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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위다윗
  • 작성일 2024-04-11
  • 조회수 190

안녕! 잘자고 있니? 



여기는 너의 꿈이야


너는 이미 베개와 이불속에 묻혀 또 한번의 장례식을 마쳤어




두 눈을 잠시 감아봐

난 너가 이 시를 너의 눈이라는 껍질 너머로 읽기를 바래


“넌 누군데?”


나? 

귀신과 천사 그 사이 좁은 문, 

존재들이 숨을 쉬고 거두고 서로의 몸을 마시고 뱉어내면서도 결국 다시 엉킨채로 사는 세상의 진정한 군주


오랫동안 말하지 못했던 일들을 말하고

오랫동안 말해온 것들을 침묵시키는 정령이야


“난 정말 지금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읽히지 않아. 그래도 신기하게 널 들을 수 있어.” 


너가 무엇을 보는지 읽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애초에 시는 눈으로 볼 수 있는 게 아니라

전등이 꺼진 어둔 다락방 속 홀로 흐느껴 우는 가슴으로 보는 거니까


내가 지금 너와 대화할 수 있는 이유도 

너가 아무도 없는 골목길

 문을 닫은 상점들

별이 없는 하늘

누구에게도 연락이 오지 않는 핸드폰을 갖고 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야 


“내가 너와 대화할 수 있는 이유가 바로 내가 눈물을 쏟게 만드는 이유와 같구나. 내가 널 환영해야 하는게 맞는건지 모르겠어.” 


넌 이제까지 매번 나를 피해왔지

그렇기에 너에게 아직 나의 신비를 다 보여주지 못했어

그 공포와 아픔과 아름다움과 경의와 감격을 


잠시 후면 너는 다시 두눈을 뜨게 될거야

너의 눈에 떠오르는 태양이 보이기 시작할때

전과는 다른 삶을 살지도 몰라 


너의 감긴 두 눈이 나를 보게 될지도 몰라 

그때가 되면 너는 내가 누구인지를 물을 거고

나는 너에게 휴지를 건네줄거야 


안녕! 이제 난 존재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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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다윗
  • 2024-05-17
수영장

변호할 수 없는 삶들을 변호하며 돌아갈 수 없는 과거로 돌아가며 우리는 일곱살때 처음 수영을 배운 수영장으로 돌아간다 먼저 겹겹이 감은 옷을 벗고 맨살로 친구들을 만나고꽉 끼는 수영모자, 수영바지를 장착. 무지개 색 삼각수영복을 입고 계신 선생님을 만나고말을 할 수 없는 물을 먹으며 우리도 더이상 말 할 수 없게 되었다 왜 내가 매일 인스타에 들어가는지왜 내가 나의 귀를 테일러에게 맡기는지왜 내가 나의 검은 거짓말을 하얀거짓말이라고 합리화하는지 정말로 이해하고 싶다면너도 겹겹이 감은 옷을 벗고내 손을 잡고추억의 수영장에 가보자아무도 말 하지 않아도 되지만 물을 첨벙첨벙 튀기면둘 다 바보처럼 웃을 수 있을테니…굳이 한마디 한다면내가 바보가 되는걸 허락해줄래?

  • 위다윗
  • 2024-05-15
죄가 없는 자가

죄가 없는 자가 돌을 던져라그러나 돌을 잡은 자가 던질 것이다 까마득한 과거속 반짝이는 바다와 태양 사이 아늑한 해변에서아버지는 내게 말하곤 했다 이왕이면 가느다라고 날카로운 조약돌을 찾으라고 깨진 술병과 유리잔들에 박힌 어린이의 새하얀 손은 피로 물든다 우리 신발 사이로 길을 잃은 꽃게들중 대다수는 내가 밟아 죽였다 해변에 가기 전 들판에서 뛰어놀며 꺾었던 꽃들은 셀 수 조차 없다 죄인은 죄인을 의인은 의인을 게이는 게이를우리는 우리가 누군지 너무 잘 안다 죄가 없는 자가 욕을 해라그러나 할 일이 없는 자가 할 것이다 까마득한 과거속 반짝이는 의상을 입은 아이돌에 대해 사촌누나들은 내게 말하곤 했다이왕이면 가장 섹시한 남자를 보라고불꽃이 되어 화면 너머로 화살을 쏘았던 나의 두 눈은 그에게 사랑을 고백했다 우리가 사랑한다 말했던 이들 중 몇명은 자살했고 아무도 울지 않았다 세상에 넘쳐나는 인형들 때문에 비싼 우리 눈물을 낭비할 수는 없지 않은가? 포르노 스타는 포르노 스타를아이돌은 아이돌을 마약쟁이는 마약쟁이를 우리는 우리가 누군지 너무 모른다

  • 위다윗
  • 2024-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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