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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stique*

  • 작성자 강 아
  • 작성일 2016-07-22
  • 조회수 321

바람이 불던 계절도 있었고, 꽃이 피던 날도 있었다.

결국엔 많이도 죽어나갔던 한 해였다.

어째서 시든 것들은 쉽게 잊혀지고

내 아버지의 몽고반점조차 [몇 십 년 전의 일이다 or, 바로 엊그제의 일처럼 생생하지만]

사진은 썩지도 않고 잘도 간다, 시계바늘처럼

그 속의 사람은 이미 몸과 얼굴을 잃어버렸는데

무엇을 추억하기 위한 사진이고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사진?

졸업사진을 마지막으로 그 아이는 이 세계에 흔적조차 남기지 못했네

다, 다 무슨 소용이었을까

 

하늘에 오르지 못해서 안개

안개가 지나가는 길마다 망령의 꼬리털

내 안에 갇혀 사라지지 못하고 핏빛으로 꽃피고

너를 잃어버린 나와 내가 잃어버린 너는

안개속의 귀머거리처럼 서로를 헤메이다

간신히 살아남은 기억들에 매달려

끝없이 죽어가는 거머리들

오늘도 너는 핏빛이다

 

* Masonna-Inner mind mystique 4 에서 인용, 도움, 발췌.

강 아
강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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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방울

내가 죽도록 싫어하는 이 마을에는 열대도 한대도 어떤 계절도 오지 않는다 천둥소리 아즉한 산불을 깨워낼 때에나 새벽의 낡은 파편이 떨어져 고요가 고요가 아니게 될 때에도 손바닥 모양의 이 마을이 사랑에 빠지는 일 따위는 없었다.   -비다. 가슴이 비다. 내가 싫어하는 마을의 내 사람들이 떠나다 남은 인연의 수명은 겨우 몇 초, 우리는 무엇을 해야 했을까 모든 누명이 그렇듯, 세계는 한순간에 시작되어 그 다음 순간에 끝나버렸다. 그래도 기억만큼은 영원해야 한다 오히려 넘쳐 흘러야 한다. 사랑주지 않는 마을에서도, 사랑받도록 허락된 모든 것들이 빗방울이 되어, 빗방울에게로 빛방울이 되어 쏟아지기에

  • 강 아
  • 2016-10-25
모던 데이즈

1.낮(으) 자식의 앞에서 사랑마저 벗어던진 여자와 연인의 앞에서 애인을 숨겼던 남자가 만났다 연민과 혐오가 넘치는 오후의 카페 서로의 볼을 찌르며, 서로의 눈 밑을 만지며 다른 사람에게로, 호수 밖으로 눈을 돌린 나르키소스는 그렇게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크림을 먹으며 키스- 나른한 햇살이 샅 아래로 떨어질 때 나눌 말이 더 없을 테니 다시 이별합시다.   아아, 여자와 남자가.     2.석양(Ω) 태양만 뜨거운 오후, 사람들은 에어컨의 밑으로 숨어버렸지 오늘도 비가 내리지 않아도 사랑을 배우지 못해도 네가 길을 잃어도 나는 에어컨 밑으로 숨어버리겠지 오늘도-, 또-, 태양이- 빈- 도시의- 상품정보를- 읽어- 내린다아-   3.밤(_) 바람이 떠나간 도시에는 사람만 남아 돌고 돈다-지구의 자전 계절을 자각하는 것은 변화의 순간 뿐 덕분에 사고의 여유가 생겼으니 뭘 해야 할까 체액과 타액은 오늘도 흘러넘치고 넘친다 가쁘게 숨을 넘기는 밤, 널 기다리던 버스정류장에서 자식의 앞에서 사랑마저 벗어던진 여자와 연인의 앞에서 애인을 숨겼던 남자들이 서로 술을 마신다 서로 뺨을 때리고 등을 돌려도, 지구 한바퀴 돌면 다시 만날 인연이니까 지금, 여기서  헤어집시다.

  • 강 아
  • 2016-09-06
1. 인간 사육 끓는 점

너의 등 뒤에서 또 눈동자 속에서 타오르던 세계는 밤을 거부하고 날붙이는 강이 되어 흐르기 시작했다. 그래서 아직도 내가 버려진 날의 해의 좌표를 잃어버리지 못했다   은의 안개, 구름 그리고 철의 빗방울 네게 일으킨 기적은 모두 용광로 속으로 끝으로 승화하고 흐려져버리는 결론으로 세계는 견디지 못할 것이다.   그 순간 누가 지구를 열기구라 불렀다 안에서 장미가 피어버린 풍선, 지옥을 향해 기적과 위선,  기적을 울리는 수소 유랑선 그렇게 석, 석, 부유하는 소년은 정성으로 영원할 어둠과 저녁의 이름을 되풀이 하고-

  • 강 아
  • 2016-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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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래바람

    몇 번 읽어도 이해가 잘 되지 않아서 미스틱에 대해서도 찾아보고, Masonna의 음악이 나오는 영상도 봤습니다. 'Inner mind mystique 4'는 찾을 수 없어서 아쉽네요. 중요한 것은 시적 내용이겠죠. '죽어나갔던 한 해'에서 죽음에 관한 이야기라고 짐작을 했습니다. 1연과 2연은 전혀 다른 시 같았어요. 이미지가 연결돼 있지 않고 다른 두 편의 시를 읽는 것 같아서 혼란스러웠습니다. 1연은 시적 대상이 흔적조차 남지 않았던 '아이'였다면 2연은 '나와 너'였어요. 무엇이 미스틱일까 생각해봤어요. 인용하고 도움을 받고 발췌를 했다면 어떤 부분을 인용하고 도움을 받고 발췌를 했는지 분명히 알려줘야 한답니다. 그리고 시적의도를 드러낼 수 있는, 효과적인 발췌와 인용이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자기만의 언어로 된 시가 나오기 어려워요.

    • 2016-07-29 11:50:00
    고래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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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

      먼저, Inner mind mystique 4의 영상입니다. https://youtu.be/i6JBM9VBtIg 이 영상을 보면서 처음 느낀 것이 2연의 '안개가 지나가는 길' 이었습니다. 서로 다른 장소들에서 같은 순간에 일어난 일들을 한 곳에 쑤셔넣어 놓은 듯한. 여기에서 같은 순간을 '같은 인간'으로 바꾼 것이 이 시의 발상이 되었습니다. 바로 '없어진 한 인간에 대한 총체적인 역사의 덩어리' 입니다 그리고 발상에서 언급하는 '한 인간'이 다시 시에 나오는 '아이' 그리고 '너'가 되었습니다. 또, 그 안개길이라는 점과 신비감이라는 뜻에서, 이 시의 제목을 mystique으로 짓게되었습니다. 지금 선생님의 조언을 읽어보니, 어쩌면 제목은 독자적으로 짓는 편이 나았을거라고 생각이 듭니다. 시의 내용에 대해서 말하자면, 1연과 2연의 내용을 구분해서 쓴 것은 사실입니다. 먼저, 1연은 과거의 회상과 시간의 속도를 체감하면서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 '썩지 않은 사진'의 영역에 도착하고, '그 속의 사람'에 대해 생각이 미치게 됩니다. '너'는 '나'에게 사진 한 장만 남기고 떠났습니다. '이 세계에 흔적조차 남기지 못하고' 라는 구절은 사진을 가지고 있는 '나'를 제외하고는 누구도 기억해 주지 않는것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2연은, 제가 봐도 1연과는 접점이 없는 듯 합니다. 하지만 1연의 화자와 2연의 '나'는 같은 사람이고, 1연의 '아이'와 2연의 '너' 또한 동일인물로 설정해 두었습니다. 2연의 시작에서 '너'는 하늘에 오르지 못한 채 '안개'로, 또 망령으로 갇혀있는데, 그 이유는 바로 '나'가 헤메고 있기 때문입니다. '나'가 헤메고 있는 흔적이 '길'이 되고, 그 길이 '너'를 안개로서 묶고 있는 것입니다. 제가 강조하려던 것은 '너를 잃어버린 나'는 진짜 '너'가 아닌 그저 '너'와의 사건들, 다시 말해 '내가 잃어버린 너' 만을 쫓아다닌다는 겁니다. 이제 1연의 내용과 2연의 내용을 하나로 엮으면 시 전체의 내용이 완성됩니다. '사진의 아이'는 흔적도 없이 이 세계에서 사라져버렸고, 아무도 아이를 기억해 주지 못합니다(-1연의 내용). 게다가 그 아이를 기억하고 있는 유일한 존재인 '나' 조차도 '너'의 실체가 아니라 '너'의 죽어가는 기억들에만 집착하고 있다는 것-(2연의 내용), 그 결과 '아이'의 역사는 추상적인 존재 의미 뿐 아니라 구체적인 실체와 기억마저도 전부 소멸되어 버렸다는, 아주 비극적인 내용이었습니다. 시의 구성에서는, 1연의 서술이 자기의 내면에 있는 '아이'에 대한 독백이라면, 2연의 서술은 그 '아이'에게 하는 방백 이라고 할수 있겠습니다. 그 결과로 '아이'라는 호칭이 '너' 로 바뀌었는데, 아무래도 제가 그 연결고리를 잘 만들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시적의도라고 하신다면, Masonna-Inner mind mystique 4와 이 시를 동시에 감상하도록 했던 것이 시적의도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Masonna의 Inner mind mystique 시리즈는 같은 작가의 다른 곡들 보다 더 빈 틈 없이 가득 채워져 있고, 변칙적이며, 더 부드러운-애초에 이 곡에 부드러움이 있냐고 물어보신다면 그건 그것대로 할말이 없지만 아무튼 덜 자극적인 리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제가 시의 영감을 얻는 용도로 사용했었습니다. 그런 이유에서, 아마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Masonna의 음악이 나오는 영상은 이 시엔 잘 어울리지 않았을 겁니다. 말해서, 모든 치즈를 피자 토핑으로 올릴 수 있는건 아니니까요. 결론은, 너무 많은 계획을 세워넣다보니 한 부분이 틀려버렸고, 그 한 부분이 전체의 시를 흔들어 버린 것 같습니다. 이번을 계기로 다시 수정에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2016-07-29 15:57:24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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