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기다리며
- 작성자 백석
- 작성일 2024-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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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수 1
- 조회수 201
새벽 세시 사십분
지나가는 바람소리
편의점 문이 딸랑하며 울리는 소리
가스가 동난 라이터의 부싯돌 소리
학생이 까는 핫식스의 병따개 소리
한집안의 가장의 취한 발걸음 소리
그리고 쓰디쓴 한숨
달디단 하품
꿀꺽꿀꺽 마셨던 핫식스
꺼이꺼이 들이킨 참이슬
사각사각 푸는 문제지
타박타박 걷는 아버지
띠리링 울리는 전화 벨소리
사람이 없는 고독한 길거리
사랑이 있는 뜨거운 목소리
어디야 언제와 일찍와 걱정돼 위험해 조심해
말로 하지 않는 사랑은
천천히 마중 나오는 발걸음은
어느새 찾아와 어깨를 주무름은
누구를 위해서
검은 하늘, 검은 콘크리트, 검은 편의점, 검은 담배, 검은 아스팔트, 검은 핫식스, 검은 별
온통 검은 것들 뿐인데
그리고 너는 너, 나는 나
베이지색 원피스를 입은 너와
하얀 메리야스를 입은 너가
그녀는 그를 안고
그는 그녀를 안고
정장입은 사람은 살고
교복입은 사람도 살고
새벽 네시 반
잠에 들 시간
곧 동이 틀 시간
모두 잘자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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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석
- 2024-05-19
빨간 수성펜이 찍-그어지고빨간 비가 내린다하얀 숲에 깊은 상처를 내며검은 악마들이 사는 흰 숲에빨간 비는 나의 자화상검은 악마는 내 바짓단을 잡는 빚쟁이직선과 곡선으로 직조된 자그마한 창살검과 흰이 겹쳐진 양복들찍- 찍- 수성펜이 그어지면검은 악마들이 했던 말이 사실이 되고날카로운 검은 곡선이 나를 찌른다단단한 양복에 몸을 기워 넣는 삶아파, 아파 참았던 눈물이 뚝-뚝- 떨어지면서서히 빨간 비를 지운다눈물이란 헛된 진로에 취해빨간 비는 눈물에 터져 흰 숲에 번져나가고검은 양복을 입은 검은 악마들은 무릎을 꿇고 그들의 간언을 애써 무시하며나는 펑펑 울었다물에 약한 수성펜의 씁쓸한 진실이여악마들은 탐욕적일지언정 진실이고눈물은 행복일지언정 거짓이다울지마라, 그리고 유성펜을 들어라 약해진 마음에 검은 양복을 덮고울음을 그쳐라 나의 아들아푸른 눈물이 뚝- 떨어지고지워진 빨간비 사이에 더욱더 진한 유성펜을 찍-그은다악마는 날 보며 웃고 지워진 빨간비들을 유성펜으로 고치고눈물은 뚝- 그치고그래 이만 거울을 보자
- 백석
- 2024-04-20
갈색 흙에 파뭍혀 있던 수컷 딱정벌레를 잡아 잡아돌위에 올려 놓고 찍어 찍어 죽여녹색 피로 돌을 적시고 그걸 핥는다녹색피가 회색과 검은 색 그리고 은색이 살짝 뭍은 돌에 슬슬 사라질 때쯤 사라질 때주먹과 돌, 계란과 바위, 머리와 돌 뭐가 더 강하지 장난을 한다주먹을 찍고 계란을 찍고 머리를 찍는다희어져 버린 머리 생각 없는 머리동공이 확장되어 확장되어 떨어지는 나뭇잎과 꽃들이 보이고 보이고나는 나는 나는 흰색과 흰색과 흰색과 뭐였지 암튼 돌에 뭍은 녹색피 아니 빨간피 아니 계란의 흰 흰 흰 흰자와 노란 노란 노른자 아 그리고 딱정벌레어디갔지갈색 갈색의 흙과 그사이의 초록 초록한 나뭇잎푸른 푸른 구름 구름 하얀 하얀 하늘 하늘흙을 꽉 잡아 돌고나뭇잎도 돌고하늘도 돌고구름도 돌고 나도 돌고 딱정벌레도 돌고 우리 다같이 돌고 돌고 돌고 돌고 돌고 돌고
- 백석
- 2024-04-12
저번까지 읽은 이후로 이어보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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