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칠레에 있다
- 작성자 공짜호두파이
- 작성일 2016-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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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수 188
해가 지는 것이 두려워
지구의 자전을 따라
낮을 좇았다
끝없이 달아나 도착한 곳은
이미 칠레
지친 채로 남극행 비행기표를 사러 나선다
그곳엔 몇 달 간 밤이 없다기에.
삶이란 이겨낼 수 없는 것이었고
따라서 나는 항상 패배자였다.
그런 내게 밤은 조용하게 그러나 킬킬대며
속삭이는 것이다
차라리 죽어
밤이 오기 전 나는
서둘러 비행기에 오른다.
나는 떠날 도리밖에는 없다
길고 긴 낮을 위하여
곁눈으로라도 밤을 담지 않기 위하여
도망치기 시작한 이상 끝은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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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짜호두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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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짜호두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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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짜호두파이
- 2015-04-30
저번까지 읽은 이후로 이어보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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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은의 노래 ‘백야’가 떠오르는 시네요. ‘해가 지는 것이 두려’운 시적화자는 낮을 찾아 칠레에 도착하고 거기서 다시 ‘남극행 비행기표를 사러 나섭니다’ 그리고 스스로를 ‘패배자’라고 단정 짓죠. 화자는 끊임없이 ‘떠날 도리밖에는 없다’는 생각으로 밤을 피해 도망다닐 것 같아요. 근데 시적화자가 왜 해가 지는 게 두려운지 의문이 들어요. 또 밤을 피해 왜 낮을 쫓고 있는지, 본문에서의 답은 그저 화자가 삶을 이기지 못하고 항상 패배자라는 것 뿐이죠. 그러나 그 부분도 의문이 따라다닙니다. 지구의 움직임에 따라 밤과 낮은 달라지죠. ‘백야(白夜)’라는 단어도 환한 밤이라는 뜻이니까요. 화자는 순리는 거슬러 낮의 시간만을 원하지만 쉽지 않죠. 그래서 밤으로부터의 도망으로 ‘몇 달 간 밤이 없다’는 남극행을 택하지만 어둠이 없어 낮일 뿐 거기에도 분명 밤과 자정의 시간이 있답니다. 그렇다면 반대로 화자가 밤에도 낮이라고 느끼면 그 뿐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요. 화자가 스스로 ‘패배자’라고 했지만 그렇지 않을 거랍니다. 떠나지 않아도, 도망치지 않아도 분명히 소중한 존재니까요. 우리 주변을 밤이나 낮으로 만드는 것은 오로지 자신의 마음 속에 달려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