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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주 주장원

  • 작성자 꽃피는돌
  • 작성일 2013-05-22
  • 조회수 674

라면 끓이기

-권택석

 

맛보기 전까지는 모른다.  너무 많은 물이 부어졌음을 젓가락질 두 번만에 알았다.

항상 비슷한 각오로 라면을 끓이지만 맛은 같지가 않다. 매운 날에는 물을 더 붓겠지만 오늘의 싱거움은 어떻게 하나

부숴 먹어도 맛있는게 라면이다. 3분의 기다림도 건더기 스프도 필요로 하지 않는, 먹고 나면 속이 좀 쓰리지만 무엇보다 아무리 냅둬도 불지 않는 여유로움이 제맛.

그러니까 항상 물이 문제다. 하루가 퉁퉁 불어버릴 때도 그렇고 얼만큼 부어야 550ml가 되는 건지(3컵 정도) 어떤 컵인지 머그컵인지 와인잔인지 하라는 대로 했는데 왜 사진처럼 되지 않는지

찻잔으로 따른다면 어때

어떤 날은 정말 정말 눈 깜짝할 새에 라면을 해치웠다. 국물이 채 식기도 전에 관우는 내 목을 가지고 돌아가 버려 적토마를 타고 다그닥 다그닥 입천장이 데여서 눈물이 다 났다.

내일의 스프를 뜯었다. 오늘의 싱거움을 만회하기 위하여 뿌려지는 그 다음날, 내일은 간을 맞추기가 좀 더 힘들것이지만 맛보기전까지는 모르는 법.

조리법과 엄마의 낡은 뒷모습을 숙지하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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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이

 

자정을 건너가는 밤하늘엔

당신이 내게 들려주었던 말들이 떨어져있다

 

팔꿈치로 내 옆구리를 푹 찌르는 당신의 웃음이 반짝이던 날 나는 가로등처럼 졸린 눈만 깜빡거리고 있었다 당신은 내게 "사람들은 남들보다 더 오래 빛나고 싶어 하더라" 라거나 "나는 짧게 살아도 너만큼만 밝고 싶다" 같은 농담들을 들려주었지만 나는 눈쌀을 찌푸렸고 당신은 그런 내 표정이 퍽 우스웠더랬다

 

당신을 먼저 서울로 보내고 나서

나는 집을 나와 가까운 시냇가로 찾아갔었다

무릎을 끌어안으면 별처럼 둥그러질 수 있다고 말하던 당신

 

둑길에 주저앉아 두 무릎을 감싸안고 웅크렸다 밤하늘 위엔 당신에 내게 건네주었던 말들보다 당신을 궁금해하는 표정들이 더 많이 떨어져있고 나는 옆구리가 간지러워서 자꾸만 혼자 울었다 자갈 두세개를 주워 물 위에 툭툭 던져보면 파문처럼 당신의 얼굴이 일렁이곤했지만

 

눈을 깜빡여도 당신은 보이지 않고

모르는 사이 별들이 내 머리 위를 천천히 건너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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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정평> 오월 들어 두째주에는 두 학생을 으뜸의 자리로 올렸다.  먼저 '권택석' 군의 <라면 끓이기>는 우선 재밌다. 소소한 일상읫 소재를 이렇게 그냥 지나치지 않고 시의 눈길로 바라보는 자세가 먼저 기특하다. 시를 잘 쓰기 위해서는 시를 열심히 게으름 피우지 않고 쓰는 태도가 중요한데 그러려면 일상의 것들을 새롭게 보려는 의지가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이 시편은 기존의 사물이나 현상을 새롭게 보려는 들여다봄이 여실하다. 라면을 조리함에 있어서 물 맞추기의 중요성에 초점을 맞추고 그 결과로 싱겁거나 짜거나 하는 맛의 결정에 대한 중요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그러면서도 단순히 라면 조리의 노하우에만 머물지 않고 그것이 결국 생활을 알차게 조리하려는 의지나 노력으로 비춰지는 비유의 단계로 넘어가려 하고 있다. 싱겁지 않은 삶에의 노력은 정성껏 라면 끓이는 일과 별반 차이가 없지 않느냐는 것이 화자의 생각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게 좀 개략적이라서 어딘가 실감이 덜하다. 라면에 물 맞추는 일을 우리네 생활에서는 어떤 상황으로 비유해 볼 수 있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끌어오면 좋을 것이다. '동경이' 군의 <별>은 별이 있는 마음의 분위기를 얼러내는 눈길이 섬세하고 정감이 있다. 별이 그냥 멀리 있는 행성체로서만이 아니라 우리 마음 안에 돋보이는 밝음과 둥금과 반짝임의 대상으로 도드라지는 경우를 그려내려 하고 있다. 그것은 상대에게 종요로운 관계에 의해 빚어질 수 있음을 그려내고 있다. 보고 싶은 마음이 깊어지면 별이 된다고 했던가. 별이란 이렇게 서정적인 태생을 가지고 있는데 그걸 화자는 나름의 인상 깊은 기억을 통해 그려내고 있다. 다만 시에 동원된 장면들이 좀 더 인상적인 굴레를 가질 수 있게 그려내는 게 중요한데 그런 측면이 좀 약한 것이 아쉽다. 별처럼 혹은 별로 인상지을 수 있는 화자의 인상이 더 구체화되는 측면을 그려보면 좋을 것이다. 어떠할 때 별과 같은 상태로 혹은 인상으로 구체화될 수 있는지 그 이미지를 찾아보기 바란다.

이밖에 눈길을 끈 시편으로는 '이발소의추억' 의 <모텔의 추억>이었다. 화자는 기차굴과 그 위의 모텔과 여자 친구와의 관계를 흔들리는 모텔을 매개로 나름 그려내고 있다. 그런데 산만하다. 뭔가 인상에 맺히는 구체적인 느낌이 필요하다. 흔들림이라는 중요한 현상을 여러 측면에서 생각해 보면 뭔가 참신한 생각의 결이 드러나지 않을까 싶다. '피클' 의 <조연일뿐>은 자신의 의지대로 되지 않는 삶의 순간을 생각하고 있다. 이런 회의와 고민은 시를 여는 중요한 자세일 수 있다. 다만 그런 순간을 그려내는 구체적인 장면이 필요하다. 그걸 그려내기 바란다. 또 주연보다 중요한 조연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기 바란다. '핰응핰핰' 의 <상갓집>은 상갓집의 분위기를 나름 화자의 속내와 더불어 이모저모 그려내고 있다. 상갓집의 분위기와 대조되는 화자의 심리를 나름 진솔하게 그리려 한 의지도 엿보인다. 다만 그것이 좀 더 구체적인 분위기나 인상으로 드러나지 않고 어딘지 화자의 심란한 분위기만 그려진 듯하다. 좀 더 상갓집의 구체적인 인상과 그것으로 비롯된 죽음과 대비되는 화자의 비루한 삶에의 회의나 심경을 의미있게 반추해 보면 좋을 것이다. 죽음은 영정 사진으로 여실한데 문상을 온 화자는 삶의 걱정으로 분분한 대비되는 측면을 인상적인 장면으로 그려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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