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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창작 시간

  • 작성자 들꽃 향기
  • 작성일 2005-08-15
  • 조회수 1,875

아들아이가 옆에서 그러네요.

-운영자 선생님 시도 가끔 올려 놓아야 글을 올리는 학생들이 신뢰하지 않을까?

  엄마 시도 좀 올려요.

 

^ ^

뭐 꼭 그래서라기보다, 열심히 쓰는 여러분과 같이 마음을 나누기 위해

제가 썼던 작품도 가끔 올려보겠다고 그랬지요?

이전에 써서 발표한 작품들, 마음 내키면 올려볼게요.

처음 글 <시 창작 시간>

언젠가 학생들에게 시 쓰기를 시켜놓고

끙끙대며 글 쓰는 아이들을 지켜보며 썼던 시가 있습니다.

여러분과도 관련있는 소재일 것 같아 한 번 올려 볼게요.

그리고 그 아래 <불경>

교육에 대한 나의 성찰과 반성을 담은 시 한 편,

<녹색평론>에 실었던 글입니다.

 

 

 

 

 시 창작 시간


오늘은 우리도 짧은 시 한 편 써 보자

그동안 배운 비유와 상징 이미지도

때깔 좋게 버무려 맛있는 시를 빚어보렴

말 끝나기도 전에 으아 -

인상 찌푸리며 비명 질러대던 아이들은

시제 두어 개를 칠판에 써 놓으니

금방 연필 들고 공책 위에 납작 몸을 낮춘다

먹이 앞에 순해지는 강아지처럼

소풍날 보물찾기 나선 꼬마들처럼

녀석들이 이제 무얼 찾아들고 나타날까

갓 피어난 별꽃 한 점일까

오래전에 잃어버린 무지개 빛 구슬일까

짐짓 가려둔 흉터일까

이마 짚고 턱 괴며 골똘한 얼굴들

교실에는 아련한 눈빛으로 팔랑팔랑

시의 꽃가루를 찾는 나비도 몇 마리 있다

물론, 선뜻 씹히지 않는 생(生)의 먹이감에

끙끙대며 씨름하는 강아지들이 더 많다

만지작거리다 밀어놓은 언어의 허물

책상 위에 지우개가루만 소복이 쌓인다

그 속에 사금처럼 시가 반짝이고 있다

 

 불경(不敬)


나는 공중의 새를 근심하여

새장에 넣고

들판의 백합을 찬미하여

꽃병에 꽂았다

거친 바람으로부터 새를 보호하고

뜨거운 햇빛으로부터 꽃을 지켜주었다

매일 매일 고단백 모이를 주고

무균질의 물을 갈아주었다


그러나 새는 노래를 잊었고

꽃은 피어나지 않았다

교육 또는 사랑은

종종 우주에 대한 불경(不敬)이기도 했다

 

들꽃 향기
들꽃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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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들꽃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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