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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면의 끝자락

  • 작성자 위다윗
  • 작성일 2024-03-28
  • 조회수 235



이 이불은 나를 덮기에는 조금 작은 것 같아

가장 가리고 싶은 얼굴을 가리면 나의 악취나는 발가락이 보이거든


그들이 나의 미래 그들의 미래 우리의 미래에 대해 대화하는 걸 듣고 싶지 않아

끝도 없는 화장실 물 내리는 소리

너가 이렇게 말해서 내가 짜증나잖아

어제 내가 세탁 부탁한 옷을 아직도 않 맡긴 거야?

여보, 거기까지 가려면 언덕을 넘어야되요


이제 그만

볼 거 다 봤고

웃어볼만큼 웃어봤고

울어볼만큼 울어봤어


연필이 부러지도록 시도 써보았고

사랑이 도망가도록 사랑을 쫓아봤어


무릎에 상처가 나도록 꿇어보았고

거울에 구멍이 나도록 내 얼굴앞에 서봤고

오늘은 작년 일기에 담겨진 나의 모습과 판박이인데


다만 친구들을 피해다닐 뿐이야

선생님들의 발걸음이 들리면 복도의 건너편으로 내 걸음을 옮기고

부모님이 방 문을 여실때면 내게 익숙한 이불속으로 들어가지


아 따뜻하다

오늘 공부는 잘했니?

학교는 별일 없었고?

별일 없이 힘들었는데

그런 걸 누구한테 말한담


십대들은 시를 쓰기보단

담배를 씹는 게 좋을지도 몰라

책속에 묻히기보단

클럽에서 춤을 추는 게 좋을지도 몰라


그래도 울지마

우리에겐 꿈이 있잖아

두 눈을 감아봐

의식을 멈추어봐

잠시만이라도

너의 얼굴을 감추고

몸을 덮어봐


그때 우리는 고래와 상어와 돌고래와 물뱀과

우리가 끌어안고 내뱉었던 모든 생명들과 함께

새로운 세상의 동이 트는 것을 보게 될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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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멘

하나님 죄송해요. 또 망쳤어요. 제가 숨쉬는 이 세상은 당신의 이름을 싫어해요. 그래도 다행인건 제가 뭘 하나라도 망치면 박수를 쳐줘요. 모두가 누군가가 자기보다 완전히 못나기를 원하는 심리지요. 하나님 제 기도를 듣고 있으시나요. 정말로. 가족과 매일밤 다투고 헝클어진 머리로 편하게 대화할 친구도 없는 학교에 가요. 절 성자로 부르심을 믿습니다. 제가 뒤지는 날 저에게 박수 쳐주셔야 되요. 하나님 저 도와주세요. 잘 살고 싶어요. 새벽 내내 쌍욕을 해대는 노래속 심취해 있어도아침이 되면 무릎을 꿇고 찬양을 부릅니다. 이 시는 안네의 일기가 아니지만 이게 제 인생의 풍경이네요. 죄송해요 제 기도 좀 들어주세요 도와주세요아멘

  • 위다윗
  • 2024-04-24

뚝. 뚝. 뚝. “나를 잊지 마라”땅을 향해 하늘이 노크한다아스팔트 바닥 위, 서서히 팽창하는 둥글고 푸른 원외에 사건의 흔적을 볼 수 없다 뚝. 뚝. 뚝. “행복은 찰나이다”미인은 화상을 입었다세상이 아름다워지기 시작해 들뜬나무들, 사람들과 새들은 하나같이 하늘과 함께 눈물을 흘린다희망의 목을 뒤튼 실망은 금세 절망이 되고절망은 공허한 심연이 된다새하얀 드레스를 입은 벚꽃과의 신혼여행이 끝나고 녹색 정장을 차려입은 어린 나무들과 뛰어놀았던 일이 바로 어제인데 탈옥한 죄수복처럼 젖은 이 공기는 무엇인가? 옛 아름다움을 잊어버리고새로운 아름다움에 갓 적응했건만 이 흉흉한 어두움은 무엇인가? 혹자는 말한다 아프니까 청춘이라고. 그 말이 만약 사실이라면 비가 오니까 봄인가보다

  • 위다윗
  • 2024-04-21
새벽 이별

난 알지 못했다남자를 잃어버리는 여자의 마음을그녀가 골목에 나와 미세먼지로 뒤덮힌 계단에 앉아있는 심정을여자는 남자를 잃고남자는 여자를 잃지만나는 너를 잃었다남자와 남자의 사랑은한 여자를 얻기에는 좌절한 실패가 원인이었다심리학자들은 나의 심장을 칼로 도려내내 손 끝에서 출혈된 한글과 영어를 해석하다작가가 영개국어였음을 발견한다동성애 이성애 양성애성애, 내 사랑 LOVE OF MY LIFE키가 큰 남자 근육이 많은 남자머리에 가진 게 많은 남자 다 갖고 싶은걸아빠가 내 손에 깍지를 끼고까까머리 소년의 머리를 쓰담드으셨을 때이 소년의 머리에는 오직 오만원짜리 건담이 들어있었음을 알았을까사실 이 아이는 당신의 생일조차 알지 못했다는 걸 알았을까이런 생각을 하며 소년은 장난감 가게 문을 연다이곳은 천국인가 미국인가진열장에 조명을 흡수하며누군가 집어줄때까지 나무판에 박힌 불쌍한 남자들을 본다그러나 그들은 소년을 기다린 건 아니었다자기가 신데렐라라고 믿는 사랑스런 소녀가구두가 벗겨지도록 뛰어와 자신의 가슴을 와락 끌어안는, 그런 과분한 장면이 그들의 판타지였다소녀는 왕자님 인형을 잃고소년은 생일을 모르는 아버지를 잃지만나는 너를 잃었다계속해서 흐르는 내 눈물도내 오줌도내 문장들도너의 낡아진 이름을 새벽이슬처럼 적신다난 알지 못했다너를 알지 못했다

  • 위다윗
  • 2024-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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