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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7일 토요일

  • 작성자 이거되나
  • 작성일 2024-04-28
  • 조회수 149

 너는 웃었다.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지점에서 웃었다. 그리 웃는 너는, 나에게 어떻게 보였을까. 어떻게 보였길래 나는, 이미 붉은 얼굴을 다시금 붉혔던 것일까. 괜스레 웃음이 새어 나오는 나와 너, 우리의 딛은 곳을 눈부신 전등은 자랑스럽다는 듯 비춘다.


 하늘은 맑았다. 어느 땐 붉고 어느 땐 푸른 하늘이 나의 머리 위에 서 있었다. 당당히. 그러나 은밀하게. 누구에게도 자신의 모든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그 붉으락푸르락하는 하늘은, 또 높았다. 높고 구름 없이 탁 트여 있었다. 그 탁 트인 하늘 아래서, 한참 올라가야 하는 오래된 계단 위에서, 너는 또 미소 짓는다. 미소의 소리가 청명하게 내 귀를 때렸다. 계단의 꼭대기에는 정자가 있었고 비석이 있었으며 비석에는 '淸山峯'이라는 글씨가 씌어 있었다. 흔해 빠졌기에 오히려 흔치 않은 그 이름 청산봉.


 나는 그 위로 높이 솟은, 좋이 이십 리는 떨어져 있을 고층 빌딩을 보았다. 그리고 다시 청명한 소리가 나는 너의 미소를 보았다. 미소 짓는 너의 입, 그 위의 코, 그 위의 눈. 너의 눈동자는 맑은 검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파르란 검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검은빛 바다는 너로 인해 파르라했다. ― 역시 너의 그 파르란 미소 위에서 넘실거리던 너울은 더없이 맑았다. 넘실거림에 튀는 물방울이 마치 상쾌한 작은 보석 같았다. 기분 좋은 너울. 기분 좋은 바람, 기분 좋은 파도. 시원해진 나는 그곳에서 흠뻑 젖어 미소 짓는다. 웃음 짓는다.


 너는 웃었다.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지점에서 웃었다. 그리 웃는 너는, 언제나 웃는 너는, 정말이지, 나에게 어떻게 보였을까. 어떻게 보였길래 나는, 이미 맑은 눈빛을 다시금 맑혔던 것일까. 눈부신 하늘은, 괜스레 웃음이 새어 나오는 소리와 나와 너, 우리들의 딛은 곳을 눈부신 하늘은 진파랑으로 비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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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거되나
  • 2024-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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