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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를 말하기

  • 작성자 데카당
  • 작성일 2024-04-14
  • 조회수 1,076

미래를 말하는 사람은 현재에 산다

과거를 말하는 사람은 현재에 산다

현재를 말하는 사람은 현재하지 않고

현재에 사는 사람은 언젠가 현재를 중얼거렸다

현재에 앉은 사람은 봉을 잡고 실존을 외쳤다

현재를 걷어찬 사람은 침대에 누워 옹알댔다

지금 살아있는 사람은 매트에 누워

베개에 이마를 댄 채로

공허한 눈을 검정 바탕에 고정한 채

공허한 말들을 공허하게 두드리고 있다

미래를 말해봤지만 재미가 없다

과거를 말하려 했지만 기억이 없다

현재를 말하기엔 생각이 늦어버렸다

현재를 말하기의 어려움을 아시려나

현재가 무엇인지 아시려나

크기가 없는 유령을 아시려나

현재를 말하는 사람이 없었음을 아시려나

과거에 등을 붙이고 앉아

미래로 햇살을 가리고

현재를 말하기 위해 뻐끔뻐끔 연습해본다

지조.마취.절개.할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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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가지 소리

푸르르뤠루뢔루으르으르르왁 프루르르루뭬르오르르무악 풀훽 빨간 책을 펼치자 나오는 회갈색 속표지 온천을 비집고 들어가면 보이는 증기 속독을 배우는 아이의 손목 안경에 응결하는 증기 지탱가능 곡선을 넘는 긴장 헛기침에 돌아나오는 물방울 불지른 책을 들고 나오는 아이 온수 끊긴 온천 잿가루 묻은 손에 들린 새빨간 책 스며나오는 천연가스 벌겋게 물들어 예쁜 손가락 향긋한 냄새 노란 꽃받침 주위 돋은 발간 꽃잎 숨 막힐 듯한 향기 맨들맨들 영롱한 꽃받침 숨을 막는 냄새 소금물에 데쳐 먹자ㅡ 지금 불 놓으면 된다ㅡ

  • 데카당
  • 2024-05-01
낙하

띵 울리는 머리, 꿈떡이는 혈류가 팽팽 돌아 황조롱이의 발톱 사이로 내린다 가지에 비벼지는 부리 사이로 미처 닦이지 않은 혈전이 툭 떨어지면 입을 벌린 채 지저귀는 나는 손가락 마디마디 핥아가며 깨끗이 해치운다 바닥에 빌빌대는 나는 이제 바구미와 쌀자루에서 노니며 혈전을 먹은 쌀 위에서 바구미를 끌어안고, 바구미와 뒹굴고, 바구미의 림프를 맛보고 바구미가 나를 보면 나는 바구미의 겹눈 사이에 겹쳐 쌀겨로 목을 동여매고 바구미는 피부를 질근질근 돌려가며 쏠아낸다 껍질 벗은 매파는 뜨끈한 혈전과 바구미를 주선하고 이들은 곧 백년해로ㅡ 황조롱이가 다시 날아오를 때, 혈로를 들이킨 쌀이 바닥을 보일 때, 바구미와 함께 나아갈 논과 밭이 갈아져 있어야 한다 바구미가 혈전을 뿌리고, 가짜 피를 솎아내고, 배고픈 계절이 돌아올 때, 혈전이 자란 햇벼엔 내 머리가 주렁주렁 고개를 숙이고 있을테지만 노랗게 익어가기 전에는 피가 오르지 않을 것이기에, 황조롱이의 총배설강으로 나가는 것은 스스로 뜯어먹은 요산 뿐, 쌀겨 하나 보이지 않는구나 하얀 들판을 기다려야 하리라, 황조롱이의 발톱마다 혈전이 주렁주렁 걸려 각질이 마를 틈이 없고, 쏠아낸 가죽을 덮어 예민해진 바구미를 보기 위해서 하얀 들판을 들추면 돌돌 말려 단단히 묶인 햇벼들이 부둥켜 안은 꼴이며, 머리만 떼이고 나뒹구는 살덩이며, 아직도 얼지 않은 혈로며.. 누렇게 뜬 혈로에 후ㅡ불어라, 불어서 덥히고 그 위를 뒹굴어라, 바구미에게 들판 사이사이 검게 늘어붙은 혈전 많기도 많으니, 황조롱이야 이리로 와보렴, 할 일이 있으니, 거기 전봇대를 박차고 떨어져보렴, 어서 바구미 숨소리 쉭쉭거리는 들판으로 내려와 너가 흘린 것들 좀 닦아보렴 이 모든 점들이 내 머리에서 나왔다니, 이 모든 것을 흘렸다니, 뛰어내리렴 뛰어내리렴, 나는 것보다 빨리 올 수 있잖니, 뛰어내리렴, 뛰어내려야지 아니, 아니 내가 가는게 맞겠지 같이 돌아오는 거다,

  • 데카당
  • 2024-04-29
먼지 쌓인 낮잠

농군을 상상하는, 책상에 틀어박힌 조난자의 봄 한 철을 보내며 저기 쌓아둔 둔덕은 언제쯤 뿌린답니까? 바로 뿌릴수야 없겠지요? 비가 이정도로 오지 않는것도 좋지 않을 텐데요, 걱정입니다 모내기할 벼는 잘 자라고 있습니까? 날이 이러니 모내기는 언제 할런지요 끝도없이 이어지는 봄날의 만담, 먼지 낀 상상에 남아있던 겨울바람 날린다 연출:햇살의 난반사 광원 효과는 어디서 배워왔답니까? 저도 가보렵니다 한 철 장사로 한 해를 살아가는 연출의 비수기 고정 수익을 보장하는 위원회를 기획중에 있사오니, 먼지 낀 하루를 사랑한다면 연락주시길ㅡ 봄철 미세먼지를 마시면 어떻게 되느냐? 우리 사회가 위험에 처한단다! 거기 학생! 학생이 이 나라의 미래야! 그러면 봄철 미세먼지를 어째야돼? 나는 개인적으로 봄철 미세먼지의 이유를 잘 모르겠어, 이과는 이런거 이해를 하질 못해, 그렇지 않냐? 이과는 말야, 확실한걸 원한다고, 나는 문과지만 야! 내가 어떻게 집까지 왔는지 아냐? 나도 잘 모르겠어! 봄 미세먼지가 땡겨서 시험도 끝났겠다 들이켰거든! 객사할 뻔 했어! 어이! 왜 인사 안 받아! 파리가 웽ㅡ 난다, 이중창 사이를 왕복하는 파리가 창을 움직이는 횟수를 구하시오, 아니 이중창을 끌어당기는 파리의 질량을, 아니 파리가 받는 저항을 곯아떨어진 사이 들리는 창을 때리는 소리들, 언젠가부터 농군은 마냥 없다 창 밖엔 먼지가 잔뜩 낀 선산, 저 먼지가 운해인지 뭔지를 말하는 것인지 열린 창 앞 모아놓은 책 위엔 세월의 흔적인지 뭔지, 불어도 닦아도 그대로 책은 덮고 다시 엎드려서, 모내기를 기대하는 어린 시절의 기분을 헛짚으며 마음은 추수만을 기다리면서, 농군을 상상하기는 무슨 먼지에 난반사된 일몰은 비몽사몽간에 사라진다

  • 데카당
  • 2024-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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