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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이별

  • 작성자 위다윗
  • 작성일 2024-04-20
  • 조회수 160

난 알지 못했다

남자를 잃어버리는 여자의 마음을

그녀가 골목에 나와 미세먼지로 뒤덮힌 계단에 앉아있는 심정을


여자는 남자를 잃고

남자는 여자를 잃지만

나는 너를 잃었다


남자와 남자의 사랑은

한 여자를 얻기에는 좌절한 실패가 원인이었다


심리학자들은 나의 심장을 칼로 도려내

내 손 끝에서 출혈된 한글과 영어를 해석하다

작가가 영개국어였음을 발견한다


동성애 이성애 양성애

성애, 내 사랑 LOVE OF MY LIFE

키가 큰 남자 근육이 많은 남자

머리에 가진 게 많은 남자 

다 갖고 싶은걸


아빠가 내 손에 깍지를 끼고

까까머리 소년의 머리를 쓰담드으셨을 때

이 소년의 머리에는 오직 오만원짜리 건담이 들어있었음을 알았을까

사실 이 아이는 당신의 생일조차 알지 못했다는 걸 알았을까

이런 생각을 하며 소년은 장난감 가게 문을 연다

이곳은 천국인가 미국인가


진열장에 조명을 흡수하며

누군가 집어줄때까지 

나무판에 박힌 불쌍한 남자들을 본다


그러나 그들은 소년을 기다린 건 아니었다

자기가 신데렐라라고 믿는  사랑스런 소녀가

구두가 벗겨지도록 뛰어와 자신의 가슴을 와락 끌어안는,

 그런 과분한 장면이 그들의 판타지였다


소녀는 왕자님 인형을 잃고

소년은 생일을 모르는 아버지를 잃지만

나는 너를 잃었다


계속해서 흐르는 내 눈물도

내 오줌도

내 문장들도

너의 낡아진 이름을 새벽이슬처럼 적신다


난 알지 못했다

너를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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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다윗
  • 2024-04-30
쌍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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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다윗
  • 2024-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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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다윗
  • 2024-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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