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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

  • 작성자 위다윗
  • 작성일 2024-04-30
  • 조회수 262

조상님들은 일본인들이 열차를 깔때 매트를 까시고 카드를 까셨다는데

우리는 새로운 교과서를 까고 있다


아나콘다의 몸에 휘감긴 영혼에게 숨은 붙어 있으나

이것은 죽은 거나 마찬가지야 


야, 너가 하고 싶은 말이 많은 거는 알아

그러나 너의 부모님이 너에게 해야 할 말보다는 적을 거야


폭포앞에 떨어지는 너의 소변줄기는

들리기 전에 삭제되는 녹음같이 허무하지


우리는 지금 이 순간을 느끼고 있다

그 어떤 과거도 미래도 우리를 정죄할 수 없고

너가 울면 나도 울고

너가 웃으면 나도 웃고

잠시만이라도 하나가 되는 거, 기분 어때?


오늘 너가 봐야 할 모의고사를 보기 전에

너는 저승사자를 보기 원했다

그래도 난 너가 죽는 걸 내버려 둘 수 없었어

그래서 너에게 전화를 걸고 골목에서 만나서 같이 키스하자고 졸랐어 


오늘 하루가 천년처럼 무겁고

천년이 하루처럼 가볍다면

우린 정말 심각하게 길을 잃은거야


여기에 서 있으면 안되잖아

이건 너무 무책임하잖아 


우리는 서로를 책임져줄 수 없을거야

그렇다고 이렇게 너와 헤어져야 한다니


모든 인류가 누군가를 사랑했고 아파했대

우리가 신나게 위선을 떨며 동정하는 지구 반대편 사람들보다

 과연 더 뜨겁게 사랑했을까

더 뜨겁게 아파했을까 


우리는 잠시 시끄러운 핸드폰을 끄고 

내일 올 교과서를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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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다윗
  • 2024-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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