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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와 기사

  • 작성자 관리자
  • 작성일 2005-09-06
  • 조회수 304

그대의 옆모습은

온통 할퀴어진 상처로

피투성이 채로

적나라하게 혈관을

드러내보인다.

피맺힌 눈물 조각은

그대가 쥔 한줌의 희망마저

황혼 저 너머로 흘려버리고

그래도 남은 미련에

꼭 쥐고 펴지 못한 그대의 손을

(그러나 아무런 힘도 주어지지 않은)

그리하여 영주는 억지로 당신의 손을 펼쳐

오른손에 칼을 쥐어주고

왼손에 방패를 쥐어주고

피눈물을 뿌리며 그대는 비굴한 전쟁터로 떠난다.

살기 위해서 그대는 칼을 휘둘러야 한다.

살기 위해서 그대는 무릎꿇고 빌어야 한다.

전진을 하여도 제자리에 머무르는 그대에게

영주는 피의 잔으로써 치하한다.

주종의 무한궤도에서

영주는 기사를 먹고

기사는 영주에게 자신을 바친다.

 

오늘도 기사, 그대는 슬픈 전쟁을 치른다.

전진하여도 끝이 없다는 것을 알지만

슬프고 처절한 그대의 삶을 연명하기 위하여…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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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자를 조금 키워주시면 고맙겠습니다.

    • 2005-09-07 12:36:13
    웹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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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안보여서 한글로 복사해서 읽었습니다(웃음).

    • 2005-09-06 21:55:11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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