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햇살 아래서
- 작성자 공짜호두파이
- 작성일 2016-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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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수 2
- 조회수 179
물얼룩에 어린 빛처럼
깨질 것 같은 너의 목소리
바람은 느리게 흐르고
언뜻 풀 가닥들이 허공에 흩어진다
언젠가 중얼거렸던
저 멀고 먼 나라로 떠나자는
아득히, 흔들리던 별을 닮은 말들
너는 기억하지 못하는지
한때의 공상처럼
영원은 책표지 아래에만 있다는 것처럼
내 눈동자에 어린 빛은 떨어지고
마음 속 희게 찢어지는 어떤 페이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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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분한 분위기가 좋습니다. 언어도 정갈하네요. 그러나 '오후, 햇살 아래서'는 제목부터 본문까지 연결해보면 감상적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저는 책을 읽고 있는 시적화자를 유추해봤습니다. 그럼에도 '너의 목소리', '풀 가닥', '별을 닮은 말들'이 무엇일까 궁금해지구요. '너'라는 대상이 구체적이지 않아 혼란스러워요. 아마도 '너'가 해결된다면 왜 '기억하지 못하는지'를 알 것 같고, '한때의 공상처럼/영원은 책표지 아래에만 있는 것처럼'과 마지막 연이 연결될 것 같아요. 즉, 시인이 말하지 않아도 독자가 알 수 있는 것은 이미지(비유나 은유)로 충분히 말해줬기 때문이랍니다.
뭔가 감성적인 만화영화의 장면이 떠오르는 듯 해요..* 표현이 너무 예뻐서 공짜호두파이 님의 다른 시들도 찾아서 몇 편 읽어봤답니다. 이미지가 잘 보이고 언어를 예쁘게 쓰시는 것 같아요. 그런데 이 시에서 '너'와 '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더 알고 싶네요~
과분한 칭찬이십니다ㅜㅜ 감사합니다.. 그러게요.. 설명이 부족한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