 0 댓글수 2 조회수 3275상세보기 -
수필 나는 이제 더 이상 무서운 게 없다
사실 여전히 많다. 나는 겁쟁이니까. 그렇지만 내가 세상에서 제일 두려워하는 것에 대하여 다른 자세를 취할 수 있어 좋다. 그 자체가 사라질 수는 없지만 반갑게 맞이할 수 있어 기쁘다. 전에는 어떤 방송에서 웹툰 작가가 새해 맞이하는 거 보면서 내심 찔렸다고 이야기하고 다녔다. 블로그에서도 한 번 말한 것 같은데, 청춘과 그로부터 따라 나오는 어떤 것들을 작품의 소재이자 주제로 삼던 작가의 이야기다. 이제 더는 청춘이라고 말할 수 없는 나이를 갖게 되면서 괴로워하는 모습. 새해가 되어서 눈물 흘리다 잠 드는 모습 보면서 패널들하고 우리 엄만 웃었는데 난 어쩐지 웃음이 나오질 않았다. 작년 캠프에서 합평할 때만 해도 이런 걱정 할 필요 없었는데. 너무 교실의 시만 쓰는 거 아닐까요 묻자 합평 진행하는 시인이 그랬다. 여세실 시인보고 <분홍이 끓어오를 때> 같은 시 다시 쓰라고 하면 못 쓸 걸요? 지금을 즐기세요. 맞는 말이었다. <후숙>도 진짜 명작인데, 그때만 쓸 수 있는 그때의 시가 있으니까. 그러나 막상 지금의 유효기간이 길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된 건 얼마 가지 않아서다.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고 드는 생각 '어 이상하다'. 나는 언제까지나 학생이고 혁명을 기다리고 교실을 부수고 나가고 싶어하면서도 그곳에서 사랑을 기다리는 사람 아니었나, 정말로 언제까지나? 대답은 X였고 늘 그렇듯이 세상에 영원한 건 없다는 말. 시의 시작부터 매번 갱신되는 마지막 지점까지 학교로 가득 차 있는데 난 이제 무슨 이야길 해야 하나. 하루 아침에 직장에서 잘린 사람, 재취업도 불가한 사람이 되어버린 기분. 1월 내내 이번 일 년을 진짜 잘 보내야 한다. 그런 강박감에 휩싸인데다 주변에 잘 쓰는 친구들이 이렇게나 많구나 깨닫기까지 해서, 솔직히 힘들었다. 잘 쓰는 사람들 사이에 있는 건 좋다. '잘 쓴다' 는 건 우선 열심히 그리고 부지런히 글을 사랑한다는 전제 하에 탄생하니까. 그런 이들이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 동시에 자꾸 나를 저울질하게 되어서, '걔는 걔고 나는 나다'라고 되뇌어도 잘난 사람들 사이에 동네 바보 한 명 낀 것 같아서 불안해지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예전에 그림 그리는 친구랑 이런 이야기 했는데, 수용도와 나이는 비례한다고. 나이가 많을수록 잘 그려도 '그럴 수 있지' 하는 생각이 쉽게 든다는 이야기. 단 한 살이라도 나보다 연상이라면 잘 포용할 수 있는데, 그 반대라면 자꾸만 나 인생 헛살았구나 하는 기분이 든다는 것. 그때야 취미로 미술하는 나야 공감하며 웃고 넘어갔지만 문학에도 이 법칙이 똑같이 적용된다는 걸 깨닫고 알고 웃지 못했다. 나는 작년에 뭐하고 있었지? 그 제작년에는? 공부 덜 해도 되는 시간에는... 아, 완전히 놀고 있었구나. 나름대로 생산적인 걸 해볼 걸. 하는 후회가 가득했다. 진짜로 인생 잘못 살아온 기분이 들었다. 모든 단추가 이상하게 끼워진 듯한 기분. 결론적으로 내 나이가 부끄러웠다. 앞으로 가기엔 아직 붙잡아두고 싶은 게 많지만 또 적지 않은
작성일 2023-02-19 작성자 모모코 좋아요 1 댓글수 2 조회수 3250상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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