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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인사합니다

  • 작성자 고래바람
  • 작성일 2017-12-06
  • 조회수 1,499

안녕하세요. 고래바람입니다.

 

정든 글틴 친구들에게 작별인사를 합니다. 글틴 친구들의 습작시를 읽으면서 한 세월을 보낸 듯 해요. 막상 시 멘토를 마무리를 하려니 여러 친구들의 이름이 스쳐갑니다. 첫 인사를 나눈 게 엇그제 같은데, 그 사이 몇몇 친구들은 졸업을 했고 몇몇 친구들은 새로 합류하기도 했죠. 수없이 많은 친구들을 시로 만났네요.

 

나중에 습작을 했던 이 시절을 돌아보면 오롯이 백지와 싸웠던 무수한 나날들이 떠오를 겁니다. 그러니 시를 쓰는 것이나 시를 읽는 것이나 맘껏 즐겼으면 좋겠어요. 시 습작을 즐길 수 없다면, 만약 입시나 시상에만 마음을 뺏긴다면 시에 대한 초심으로 돌아가보세요. 제 초심의 시는 '외로움을 함께(위로)해준 친구'입니다.

 

여기서 저는 처음 시를 썼던 고교시절과 조우하기도 했어요. 빈 노트에 낙서를 하듯 끄적였던 시, 감성에 젖어 감정을 고스란히 노출시켰던 관념과 상념의 시, 하루에 세 편 이상을 거침없이 토해내듯 썼던 시 등등. 제 마음을 가장 알아주는 친구라고 여겼지만 일방적인 제 마음만 풀어놓은 관계이기도 했어요. 이듬해 시인이었던 국어 선생님이 학교에 오셨고 담임이 되었죠. 저에겐 행운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는 노트 한 권 분량의 시편들을 선생님에게 보여드렸는데 불량식품에 비유를 했어요. 얼마나 열받고 속상하던지 저는 이를 악물었죠. 보란듯이 좋은 시를 쓰겠다는 오기도 생겼던 것 같아요. 아마 그때부터 시집을 읽고 일주일에 한 편씩 시를 써서 선생님을 찾아갔어요. 근데 얼마 지나지 않아 시 쓰기가 너무 힘겹고 어려워졌어요. 이전에 매일 썼던 시가 왜 불량식품인지 깨닫는 순간 창작의 고통이 밀려왔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선생님은 제 시에 대해 장단점 등 자세한 설명을 한 적이 없었어요. 단지 '관념적이다', '모호하다' 정도의 메모와 빨간펜으로 문장을 삭제한 줄만 가득했답니다.  이상한 것은 한마디 메모와 삭제되지 않는 문장 한두 줄만으로 선생님이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느껴졌다는 겁니다. 그렇게 저는 아주 조금씩 시에 눈을 뜨기 시작했고 시에 몰입하면서 시의 즐거움을 배웠던 것 같아요.

 

지금도  시가 친구라는 제 초심이 변하지 않았어요. 계속 시와 함께했으니까요. 때론 시가 제게서 멀어졌고 때론 제가 시를 멀리하기도 했으나 돌이켜보면 시는 제 곁에서 떠난 적이 없었어요. 당연한 말이지만 시와 저는 일방적인 관계가 아니라 동등한 관계에서 함께했던 것 같아요.  글틴 친구들도 시와 어떤 관계인지 한번 생각해보세요. 나아가 시를 왜 쓰기 시작했는지, 나에게 시가 무엇인지, 나는 시에게 무엇인지 등도요.

 

이번에 새로 오시는 시 멘토 선생님은 멋지고 훌륭한 분이랍니다. 아마도 여러분들에게 즐거움과 자극을 선사하지 않을까 싶어요. 늘 응원할게요.

 

다시 만나길 기대하며,

2017년 겨울에.

고래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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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월장원 발표

고등부 월장원을 발표합니다         첫째 주 /   백색소음, <마트료시카> : 시가 여운이 있군요. 인상적으로 봤어요. '우리는 누군가의 생의 오지'가 좋았습니다. '마트료시카'가 주는 이미지와 (글을 쓰는 듯한) 시적화자의 개인적 사유가 맞물리고 있어요. 화자의 상황이 더 부각되면 좋겠어요. 화자가 깃털이나 앵무새로 비유된 것이 분명한 이미지를 그리지 못해 아쉽네요. 다소 이미지들이 모호하거든요. 또한 '생활이 없는 이곳'과 '우리'를 구체화시켜보면 어떨까 싶어요. 은유적인 선명한 정황이 펼쳐질 수 있을 듯해요.     둘째 주 /   멜랑콜리다성, <뼈 같은 너에게> : 재밌게 읽었어요. 뼈와 살의 관계를 내밀하게 표현한 시였답니다. 시적화자 안에 '너=뼈'가 있다면 죽어서야 뼈 안으로 화자가 들어간다는 것이 시적이랍니다. 그럼에도 툭툭 튀어나온 시어들이 걸리기도 해요. '여름', '파도', '외곽' 등이죠. '영혼처럼 흘러버리고'는 좀 더 생각해봐야 합니다. 무형의 영혼이 어떻게 흐르는지 감이 오지 않거든요. 오히려 '파도처럼 넘실거리'는 모습은 형상화가 되니 괜찮답니다. 그러나 제목이 '뼈 같은 너에게'라고 했기 때문에 창작자는 '너'를 '뼈'로 비유했다고 못 박는 느낌이랍니다. 차라리 '뼈'라고 했다면 '너'에 대한 의미의 확장력이 있었을 듯해요. 독자는 뼈를 보면서 뼈와 같은 누군가를 상상할 테니까요. 좀 더 내밀한 '너'를 상상하면서 감상하겠죠. 직유법을 자제하면서 시를 써보면 묘사가 더 좋아질 거랍니다.   셋째 주 /   물개맨, <목에 물음표를 걸고> : 제목이 인상적입니다. 본문에서도 물음표를 형상화한 것도 좋았습니다. 근데 시가 길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게 아닙니다. 긴 시는 긴 시 나름의 긴장감과 리듬이 있고 짧은 시는 짧은 시 나름의 긴장감과 리듬이 있어요. 형식과 내용의 차이나 취향대로 선택할 뿐입니다. 물론 짧은 시는 긴 시보다 이미지가 응축, 압축돼 있어서 시의 맛이 살아난답니다. 참고하시면 좋을 듯해요. 이 시는 시적화자가 '너'와 싸우고 멀어진 일을 후회하는 듯해요. 물론 화자는 '너'에게 물을 수 없어서 영원히 목에 물음표가 걸고 살겠지만요. 시만 보자면 해결될 수 없는 상황은 아닌 듯해요. 친구를 통해 너의 소식을 듣고 있는데 미련은 남아있지만 직접 만날 용기가 없는 듯해요. 어쩌면 인연이란 건 보내야 할 때 보내고, 잊어야 할 때 잊는 게 아닐까 싶어요. 퇴고를 할 때는 지금보다 더 간결하고 응축된 이미지를 고민해보세요. 구어체로 화자의 감정이나 심정을 풀어놓아서 설명적이고 사족이 많아 보인답니다. 마치 변명을 늘어놓은 편지 같기도 하거든요.     마지막째 주 / 쐐기벌레, <내 이름은 헤이어> : 시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하군요. 덕분에 거울 나라의 앨리스를 떠올려봤어요. 앨리스가 거울로 들어간 세계는 보이는 것뿐만 아니라 어떤 현상이

  • 고래바람
  • 2017-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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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래바람
  • 2017-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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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에는 중등부의 유입이 많았고, 시를 쓰는 수준이 높아 눈길을 끌었답니다. 수능이 코 앞으로 다가왔군요. 고 3에게 응원보냅니다. 우수작을 선정했어요. 건필하시길. —————————-         고등부         물개맨, <목에 물음표를 걸고> : 제목이 인상적입니다. 본문에서도 물음표를 형상화한 것도 좋았습니다. 근데 시가 길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게 아닙니다. 긴 시는 긴 시 나름의 긴장감과 리듬이 있고 짧은 시는 짧은 시 나름의 긴장감과 리듬이 있어요. 형식과 내용의 차이나 취향대로 선택할 뿐입니다. 물론 짧은 시는 긴 시보다 이미지가 응축, 압축돼 있어서 시의 맛이 살아난답니다. 참고하시면 좋을 듯해요. 이 시는 시적화자가 '너'와 싸우고 멀어진 일을 후회하는 듯해요. 물론 화자는 '너'에게 물을 수 없어서 영원히 목에 물음표가 걸고 살겠지만요. 시만 보자면 해결될 수 없는 상황은 아닌 듯해요. 친구를 통해 너의 소식을 듣고 있는데 미련은 남아있지만 직접 만날 용기가 없는 듯해요. 어쩌면 인연이란 건 보내야 할 때 보내고, 잊어야 할 때 잊는 게 아닐까 싶어요. 퇴고를 할 때는 지금보다 더 간결하고 응축된 이미지를 고민해보세요. 구어체로 화자의 감정이나 심정을 풀어놓아서 설명적이고 사족이 많아 보인답니다. 마치 변명을 늘어놓은 편지 같기도 하거든요.     museagain, <정지> : 오랜만에 시를 올렸군요. '범벅'을 거뭇한 소리로 명명한 게 인상적입니다. 시적 사유가 있지만 다소 시가 모호하기도 해요. 무엇보다 시적화자가 범벅을 훑고 바라보는 이유가 궁금해요. 깊이를 '끝내 알 수 없는 거뭇한 소리 범벅'은 우리의 삶을 말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등을 볼 수 없지만 화자를 둘러싸고 있는 뒤범벅들이 느껴졌거든요. 제목은 '정지'이듯 지금의 범벅이 계속 이어지는 것을요. 좀 더 시적 정황을 선명한 이미지로 보여주면 좋겠어요. 현실적인 창작자의 고민이 반영되면 어떨까 싶기도 해요.     쐐기벌레, <Home of the blues> : 오랜만에 시를 올렸군요. 노라 존슨의 노래에서 모티브를 얻었나 봅니다. 산문투여서 한 편의 소설의 한 장면을 읽은 듯해요. (가)브리엘, 아담, 노아 등 성경에서 본 듯한 이름이 등장해 다소 신화 같기도 하고 동화 같기도 합니다.시의 내용도 그렇고요. 시를 읽으면서 우울의 집과 푸른 집을 연상했는데 주석을 달았군요. 저는 굳이 영문 제목이 필요했을까 싶어요. 노래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해도 보다 분명한 제목을 붙여도 되지 않았을까 싶군요. 또한 퇴고를 많이 했다는 것도 알 수 있고요. 추측하자면 복잡하게 시를 전개한 탓이 아닐까 싶어요. 여튼 (회색) 미로를 헤매던 시적화자와 정처없이 방황했던 '너'가 푸른 집으로 왔습니다. '너는 말하는 부엉이와 세상을 여행하는 쾌활한 청년'이고 아담이 아닐까 싶군요. 부엉이 인형은 노아이고 너는 브리엘을 버리고

  • 고래바람
  • 2017-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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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래바람

    친구들의 마음이 훈훈하게 느껴지네요. 따뜻한 겨울 보내시길.

    • 2017-12-14 22:31:08
    고래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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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일영

    고래바람 시인님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벌써 일년이.. 지나다니! 앞으로 행복한날이 많이 남았으니 모두 열심히 삽시다!

    • 2017-12-13 23:50:05
    지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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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닉 유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비록 여기에 올린 시는 1편 뿐이지만 많은 것을 얻었어요!

    • 2017-12-13 13:42:07
    소닉 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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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름별

    흐어억, 깜짝 놀라서 허겁지겁 들어왔습니다...... 요새 학교 생활로 인해 자주 들어오지 못한 게 천추의 한이네요....... 그동안 정말로 감사했습니다. 시 한 편을 올릴 때마다 선생님의 평이 언제 달릴까 꼬박 기다리며 글틴에 수백 번 씩 들락날락했던 날들이 떠오릅니다. 선생님 덕분에 조금 더 시에 대해 한 발짝 알아갈 수 있었어요. 가끔씩 건네주시는 말 한 마디가 힘이 될 때도 있었고요. 그 동안 시를 봐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건강하세요!

    • 2017-12-11 21:53:01
    여름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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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들레의 꿈

    항상 따뜻한 조언과 귀한 피드백 감사했습니다!!

    • 2017-12-08 19:51:10
    민들레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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