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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 쌓인 낮잠

  • 작성자 데카당
  • 작성일 2024-04-26
  • 조회수 150

농군을 상상하는, 책상에 틀어박힌 조난자의 봄 한 철을 보내며

저기 쌓아둔 둔덕은 언제쯤 뿌린답니까? 바로 뿌릴수야 없겠지요?

비가 이정도로 오지 않는것도 좋지 않을 텐데요, 걱정입니다

모내기할 벼는 잘 자라고 있습니까? 날이 이러니 모내기는 언제 할런지요 


끝도없이 이어지는 봄날의 만담, 먼지 낀 상상에 남아있던 겨울바람 날린다

연출:햇살의 난반사 광원 효과는 어디서 배워왔답니까? 저도 가보렵니다

한 철 장사로 한 해를 살아가는 연출의 비수기 고정 수익을 보장하는 위원회를 기획중에 있사오니, 먼지 낀 하루를 사랑한다면 연락주시길ㅡ

봄철 미세먼지를 마시면 어떻게 되느냐? 우리 사회가 위험에 처한단다! 거기 학생! 학생이 이 나라의 미래야! 그러면 봄철 미세먼지를 어째야돼?

나는 개인적으로 봄철 미세먼지의 이유를 잘 모르겠어, 이과는 이런거 이해를 하질 못해, 그렇지 않냐? 이과는 말야, 확실한걸 원한다고, 나는 문과지만

야! 내가 어떻게 집까지 왔는지 아냐? 나도 잘 모르겠어! 봄 미세먼지가 땡겨서 시험도 끝났겠다 들이켰거든! 객사할 뻔 했어! 어이! 왜 인사 안 받아!

파리가 웽ㅡ 난다, 이중창 사이를 왕복하는 파리가 창을 움직이는 횟수를 구하시오, 아니 이중창을 끌어당기는 파리의 질량을, 아니 파리가 받는 저항을 


곯아떨어진 사이 들리는 창을 때리는 소리들, 언젠가부터 농군은 마냥 없다

창 밖엔 먼지가 잔뜩 낀 선산, 저 먼지가 운해인지 뭔지를 말하는 것인지

열린 창 앞 모아놓은 책 위엔 세월의 흔적인지 뭔지, 불어도 닦아도 그대로

책은 덮고 다시 엎드려서, 모내기를 기대하는 어린 시절의 기분을 헛짚으며

마음은 추수만을 기다리면서, 농군을 상상하기는 무슨

먼지에 난반사된 일몰은 비몽사몽간에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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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우리의 시선

구르고 굴러 도착한 봉에 텅 빈 눈들이 돌과 나무 사이 빼곡히 자랐다 구름 위로 솟은 봉의 빛이 들지 않는 험지에서도 눈들은 잘도 자라난다 여기저기 흘깃대는 눈 탓에 일찍이 등반을 포기한 바람이 끌려왔다 시선에 얼어붙은 바람이 엉금엉금 소나무 위로 도망가니 친구를 잃어버린 자갈이 강판에 갈려 뾰족한 얼굴을 쳐들고 엉엉 우는구나 얼굴을 갈아버린 친구가 끌려가는 줄도 모르고 친구에게 버려져 우는 꼴을 보고 오랜만에 피가 도는 눈들은 누구의 몸에서 떨어졌기에 이러는 것인지 덜덜 떠는 눈들은 웃는 것인지 우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휙 돌아본 구멍들에 시선을 뺏기고 덜덜 떠는 것은 우는 것에 가까운 것이겠지 피가 발바닥에 모여 아우성치는 심정을 느끼지 못하는 눈들은 시선을 돌리지 않는데, 비쩍 마른 심장의 근섬유들이 비명을 지르며 수축한다 알았다, 저 눈들도 여기에 굴러 도착한 몸에서 떨어졌을 것이다 쓰러진 몸, 관성으로 굴러나온 눈들이 태양을 피해 그늘까지 질척댄다 부끄러운 심정이 마를까 두려워 서둘러 도망가지만 이미 빛에 닿았다 후회가 하늘로 솟아 해를 가리고, 텅 비어버린 눈에 빛이 담길 일은 없겠지 아, 아직 후회로 가득 찬 몸이 보인다, 출렁거리는 후회로 피부호흡하는 몸이 어느 한 구석이라도 후회가 꽉 막고 있는데 눈이 있을 부분에 돌이 박혀 있다 빛을 쬐니 돌에서는 연기가 나고, 아까까지 잠들었던 혈관이 헐떡인다 도저히 해내지 못한 일을 하는 돌을 보니 떨어지길 잘 했다고 자축하고 기우는 해를 따라 자리를 옮기려고 하다 꿈틀거리는 눈들의 행군에 휘말렸다 이미 말라버렸는데 무엇을 두려워 하길래 빛을 피하는 것인가 너희들의 후회가 이미 햇빛을 납치했다는 것도 모르고, 저 빛은 누군가 던진 발열전구에서 나온 줄도 모르고 겁에 질려 피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너희들의 시선은 고삐를 벗겨 날뛰게 두고 조금의 시선도 받지 않으려는지 일정하게 꿈틀대는 행군에 계속해서 휘말리니 바보라도 된 기분이다 돌고, 밀쳐지고, 돌고, 도망가고, 어째서인지 그림자에서 맴돈다 ㆍ돌아라, 돌아라! 버러지들, 도망친 버러지들! 나를 버렸겠다, 나만 여기에? 용서하지 않아, 버러지들, 현명하게도 도망쳤겠다! 나는 때를 놓쳤는데!

  • 데카당
  • 2024-05-04
여러가지 소리

푸르르뤠루뢔루으르으르르왁 프루르르루뭬르오르르무악 풀훽 빨간 책을 펼치자 나오는 회갈색 속표지 온천을 비집고 들어가면 보이는 증기 속독을 배우는 아이의 손목 안경에 응결하는 증기 지탱가능 곡선을 넘는 긴장 헛기침에 돌아나오는 물방울 불지른 책을 들고 나오는 아이 온수 끊긴 온천 잿가루 묻은 손에 들린 새빨간 책 스며나오는 천연가스 벌겋게 물들어 예쁜 손가락 향긋한 냄새 노란 꽃받침 주위 돋은 발간 꽃잎 숨 막힐 듯한 향기 맨들맨들 영롱한 꽃받침 숨을 막는 냄새 소금물에 데쳐 먹자ㅡ 지금 불 놓으면 된다ㅡ

  • 데카당
  • 2024-05-01
낙하

띵 울리는 머리, 꿈떡이는 혈류가 팽팽 돌아 황조롱이의 발톱 사이로 내린다 가지에 비벼지는 부리 사이로 미처 닦이지 않은 혈전이 툭 떨어지면 입을 벌린 채 지저귀는 나는 손가락 마디마디 핥아가며 깨끗이 해치운다 바닥에 빌빌대는 나는 이제 바구미와 쌀자루에서 노니며 혈전을 먹은 쌀 위에서 바구미를 끌어안고, 바구미와 뒹굴고, 바구미의 림프를 맛보고 바구미가 나를 보면 나는 바구미의 겹눈 사이에 겹쳐 쌀겨로 목을 동여매고 바구미는 피부를 질근질근 돌려가며 쏠아낸다 껍질 벗은 매파는 뜨끈한 혈전과 바구미를 주선하고 이들은 곧 백년해로ㅡ 황조롱이가 다시 날아오를 때, 혈로를 들이킨 쌀이 바닥을 보일 때, 바구미와 함께 나아갈 논과 밭이 갈아져 있어야 한다 바구미가 혈전을 뿌리고, 가짜 피를 솎아내고, 배고픈 계절이 돌아올 때, 혈전이 자란 햇벼엔 내 머리가 주렁주렁 고개를 숙이고 있을테지만 노랗게 익어가기 전에는 피가 오르지 않을 것이기에, 황조롱이의 총배설강으로 나가는 것은 스스로 뜯어먹은 요산 뿐, 쌀겨 하나 보이지 않는구나 하얀 들판을 기다려야 하리라, 황조롱이의 발톱마다 혈전이 주렁주렁 걸려 각질이 마를 틈이 없고, 쏠아낸 가죽을 덮어 예민해진 바구미를 보기 위해서 하얀 들판을 들추면 돌돌 말려 단단히 묶인 햇벼들이 부둥켜 안은 꼴이며, 머리만 떼이고 나뒹구는 살덩이며, 아직도 얼지 않은 혈로며.. 누렇게 뜬 혈로에 후ㅡ불어라, 불어서 덥히고 그 위를 뒹굴어라, 바구미에게 들판 사이사이 검게 늘어붙은 혈전 많기도 많으니, 황조롱이야 이리로 와보렴, 할 일이 있으니, 거기 전봇대를 박차고 떨어져보렴, 어서 바구미 숨소리 쉭쉭거리는 들판으로 내려와 너가 흘린 것들 좀 닦아보렴 이 모든 점들이 내 머리에서 나왔다니, 이 모든 것을 흘렸다니, 뛰어내리렴 뛰어내리렴, 나는 것보다 빨리 올 수 있잖니, 뛰어내리렴, 뛰어내려야지 아니, 아니 내가 가는게 맞겠지 같이 돌아오는 거다,

  • 데카당
  • 2024-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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