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질의 감각
- 작성자 눈금실린더
- 작성일 2024-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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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수 2
- 조회수 264
때로는 우리가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육체보다 단단할 때가 있는 것 같다
녹아내린 마음으로 주위를 둘러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당신이 보이지 않아서 발목에는 가는 산성비가 내리는 것 같고
차오르는 것만 같다 우산이 없었고 표면은 점차 축축해졌다
습기를 잔뜩 머금은 산소의 향
팔목을 따라 흘러내리고
공깃방울처럼 떠오르는 생각들이
톡
톡
톡
나를 터트리고 지나갔다
녹아갈 것 같은 마음으로
이산화탄소를 내뱉고
*
얇아진 표면으로
느리게 미소지었다
그 모든 껍질의 감각이 행복해서
녹아내릴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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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다시 적기로 하자 너와 내가 여행 계획을 세웠을 때그렇게 말했었다 확실한 게 하나 없어서종이 위에는 바스락거림궤적우리의 이동 경로는반원을 그리는 것으로어떠한 마음이 드냐고 물으면 괜스레 지도만 접었다 피기를 반복했다너는 어떤 마음이 들 것 같니나는 우리가 기대하는 것을 기대하지 못해꿈은 숨처럼 부서질 수 있고 그렇기에 우리가 숨 쉴 곳을 찾는 것은이번 여행의 목적지가 될 수 없다고 적었다작은 x 표시가 늘어날 때마다확실함은 증가하고 있는 걸까적을 것은 많은데적어야 할 것은 많은데잉크가 너무 많은데*무엇 하나 없는 기분이라면
- 눈금실린더
- 2024-04-25
비가 오지 않았다 한 달 내내방안에 있는 동안창문에 자외선이 맞부닺히는 소리만 났다바닥에는 말라붙은 모래알들바스락거리고그것들로 시간을 가늠했다다 세고 나면 비가 오겠지 너의 창문에는 유리가 깨져있고조각들은또 다른 시간이 되어 흘러 내렸다 나에게*가시를 뻗은 내 손을 잡아줘조각이 박힌조각나 버린네 어깨를 잡아줄게의미 없는 짓이라는 건 알아*아직도 비가 오지 않는다*그러니까 이런 것 없이도 살아갈 수 있다는 건지*너는 내가 물을 사랑하는 식물이라는 것을 아직도모르고 있었다하지만 나도 그랬지*자외선이 적외선으로 바뀌는 경계에서 나는 메말랐다
- 눈금실린더
- 2024-04-12
그러니까... 사랑 없이도 살아갈 수 있다는 뜻이에요? 정말로? 나는 그런 걸 믿지 못하겠어. 미지수에 0을 대입하는 것 같이. 의미 없는 짓들. 그래도 가끔 나를 안아줘요. 살아가는 것과 사라지는 것 사이에 메말라 죽어가는 내 얼굴이 보이지 않나요.
- 눈금실린더
- 2024-03-30
저번까지 읽은 이후로 이어보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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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까지 읽은 이후로 이어보시겠어요?
식초에 담가둔 달걀 껍데기를 생각하면서 적게 되었습니다... 오래 담가두면 기포를 내면서 녹다가 껍질이 매우 얇아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때의 기억을 살려서 적어봤어요.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