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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에

  • 작성자 필온
  • 작성일 2024-03-24
  • 조회수 451

하늘은 제 옷에다

수묵화를 그리고 싶었던 모양이다

서툰 물 조절에

검게 물든 제 옷에다

금가루라도 뿌리려고 했을까

흩뿌려진 금가루 중

유난히 큰 금덩어리

서툰 화가의 실수는 

오늘도 내 얼굴에 빛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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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움

대지가 슬픔을 가득 머금었을 때내 무릎은 그와 입을 맞추었다무릎이 말했다아아 나는 시계추시계바늘이 그저 나아가기만 한다면내가 이 무거움을 견디는 까닭은 무엇인가나는 이끼 낀 바위가 되리라그렇다여태 무릎은 삶이나하찮게 움직이는 그 모습이나시계추와 다를 바 없었다나는 내 무릎을 이제 바위라고부르기로 했다바위는 대지와 온몸을 적신 채멈추었고하늘에서는 견딜 수 없이 무거운 것들이내 등과 머리를 타격했다나는 그 무거운 것들은이 땅처럼 검고 차가운 것들일 것이라생각했다검고 차가운 것들나는 고개를 들어 그들을 보았다검지 않았다아니슬픔에 취한 땅보다는 투명했고어린시절의 바위보다는 탁했다차갑지 않았다아니시계추보다는 뜨거웠고내 무릎보다는 차가웠다검고 차가운 것들내가 그들을 이리 불렀을 때무거운 은유들은어찌나 가벼웠던가어느새 바위에는이끼가 자라있었다나는 그를 일으켜 세우고이끼와 함께 바위라는 이름을털어버렸다중력이 나를 무겁게 끌어당기는 것을느낀다

  • 필온
  • 2024-05-13
이별 연습

어린 나에게 밤이란새로 태어나는 순간이었다깜빡 잠이 들어 해 뜨면나의 손끝에는 새로운 잎이 돋아났다어린 나는 밤과 이별을 나누지 않았다나는 매일 밤과 이별을 나눈다어릴적 불로초와 같은 존재로 여겼던오전 12시 00초와 01초를 지나는 초침은다른 초침들과 다르지 않다더이상 잎은 자라지 않는다하루하루 이별의 순간에 다가가며나는 매일 밤 이별은 연습한다그리고 이별 연습에 질린내가 되었을 때쯤나는 일찍 잠에 들어버릴 것이다이미 시들어 버린 잎을 새로 틔우리라는희망을 가지고 나는 밤과 이별을 연습하지 않을 것이다수없이 반복한 이별 연습에도마지막 12시는 여전히 더 무거울 것이다

  • 필온
  • 2024-04-19
첫사랑

먼지도 날아오르기 위해 힘껏 뛰었으리라바람을 타고 뭉게뭉게세상을 안아주는 부푼 꿈을 꾸었으리라그렇게 꿈을 부풀고 부풀어그에게 봄이 찾아온 날저 멀리 기다리는 도시를 향해도시를 향해도시의 얼굴은 발그레 주홍빛으로 물들고높게 솟은 마천루의 반사광형형색색의 네온사인품고 싶었던 모든 빛이 그곳에마침내 그 모든 빛을 힘껏 안았을때귓가에는 '미세먼지'라는 이름과새빨간 경보음뿐바람이 거꾸로 들이치자먼지는 결심했으리라'빛은 빛이 안아주길 나는 저 노을의 따듯함만 빌리리라'

  • 필온
  • 2024-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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