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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4주 장원(결정판)

  • 작성자 불가사의한 Y양
  • 작성일 2006-11-03
  • 조회수 7,108

 

<10월 23- 10월 29일>


이번 주에는 도마뱀코멘트와 새로온 친구들에 대한 코멘트에 비중을 많이 두어 심사평을 썼습니다. 그간 심사평의 사각지대에 놓인 친구들이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잘 쓰는 친구들이야 대개 심사평에 오르기 마련인데, 아주 잘 쓰지도 혹은 Y양의 심기를 불편하게 할 만큼 괴상하게 쓰지도 않는 친구들은 비평의 조명을 덜 받기 마련입니다. 앞으로 혹시 제가 한번도 언급을 하지 않은 친구가 있다면, 시 말미에 써주세요. 그럼 지난 시까지 몽조리 읽고 성의껏 평을 해드리겠습니다.


처음 온 친구들의 시가 제법 많았습니다. 소문이 짜아하게 퍼진 것인가요^^. 반갑습니다. 제가 그리 품위있는 말투를 쓰지 않는 편이라, 혹 처음인 분은 상처를 받을지도 모르겠으나 별 수 없으니 적응하세요.


이번주에는 아직 주장원을 결정하지 않았습니다. 지금 할 수도 있으나, 여러분께서 후보작들을 읽어보고 추천해주시면 심사에 반영하겠습니다. (그렇다고 돈 들여서 답글 알바 쓰지 마세요. ㅎㅎ 특히 거기 학생!)

 

말미잘의 노래와 ◐의 수상작품 평은 따로 메일로 하는 게 좋겠습니다. 공인된 기관에서 주는 상이고, 심사위원 선생님들도 계신데 이러쿵저러쿵 얘기하는 게 적절치 않게 생각되어서 입니다. 

 

살림시사는 이번주 페널티! 왜인지는 그대가 알겠지.

 


이번주 주목한 시입니다.


消雨 <비행소망> <0과1> 애화 <잠 못 이루는 밤><동상(銅像)(쬐금수정)><순간(瞬間)> ◐<후> 폭풍도사<구름의 빛> 미친광대<영화> 얼빵<일초 이초 삼초><새끼줄> 에우리디케 <소풍><자터에서> 극단여행<꽃의 중심><얼굴안을 걷다> 자유의<목련> 서명원(달빛소년)<미끄럼틀><대지모><나무><토끼구멍에 볕 뜰날 없다><눈> 마틸다<우주 속에 나와 별 하나> 후경<할아버지 고희연> 미사리<시작2><천식새가 남긴 유산> 빨강머리앤<나무와 바람2> 달광소나타<실종> 도휘<산책><곶감>


@@@@도마뱀코멘트



0 消雨 <비행소망> <0과1> - 컴퓨터라는 대상을 알 수 있도록 조금만 더 거리가 가까웠으면, 약간 멀어서 추상적으로 읽혀요. 구체적인 컴퓨터관련 사물과 추상성을 연결지으면 좋겠어요. 비행소망은 좀만 더 나갔더라면 단순해도 상상과 울림이 있는데, 더 나가지 못해서 아쉬웠어요. 소우는 맘잡고 쓰면 아주 잘 쓸 친군데말야.

 

0 후경 <포장마차 속 버려진 빛> - 이 작품은 음음음음(속엣말-뭘까요? ㅋㅋ) 합니다. (신춘문예에 낼 시여서 심사에서 제외해달라고 요청)


0 戒盈- <분해자(수정)> 이외의 다른 시들에서도 공히 비유와 표현의 과잉을 문제점으로 짚어야겠습니다. 그 과잉은 설명적인 진술로 다시 한번 과잉잉잉 됩니다. 戒盈은 대상을 먼저 객관적으로 본 뒤에 자기의 생각을 입히세요. 대상보다 자신의 생각에 더 치중해 있어서 관념적으로 흐르고 있습니다. 다음은 <분해자(수정)>과 제가 단지 불필요한 부분을 빼기만 한 <지도본> 입니다. 관념적 설명을 제거하고 추상적인 것 제거하고 암시력과 환기력을 가질 수 있게 생략을 해야합니다. 구구절절 설명으로 채우려하지 마세요. 지도본은 이번 뿐입니다. 다시는 없어! (TV수상기는 그 중 나았음. 표현이 절제되어서.)


<분해자(수정)>


오랜 세월 땅속에서만 묻혀 살다가

세상을 찌꺼기로 태어난 그들의 무덤.

뒤늦은 자책과 그 옛날 과오들을 새긴 비석처럼

전과 같이 변함없는 태양 아래를 반짝여 본다.


성스러운 묘지는 바퀴의 분주함에 무너지고

새까맣게 화장된 그 자리

그래, 가을이라고

흰 깃털 붉게 물들인 어느 비둘기의 주검


하늘을 배경으로 있어야 할 날개는

어째서 여기 지상으로 내려왔을까

쉼 없이 으르렁거리는 쉿덩이들 가장자리에 서서

그 기막히고 느리고 슬픈 전위예술을 바라본다.


주제는 생명에서 난 죽음, 혹은 죽음에서 난 생명

시신은 날카롭고 비리거나 혹은 짠 향을 풍기며

수백 마리 생명을 붉거나 흰 자궁으로 잉태하고 있다.


스멀스멀한 것들

분해자는 그래도 제 소임인 먹는 일을 그치지 않는다.

오래전부터 지켜온 태초의 언약들은

그래,

나 쇳덩이에 몸 싣고 가는 동안에도

무덤뿐인 지상에도 약속을 위하여

떨어진 비상의 꿈을 가지고

수백 쌍 작은 퍼덕임

하늘로, 하늘로 되돌아가겠지.

하늘로…….


----> 아래는 <분해자(수정)>을 가지고 문장을 삭제했고, 한 줄은 순서를 바꾸었음.


그래, 가을이라고

흰 깃털 붉게 물들인 어느 비둘기의 주검


하늘을 배경으로 있어야 할 날개는

어째서 여기 지상으로 내려왔을까

시신은 날카롭고 비리거나 혹은 짠 향을 풍기며


수백 마리 생명을 붉거나 흰 자궁으로 잉태하고 있다.

스멀스멀한 것들


오래전부터 지켜온

그래,

그 기막히고 느리고 슬픈 전위예술을 바라본다.


0 연화도령 - <무제> 일단 관념적이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두렵다는 직설적 표현도, 설명으로 느껴지기 보다 여운을 주고 있습니다. 아쉬운 점은 단순하다는 겁니다. 구름과 석양의 피칠갑이 좀더 상상력을 발동시키고 확장시켜야 했는데 딱, 그 모습만 그리고 있어서 일차적으로 읽힙니다. 상상력을 좀더 활용해보세요. 


0 이중성 - 쪼끔, 쪼끔 나아졌네요. <늑대>는 이중성 시에서 처음으로 구체적 대상이 등장해서 좋았는데 내용은 또 이러했다 저러했다 설명하는 진술. <상처>는 표현은 직설적이어서 시적이진 않았는데, 그 상상력이 한 단계 두 단계 세 단계까지 진출해서 상상력의 진행이 좋았다는 점. 더 갈궈야겠어 아무래도.


0 펜끝의자유 - <아버지> 시 보다 시 밑에 쓴 시작메모가 더 울림이 있네요. 시작메모처럼 시를 쓰세요.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너무 직설적이고 설명적입니다. 하지만 이 구절은 좋았습니다. “그러나 전 웃었습니다/당신이 행복해 보였기 때문입니다”


0 에우리디케 - <소풍><장터에서> 이렇게 맑고, 이렇게 속 깊으니 Y양은 에우리디케의 시를 읽을 때마다 참 착해지고 좋아요.


0 Arcturus - <가을 하늘을 우러르다> 가을하늘을 먼저 묘사해주고 그 다음에 내 마음의 풍경을 그려 연결시켜보세요. 쓰여진 마음에 비해 정작 대상이 되는 가을하늘이 생생히 나타나있지 않으니, 공감하기 어려워집니다.  


0 래나한 - <이 나라에서> 고갈된자유라는 아이디를 썼던던던....래나한은 정치현실에 관심이 있나봐요. 지난번에 <철조망을 가운데 두고>도 그런 내용이었는데. 차라리 지난번 시가 더 나아요. 그땐 형상화가 되어 있었는데, 이번에는 진술로만 되어 있어서 시적 형상이 안 그려집니다. (앞으로 아이디 바꾼 거 표시안했다가, 나한테 걸리면 내 조수로 쓸 거야, 무보수로!)


0 달콤소음 - <건더기> 발상이 좋아요. 상상력이 신선합니다. 제목도 내용을 풍부하게 해줍니다. 아주 짧고 단순하다는 게 걸리지만, 달콤소음이 이런 눈으로 시를 썼으면 좋겠어요. 파이팅!  


0 sylvia - < 그대 지나가는 그 길가에 서서.. >< 그저 일상일 뿐… >< 세상살이 철학 ><슬픔의 이유는 간단한것이다.> 음.......음....화를 자제하고....시라기 보다 줄줄이 설명, 감정의 토로, 발상의 구태의연함. 너무 쉽게 시를 쓰고 대상을 찬찬히 바라보고 묘사해보거나, 의미있는 것을 발견해보려하거나, 관념을 집어치우고 구체적인 대상에서 출발해보세요. 위의 시들은 시라고 할 수 없는 것이나, 그 중 <그저 일상일 뿐...>이 관념이 아니라 구체적인 대상이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입니다. 희망이 보입니다. 




@@@@ 떴다, 새로온 샛별


0 서명원(달빛소년) - <미끄럼틀><대지모><나무><눈> 재미있고 독특한 매력이 있는 시들을 쓰는 군요. 추상과 구상을 적절히 교직할 줄 아는 능력이 있고, 사유가 남다릅니다. 짧아서 좀 아쉬운데 호흡을 일단 한 두 번 더 늘여보길 바래요. 나중에 달빛소년아이디로 올린 수정본들 보다 원본이 더 좋아요. 재미있어서 시를 올립니다. --> <토끼구멍에 볕뜰날 없다>는 호흡이 짧다는 우려를 해소할 만큼 긴 시입니다. .



<미끄럼틀>


미끌미끌 끌끌끌 너희가 태어나는 쇳소리

미끌미끌 끌끌끌 소리 없이 태어나는 생채기


너희가 부모 없이 미끄러질 길 낄낄낄

내 입과 항문의 길을 막아서


아이를 가지고 싶다


<대지모> 


사람이

땅 밟고 큰 것이 아니라

땅이

사람 밟아 다지고 다져줘서


사람의 씨를 키우는 것이다


<나무> 



형은


컴퓨터에 뿌리박은

금속 나무


인터넷에서만 심장을 갖는

플란더스의 개를 안고 죽은

네로


<눈>


도둑눈이 봄눈 돋듯 녹아버린 날

그날 태어난 그의 결정은 복잡했다.


그의 결정이 눈물 속에 떨어진다.



0 폭풍도사 - <구름의 빛> 감성이 좋아요. 사물과 조응하는 심성을 가졌군요. 제법인데요. 언어도 결이 곱고. 다만, 파란펜같이 설명하는 부분이 걸립니다. 게다가 신비롭다,는 표현이 세 군데나 남발되고 있어요. 말로 신비롭다고 하지 말고 신비로운 모습을 보여주면 되는 겁니다. 신비로움은 독자가 알아서 느끼게요. 다음을 기대하겠습니다.


구름의 빛 

                폭풍도사 

오늘따라 왜 그렇게, 그렇게

특별해 보였던 것일까.

울렁거리고 신비로운 향내가

내 머릿속에서 출렁거려 그런것일까.

갈라진 구름의 대지들은

섬을 만들고 계곡을 만들며

신비로움게 변화했고

그 켭켭이 둘러쌓인 구름들 만으로도

마음속이 꽉 채워져 갔다.

하지만 진정으로 아름다운 것은

구름들의 갈라진 틈으로 내리쬐는

찬란한 황금물결의 빛.

구름들에 섞여서 오링오링하게

'땅'까지 내리쬐며

황금커튼을 창공에 펼쳐놓는

그 아름답고 신비한 변화.

아아, 어릴적의 조각을 다시 찾아

깨어진 그림에 끼워맞출 수 있게 되었네!


0 아엠미노 - <忍苦가 그립습니다> 추상어와 관념어가 넘쳐납니다. 인고, 에 대해 쓰고 싶다면 인고를 대신해서 형상화해줄 어떤 대상이나 사물, 사건에 빗대어 표현해보려고 노력해 보세요. 소설도 마찬가지입니다. 인고,에 대해 쓰고 싶다면 인고하는 인물,사건,배경,구성 등등이 필요하지요. 시도 시의 기본적인 문법이 있습니다. 초짜라고 하시니, 실망말고 마음 편하게 계속 써보세요. 첫술에 배 부르겠습니까? 이슬만 먹어도 배가 부른 Y양이라면 몰라도(오늘은 이슬은 안 먹어서, 아 신라면 먹고 써야겠다.....) 

 

0 샤랄라소녀 - <봄밤> 언어는 고운데, 감정이 너무 드러났어요. 감성적인 장점이 엿보이니 감정을 자제하고 묘사를 좀더 구체적으로 공들이면 잘 쓰겠어요. 샤랄라소녀, 음 아이디 좋다. 나도 문득 아이디를 바꾸고 싶어지는군. 샤랄라마녀 흐흐흐


0 형광 - <사탕껍질> 전체적으로 구체성에서 출발해서 일단은 좋았습니다. “나름대로 자기 이익에 따라 필요한 것만 챙기는 세태를 비판하고 싶었는데”라는 시작메모를 읽었는데, 그런 관념적인 의도를 형상화를 통해 보여주려고 한 점을 높이 사고 싶습니다. 시가 무엇인지 기본적으로 안다는 것입니다. 아쉬운 점은 사탕을 감싸고 있을 때와 사탕이 없어졌을 때의 사탕껍질에 대한 묘사가 부족합니다. 그래서 일차적으로 읽힙니다. 좀더 풍부한 형상을 담아주세요. 


0 미쁘다 - <카메라> 상큼한데요. 발상이 신선해요. 시각적인 사진첩에서 청각적인 찰칵소리를 끄집어낼 줄 아는 능력은 시적인 능력입니다. 앞으로 기대가 됩니다. 아직은 단순한 게 아쉽지만, 그런 발상으로 계속 시를 써보세요.


0  휘연 - <그대에게>에게 같은 시는 영 시가 아니었는데, <홍시>를 읽으면서 시의 중심소재로 전체를 엮어 의미망을 만들 줄 아는 구나 안심했어요. 너무 ‘홍시’라는 것에만 모든 이미지가 맞추어져 있어서 동어반복을 조심하고, 홍시를 중심으로 두되, 인접 이미지로 옮겨가는 연습을 해보세요. 기대가 됩니다.

 

0 검은거울 - <식사><변태> 변태는 너무 설명과 직설이라서 많이 걸리지만, 그래도 그 비판적 에너지가 생생합니다. <식사>가 차라리 구체적 언어로 구체적 상황을 그리면서도  상상으로 비약하는 측면도 있고, 역시 장점은 시적 에너지가 살아있다는 것입니다. 상상력을 좀더 발휘하면서 에너지를 드러내보세요. 에너지는 미친광대같습니다.(아이디가 검은거울?, 미친광대랑도 어울린다 사귀어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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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실망입니다. 글틴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하며 실험적으로 글틴추천장원제를 도입, 과감히 문화예술위원회의 허락도 받지 아니하고 시행했으나, 반응 저조....침묵....

불가사리관리자한테 구박만 받음....

일종의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원하였으나, 대개는 자기 시를 올리고 남의 시는 읽지 않고 댓글도 없이 쌩(까고. 삐-익 방송불가음)~

다시는 이런 방식은 안할래요.

그래도 일단 시행한 것이니까, 득표수는 민망하지만 공개하겠습니다.


달광소나타 <실종> 1표

에우리디케 <장터에서> 3표

애화 1표

미사리 <시작2> 1표

빨강머리앤 <나무와 바람2> 2표


하여, 에우리디케 <장터에서>가 최다득표로 주장원입니다. 잘 쓴 작품이고, 단 세 표이지만 저도 마음으로 찍고 있던 터라 여러분의 안목에 동의합니다. 그 외에 자유의<목련> 달빛소년<토끼구멍에 볕 뜰날 없다>도 주장원으로 올립니다.


아까운 작품으로는 극단여행의 두 편과, 애화<잠 못 이루는 밤>이지만 훗날을 기약하겠습니다. 당선작의 자세한 심사평은 심사가 뒤틀려 생략하겠습니다.

다만, 투표에 참여한 글틴들은 약속대로 11월 1주에 인센티브 심사평 올리겠습니다.



장터에서 


                에우리디케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지르는

섬진강 줄기따라 화개장터에는

모처럼 놀러왔다가 그만

박제가 되어 버렸다는

로마 병정들이 울고 있었다.

청계천은 작은 하천이지만

서울에서 흐르고 있다.

청계천보다 더 큰 하천이

섬진강에 이르러 기지개를 켠다.

수나라 양제가 판 운하보다도

더 큰 하천이 기지개를 켠 모양이다.

인사동에서 놀러 왔다는

페르시아 코끼리가

삼국지에 나온다는

관운장 눈을 뜨고

시장님이었던 한 사내가

혼자서 운하를 파고 있는 모습을

무섭게 노려보고 있다.

코끼리는 다 들어가지도 못할

화개장터에서 들리는 정겨운 소리는

틀림없이 코끼리가 매를 맞을 때

성모님이 아기천사들을 데리고

쎄쎄쎄를 하는 소리일 것이라고

적어도 나는 믿는다.

 

 

 

목련 


                자유의




겨울에도

그 가지에는

언제나 새가 앉아 울었다


얼마 전에 막 옮겨 심었다고 한다

그 작은 목련나무는


새를 이끌만한 그 무엇도

나무에겐 없었지만

새는 언제나

불안한 가지에 앉아있었다


차도에서

차에 치인듯한 새의 시체를 발견한 것은

목련꽃 봉오리가 막 생겼을 무렵


새가 더 이상 앉아있지 않은

그 목련이 꽃을 피우자

나는 왈칵 눈시울이 붉어졌다


백목련인 줄 알았는데

자목련이였다



 

토끼구멍에 볕들 날 없다 



                               달빛 소년

 

1969년 7월 닐 암스트롱은 달에 착륙했고 그 뒤로 달에 간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어째서 그들의 손에는 찹쌀떡이 들려있지 않았을까 토끼처럼 겁이 많던 한국인들은 그 한마디를 입 밖으로 내지 못했다


풍류인의 눈에 달이 계집처럼 보이듯 덕배의 눈엔 달이 먹거리로 보인다 달을 안 끓여주면 굶어 죽겠다는 아들을 보고 아버지는 집을 나갔다 그 날로 덕배는 밥도 굶고 100일간 달만 바라보았다 100일째 되던 날 꿈속에서 노린내가 나는 따뜻한 달 한 사발을 먹었다 왠지 털이 덜 뽑힌 토끼가 산 채로 씹혔다 다음 날도 달이 떴지만 덕배는 조용히 어머니가 해놓은 밥을 먹었다 덕배가 죽을 때 까지 토끼탕을 먹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덕배는 철이 들면서 식욕이 사라졌다 달나라 토끼들에게 괜히 미안했다 미안한 마음에 방구석에서 괴로워하다가 결국 사람만한 토끼가 되어버렸다 덕배의 마음은 편안해졌고 참 편안하게도 아버지가 달나라 토끼가 되어 돌아왔다 많이 컸구나 찹쌀떡을 건네는 아버지가 너무 작아보였다 그래서 덕배는 자기도 달나라 토끼가 되고 싶다는 그 한마디를 입 밖으로 내지 못했다


아버지가 달로 돌아가신 다음 날 닐 암스트롱은 달에 착륙했다 TV에서 벙긋대는 그의 입에서 토끼탕 냄새가 났다 토끼처럼 겁이 많던 덕배는 토끼구멍으로 토꼈다 그리고 영영 토끼구멍에는 볕이 들지 않았다



불가사의한 Y양
불가사의한 Y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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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주 장원

  이번주 주장원은 unknown<공기놀이>입니다. 공기놀이                   unknown 조그만 손으로 옹알옹알 거리는 폭죽을 집어폭죽놀이를 하던 시절 고비에 다다르면미간에 인상을 잔뜩 구겨넣곤세세하게 뜯어보는 쬐끄만 애들 그동안 고마웠다..고 쓰니 아직 조금 더, 여러분이 예쁘게 자라나는 모습을, 그 성장을 시는 다른 장르에 비해 주관적인 관점이 많이 작용하기 때문에 현장에서 학생들의 창작을 직접 지도하고 계신 분이어서 새로운 각도에서 보아주실 겁니다. 글틴과 시를 모두 사랑하는 마음을 멈추지 말기를 바랍니다. 정우영 대장님, 관리자 불가사리Y군께도 신세를 많이 졌습니다. 감사합니다. 글틴들을 만난 것이 제게는 신춘문예 당선된 것보다 더 기쁜 선물이었다는 것을 2006. 11월. 사악한 불가사의한 Y양 올림.

  • 불가사의한 Y양
  • 2006-11-29
11월 1주 장원

  누군가에게 자기도 모르게 불리워지는 걸 보면 이 세 명의 아이디는 대박이 틀림없습니다. 그러나고구마 : 저는 모든 언어는 관념이라고 생각해요. 가령 고구마라는 말을 했다고 치면 고구마라는 말은 단지 고구마라는 말일 뿐이지 진짜 고구마는 아니잖아요. 사람들은 고구마라는 말을 듣고 고구마를 먹은 경험,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군고구마가 무척이나 뜨거웠던 경험, 고구마를 밭에서 캔 경험을 이어붙어 자기가 알고있는 고구마를 떠올리겠죠. 중요한 건 단어 보다는 상황을 얼마나 그럴듯하게 만들고 그 단어가 적절하게 쓰였는가 하는 점이겠지요. 추상을 구체화하는 게 詩가 아닐런지 찢긴 종이 아버지에게서 그 무당집에서 점을 보던 김씨의 소식이 들려온다. 들을 수 없지만, 한 방울 눈물에는 그런 말을 울부짖는 늑대가 들어가서 울음소리는 남아 세상 어디엔가 보금자리 찾을 날이 다가 올 것이다. 손에 쥐고 있는 볼펜을 볼 때면 늑대 눈물 흘리고 책상 앞 볼펜에서도 울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고 속삭인다. 누군가. 볼펜이 종이를 찢어 놓았다.  **** 후경의 이 시를 읽고 음 주장원, 단박에 찍었습니다. 후경의 이 시는 아름다우면서도 주술적인 비밀의 세계를 엿보는 듯한 느낌을 불러 일으킵니다. 무당 기차 늑대 볼펜 등을, 체크무늬처럼 엇갈려 교직하며, 중심 키워드 몇 개를 서로 연결하고 있는데 이질적이면서도 서로를 끌어당기는 낯선 이미지를 창출했습니다. 발상과 상상력, 분위기가 아주 매력적인 시입니다. 다만 종종 비문이 눈에 뜨여 바로잡아야 겠습니다. 시적허용을 뛰어넘어 애초에 말이 되지 않는 비문은 시로 받아들일 수 없는 것입니다. 일부러 단조로운 문장을 조금씩 어긋나게 하고 생략시키고 이질적인 것으로 구성하려 의도한 문장이라도, 비문이어서는 안됩니다. 이 점 명심하기 바랍니다.                  내 손에는 불씨가 들려있었다. 3. <달빛 소년> 달나라서 황제가 되었다.방앗간을 허물고 토끼들을 착취했다.(황제는 그것을 개혁이라 불렀다.)나는 이혼을 원해요.매순간 수 많은 사람들과 이혼했다.(빗속으로 사라져간 그들은 돌아오지 않았다.)결국, 다음 망명장소를 찾던 중에범죄자로 전락,그렇습니다. 나는 시인이 될 수 없습니다.하고 죄를 시인했다.자금성의 늙은 귀뚜라미처럼달나라에 흔적 없는 흔적을 남겼다. 6. <달광光소나타> **** 달광군의 세 편 모두 너무나 매력적이어서 아주 놀랬습니다. 특히 <달광소나타>는 여섯 개의 시편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각각의 독립된 시편들이 그 자체로 상상력과 완결성, 의미를 가지면서도 전체적으로는 서사의 흐름이 이어지고, 마지막연에서 둥글게 그 이야기가 하나로 모아져 아름다운 달처럼 의미있게 떠오르고 있습니다. 달광군은 그동안 다양한 시적방법을 모색해 왔는데 이번 주에 비로소 그 가능성이 구체적으로 열매맺기 시작

  • 불가사의한 Y양
  • 2006-11-22
10월 5주 장원

    처음 시를 올린 친구들은 수줍고 부끄러운 마음을 알기에 제 한 마디가 힘이 될 터이고, 자주 올리지만 심사평에서 제외되는 친구들의 경우는 반복되는 문제점과 가능성이 훤히 보이니 그것을 짚어주면 분명 성장할테고, 잘 쓰는 친구는 잘 쓰는 대로 더 업그레이드 되도록 부족한 점을 채찍질하고 싶은 - 저의 과다한 욕심과 의욕이 불러온 부담이었습니다. 게다가 조금만 언급해도 다들 시가 놀랄만큼 좋아지니 정말 한 명 한 명을 그냥 지나치기가 어렵고 취사선택을 하기가 버거웁고....궁냥궁냥에서의 시심사평에 관한 애정어린 걱정에 마음이 아프고 그래도 잘 고쳐질 것 같지가 않으니......제 자신이 아직 누구를 가르치거나 심사할 자격이 없는 것 같기도 하고....   이번주에도 미친 듯이 다들 좋은 작품들이어서 어떤 시를 주장원으로 선택해야 하나... 이번주 주목한 시들입니다. 많습니다. 모기 피 그 피 누구 피일까노동자 착취기업 기사가 실린 면을 펼쳐체액의 표정을 본다 를 노려본다 이지만 -->모기가 피를 훔쳤다는                                                           너무 과격하게 튀는 시어. 착취와 어울리는          시어였으면. 사형도구노동자 착취 기업 기사가 실린신문지 밖에 없다 그러다 사막을 만났던가요.게는 옆걸음으로 사막을 횡단하려다마른 등딱지가 파삭 금이갔어요. ***** 달광소나타는 좋은 벗을 만났군요. 달빛소년과 달광소나타의, 서로 시를 성심껏 읽어주고 의견을 나누는 모습이 아름답고 부러웠습니다. 달님들은 예쁘기도 하셔라. ^^ 한 권의 좋은 시집을 읽으면서 영향을 받는 게 10이라면, 경쟁자이자 동료인 문우의 작품 한 편에서 영향을 받는 게 100입니다. 그래서 문학을 하는데 좋은 친구들이 달무리처럼 둥글게 내 주위를 감싸고 있으면 내 문학이 좀더 환해지겠지요.                          미친광대 조소처럼 고춧가루가 머물러있었다  처녀 적에 내 어머니는 유리그릇 먹은 것도 게워버리곤 했다--&

  • 불가사의한 Y양
  • 2006-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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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아하는 사람들이라... 하긴 저도 전에 가출극을 했었다는; 3일만에 왔지만

    • 2006-11-15 20:57:37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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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

    힘내시라뇨. 지금은 힘을 빼려고 노력중인데... 무슨 가출청소년도 아니면서 몇일을 못 버티고 돌아왔네요. '좋아하는 사람들' 울타리 안에 들었다니... 뭐랄까... 음. 뭐랄까...

    • 2006-11-14 23:15:54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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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

    와와 나도 투표할껄... 하지만 아직 남의 시 보고 무어라 평가를 못하겠어요 그냥 다 좋아보이던데 흑흑 (난 뭘까... 덜덜 ㅋㅋ)

    • 2006-11-13 23:27:59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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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

    축하 축하 ㅎㅎ

    • 2006-11-13 19:30:06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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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

    저기... 아무리 세보아도 전 두 표 뿐인 것 같은데요... 아닌가???

    • 2006-11-13 15:51:15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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