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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

  • 작성자 눈금실린더
  • 작성일 2024-04-25
  • 조회수 265

그때 다시 적기로 하자 너와 내가 여행 계획을 세웠을 때

그렇게 말했었다 확실한 게 하나 없어서


종이 위에는 바스락거림


궤적


우리의 이동 경로는


반원을 그리는 것으로


어떠한 마음이 드냐고 물으면 괜스레 지도만 접었다 피기를 반복했다

너는 어떤 마음이 들 것 같니


나는 우리가 기대하는 것을 기대하지 못해


꿈은 숨처럼 부서질 수 있고 그렇기에 우리가 숨 쉴 곳을 찾는 것은

이번 여행의 목적지가 될 수 없다고 적었다


작은 x 표시가 늘어날 때마다

확실함은 증가하고 있는 걸까


적을 것은 많은데


적어야 할 것은 많은데


잉크가 너무 많은데


*


무엇 하나 없는 기분이라면

눈금실린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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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금실린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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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금실린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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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금실린더
  • 2024-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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