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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미싱

  • 작성자 송희찬
  • 작성일 2024-06-11
  • 조회수 590

옷을 만들어 입는 것은 시계축이 왼쪽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동력이었다

우리는 이미 짜여진 옷에 잡아 먹힘으로 시계축을 오른쪽으로 돌게 만들었다


잡아먹힌 몸들 사이로

나는 정리하러 시계축의 심을 풀었다


자, 정리하자


몸들과 몸들 사이

여러 꽃들과 나무

고양이와 쥐들이 가득 차 있어


지워지는 육채들이 입은 옷이

아카시아와 향나무

고양이와 쥐를 덮었다


하나, 하나 꺼내자


시계축에 닫아진 몸들의 옷을

풀어놓고 이어 붙이고

재단을 시작하네


고양이의 야옹 소리

쥐의 찍찍 소리

그 사이 덜컹거리는 수선기의 소리


수선하는 몸은 차갑고

수선되어 나온 몸은 따뜻하다


여러가지의 촉점들이 붙이고 떨어지길 반복


이 때 방해하면 수선이 엉켜져

모두들 함께 하자


나무와 꽃의 향기는 밖으로 나가서

잡다한 것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막아서고

고양이와 쥐는 서로 바라본다

영화 한 편을 찍어버리고


그래 바금질이 잘 되고 있어


촉촉하게 내리는 쵸크선 아래

모두들 그림으로 이어지고

사라지기 시작했어


옷이 계속 붙음에 따라

몸에 맞는 옷은 사라지고


점점 지워진 미싱의 자리는

또 다른 수선으로 채워지는데


왼쪽으로 수선한 나는

다시 오른쪽 수선을 시작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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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희찬
  • 2025-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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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희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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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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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선오

    안녕하세요, 김선오입니다. 송희찬 님의 <마음 미싱> 잘 읽었습니다. 몸과 옷을 시간의 관계로 엮은 방식이 흥미로웠습니다. "수선하는 몸은 차갑고 / 수선되어 나온 몸은 따뜻하다" 이 부분이 특히 좋았어요. 다양한 소재를 사용하면서도 일상적인 방식으로 물성을 놓치지 않는 것이 희찬님 시의 큰 장점입니다. 제목도 좋고요. 영화와 관련한 대목은 다소 뜬금없이 느껴져서 수정해보아도 좋겠습니다. 앞으로도 건필하시길 :)

    • 2024-07-17 11:52:15
    김선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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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희찬

      @김선오 멘토님 좋은 조언 감사합니다~^^

      • 2024-07-17 17:24:38
      송희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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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래솔
    감동했어요

    고양이와 쥐라는 소재를 사용하셨는데이들이 각각 상징하거나 의미하는 바가 있을까요?

    • 2024-06-12 22:47:31
    도래솔 감동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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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희찬

      @도래솔 안녕하세요~^^ 고양이와 쥐는 천적 관계인 동물로 알고 있지만 톰과 제리에서는 격 없이 지네는 것으로 나왔어요. 그러나 현실에는 그렇지 않죠. 따라서 이는 이 또한 미싱과 함께 그리워지고 생각이 들게하는 존재에요. 그래서 시에 쥐와 고양이를 넣었어요.^^

      • 2024-06-13 17:27:40
      송희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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