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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방울

  • 작성자 강 아
  • 작성일 2016-10-25
  • 조회수 228

내가 죽도록 싫어하는 이 마을에는

열대도 한대도 어떤 계절도 오지 않는다

천둥소리 아즉한 산불을 깨워낼 때에나

새벽의 낡은 파편이 떨어져 고요가 고요가 아니게 될 때에도

손바닥 모양의 이 마을이 사랑에 빠지는 일 따위는 없었다.

 

-비다.

가슴이 비다.

내가 싫어하는 마을의 내 사람들이 떠나다

남은 인연의 수명은 겨우 몇 초, 우리는 무엇을 해야 했을까

모든 누명이 그렇듯, 세계는 한순간에 시작되어 그 다음 순간에 끝나버렸다.

그래도 기억만큼은 영원해야 한다

오히려 넘쳐 흘러야 한다.

사랑주지 않는 마을에서도, 사랑받도록 허락된 모든 것들이

빗방울이 되어, 빗방울에게로

빛방울이 되어 쏟아지기에

강 아
강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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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 아
  • 2016-09-06
mystique*

바람이 불던 계절도 있었고, 꽃이 피던 날도 있었다. 결국엔 많이도 죽어나갔던 한 해였다. 어째서 시든 것들은 쉽게 잊혀지고 내 아버지의 몽고반점조차 [몇 십 년 전의 일이다 or, 바로 엊그제의 일처럼 생생하지만] 사진은 썩지도 않고 잘도 간다, 시계바늘처럼 그 속의 사람은 이미 몸과 얼굴을 잃어버렸는데 무엇을 추억하기 위한 사진이고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사진? 졸업사진을 마지막으로 그 아이는 이 세계에 흔적조차 남기지 못했네 다, 다 무슨 소용이었을까   하늘에 오르지 못해서 안개 안개가 지나가는 길마다 망령의 꼬리털 내 안에 갇혀 사라지지 못하고 핏빛으로 꽃피고 너를 잃어버린 나와 내가 잃어버린 너는 안개속의 귀머거리처럼 서로를 헤메이다 간신히 살아남은 기억들에 매달려 끝없이 죽어가는 거머리들 오늘도 너는 핏빛이다   * Masonna-Inner mind mystique 4 에서 인용, 도움, 발췌.

  • 강 아
  • 2016-07-22
1. 인간 사육 끓는 점

너의 등 뒤에서 또 눈동자 속에서 타오르던 세계는 밤을 거부하고 날붙이는 강이 되어 흐르기 시작했다. 그래서 아직도 내가 버려진 날의 해의 좌표를 잃어버리지 못했다   은의 안개, 구름 그리고 철의 빗방울 네게 일으킨 기적은 모두 용광로 속으로 끝으로 승화하고 흐려져버리는 결론으로 세계는 견디지 못할 것이다.   그 순간 누가 지구를 열기구라 불렀다 안에서 장미가 피어버린 풍선, 지옥을 향해 기적과 위선,  기적을 울리는 수소 유랑선 그렇게 석, 석, 부유하는 소년은 정성으로 영원할 어둠과 저녁의 이름을 되풀이 하고-

  • 강 아
  • 2016-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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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래바람

    시를 쓸 때 감정을 견제해 객관성을 유지해야 합니다. 이것은 시가 작품이 돼 누군가와 함께 공유하고 공감하는 데 목적이 있기 때문이죠. ‘내가 죽도록 싫어하는 이 마을에는’ 구절이 작품 전체의 전제가 되기도 하지만, 가장 구체적인 의문을 낳고 있답니다. 시적화자는 왜 마을을 싫어하는지 궁금하기 때문이죠. ‘열대도 한대도 어떤 계절도 오지 않’아서 일까요. 그렇다면 왜 계절이 오지 않을까요. 아니면 왔는데 화자가 느끼지 못하는 걸까요. 그것도 아니라면 계절이 어떻게 되든지 상관이 없는 마을로 화자가 느끼고 있는 걸까요. 그리고 산불 이야기가 갑작스레 나온답니다. 다음 연은 비의 이야기죠. 화자가 말하고 싶은 이야기는 아마 ‘사랑주지 않는 마을에서도’ ‘기억만큼은 영원해야 한다’가 아닐까 싶어요. 그저 그 마을의 산불이나 비가 내리는 상황이 문제가 아니라 화자가 싫어하는 마을을 왜 떠나지 않는지, 왜 기억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야 해요. 그러면 여러 의문들이 해소가 될 수 있겠죠. 시에서 단서가 발견됐을 때 읽는이들이 시적화자에 공감하고 응원도 하겠죠.

    • 2016-10-26 09:39:27
    고래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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