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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 데이즈

  • 작성자 강 아
  • 작성일 2016-09-06
  • 조회수 250

1.낮(으)

자식의 앞에서 사랑마저 벗어던진 여자와

연인의 앞에서 애인을 숨겼던 남자가 만났다

연민과 혐오가 넘치는 오후의 카페

서로의 볼을 찌르며, 서로의 눈 밑을 만지며

다른 사람에게로, 호수 밖으로 눈을 돌린 나르키소스는

그렇게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크림을 먹으며 키스-

나른한 햇살이 샅 아래로 떨어질 때

나눌 말이 더 없을 테니 다시 이별합시다.

 

아아, 여자와 남자가.

 

 

2.석양(Ω)

태양만 뜨거운 오후, 사람들은 에어컨의 밑으로 숨어버렸지

오늘도 비가 내리지 않아도 사랑을 배우지 못해도 네가 길을 잃어도

나는 에어컨 밑으로 숨어버리겠지

오늘도-, 또-, 태양이- 빈- 도시의- 상품정보를- 읽어- 내린다아-

 

3.밤(_)

바람이 떠나간 도시에는 사람만 남아 돌고 돈다-지구의 자전

계절을 자각하는 것은 변화의 순간 뿐

덕분에 사고의 여유가 생겼으니 뭘 해야 할까

체액과 타액은 오늘도 흘러넘치고 넘친다

가쁘게 숨을 넘기는 밤, 널 기다리던 버스정류장에서

자식의 앞에서 사랑마저 벗어던진 여자와

연인의 앞에서 애인을 숨겼던 남자들이 서로 술을 마신다

서로 뺨을 때리고 등을 돌려도, 지구 한바퀴 돌면 다시 만날 인연이니까

지금, 여기서  헤어집시다.

강 아
강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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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방울

내가 죽도록 싫어하는 이 마을에는 열대도 한대도 어떤 계절도 오지 않는다 천둥소리 아즉한 산불을 깨워낼 때에나 새벽의 낡은 파편이 떨어져 고요가 고요가 아니게 될 때에도 손바닥 모양의 이 마을이 사랑에 빠지는 일 따위는 없었다.   -비다. 가슴이 비다. 내가 싫어하는 마을의 내 사람들이 떠나다 남은 인연의 수명은 겨우 몇 초, 우리는 무엇을 해야 했을까 모든 누명이 그렇듯, 세계는 한순간에 시작되어 그 다음 순간에 끝나버렸다. 그래도 기억만큼은 영원해야 한다 오히려 넘쳐 흘러야 한다. 사랑주지 않는 마을에서도, 사랑받도록 허락된 모든 것들이 빗방울이 되어, 빗방울에게로 빛방울이 되어 쏟아지기에

  • 강 아
  • 2016-10-25
mystique*

바람이 불던 계절도 있었고, 꽃이 피던 날도 있었다. 결국엔 많이도 죽어나갔던 한 해였다. 어째서 시든 것들은 쉽게 잊혀지고 내 아버지의 몽고반점조차 [몇 십 년 전의 일이다 or, 바로 엊그제의 일처럼 생생하지만] 사진은 썩지도 않고 잘도 간다, 시계바늘처럼 그 속의 사람은 이미 몸과 얼굴을 잃어버렸는데 무엇을 추억하기 위한 사진이고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사진? 졸업사진을 마지막으로 그 아이는 이 세계에 흔적조차 남기지 못했네 다, 다 무슨 소용이었을까   하늘에 오르지 못해서 안개 안개가 지나가는 길마다 망령의 꼬리털 내 안에 갇혀 사라지지 못하고 핏빛으로 꽃피고 너를 잃어버린 나와 내가 잃어버린 너는 안개속의 귀머거리처럼 서로를 헤메이다 간신히 살아남은 기억들에 매달려 끝없이 죽어가는 거머리들 오늘도 너는 핏빛이다   * Masonna-Inner mind mystique 4 에서 인용, 도움, 발췌.

  • 강 아
  • 2016-07-22
1. 인간 사육 끓는 점

너의 등 뒤에서 또 눈동자 속에서 타오르던 세계는 밤을 거부하고 날붙이는 강이 되어 흐르기 시작했다. 그래서 아직도 내가 버려진 날의 해의 좌표를 잃어버리지 못했다   은의 안개, 구름 그리고 철의 빗방울 네게 일으킨 기적은 모두 용광로 속으로 끝으로 승화하고 흐려져버리는 결론으로 세계는 견디지 못할 것이다.   그 순간 누가 지구를 열기구라 불렀다 안에서 장미가 피어버린 풍선, 지옥을 향해 기적과 위선,  기적을 울리는 수소 유랑선 그렇게 석, 석, 부유하는 소년은 정성으로 영원할 어둠과 저녁의 이름을 되풀이 하고-

  • 강 아
  • 2016-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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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래바람

    낮과 저녁과 밤이 교차하고 인물들의 관계들이 보이고 무엇보다 복잡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작가는 다양한 생각을 갖고 작품을 창작하나 독자들도 다양한 생각을 갖고 작품을 읽는답니다. 그래서 작가와 독자는 작품이라는 매개체로 서로 교감을 할 수 있죠. 그렇기에 작가의 창작물이 어떻게 독자와 소통하느냐 하는 게 중요하답니다. 이 시에서는 작품으로 얼마나 읽는이들과 소통하려고 했는지 고민이 됩니다. ‘자식’, ‘여자’, ‘연인’, ‘애인’, ‘남자’, ‘여자’, ‘나’ 등등. 먼저 등장인물들이 혼란스러워요. 통일되지 못하고 중복된 것으로 보인답니다. 함축된 언어로 어떻게 소통할 수 있을까 고민해봐야 해요. 또 인물의 관계나 시공간이 있지만 구체적인 형상화가 없어서 아쉬워요. 다수의 글틴 친구들의 시에서도 그렇지만 비유법으로 묘사와 정황을 이미지화하는 문장들이 부족하답니다. 이러한 이미지는 시에서 생략할 수 없는 중요한 요소니까요. 시를 읽는 사람들은 이미지로 작품의 정서와 작가-화자의 상황을 헤아릴 수 있답니다.

    • 2016-09-07 15:25:33
    고래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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