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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의 노래

  • 작성자 Or네모네
  • 작성일 2005-10-06
  • 조회수 164

우리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다.

가끔은 사람들의 딱딱한 신발 밑창에 밟혀
허리가 끊어지고 머리가 부러진다.

 

사람들은 우리를 싫어한다.
잘 정돈된 잔디밭이나
어여쁘게 가꾸어진 꽃.
우리와 같은 식물인데 비슷한 풀인데
너희들은 그렇게 즐겁게 살게 내버려 두는데
우리는 왜 뽑아내려고 그 시간, 그렇게 애를 쓰는지

도대체 그것들처럼 산소를 만들어주고

그것들처럼 다양한 생김세에

그것들처럼 초록색 잎을 가졌는데

도대체 왜?

 

사람들이 우리를 싫어하기 때문에

우리는 노력해야 했다. 끈질긴 생명력을 위해

항상 사람들의 손과 발에 무참히 뜯기고 밟혀도
우리는 죽지 않는다. 더욱 강해져서 다시 자란다.
저 땅속 깊이 박힌 뿌리를 뽑아내기 전 까지는 절대로 죽지 않는다.
우리를 뽑아 말려 죽인다 해도
그때는 이미 내 사랑스러운 자식들이 뿌리를 내린 뒤이니
절대 슬프지 않다. 우리는 절대 죽지 않는다.

 

우리들은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다.
하지만 절대 죽지 않는다.
우리는 인내와 노력, 그리고 굴하지 않는 의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 절대 포기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이 우리가 인간들보다 더 훌륭한 점이다.

그것이 우리가 인간들한테 지긋지긋 하다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사라지지 않는 이유이다.

 

Or네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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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Or네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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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Or네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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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Or네모네
  • 2007-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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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

    말이 너무 많아요. 언어 하나하나를 심도깊게 다루어 보길 바랍니다. 물론 언어만 매만지는 시가 아닌 일상적인 삶을 편안하게 드러내며 감동을 주는 시도 있지만, 이 글의 경우 좀 더 정제하고 다듬어져야 할 거 같아요. 언어도 그렇고 생각도 그렇고. 아네모네님의 시가 전반적으로 그런 느낌이 드는군요.

    • 2005-10-11 09:50:18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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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

    감사요~ 광인변주곡님 오타까지 찝어주셨으면 감사했을 텐데~

    • 2005-10-09 00:32:49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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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돛새치

    3연 6~8행이 특히 인상깊네요.. ^ ^ 와, 검색도 한번 해봤는데 실력이 보통은 아니신듯..

    • 2005-10-07 14:36:59
    돛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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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

    뭐랄까 이분의 시는...(겨우 3편 읽어 보았지만!) 삶에 대해 뭔가를 던져 주시려는거 같아요! 좋은 시 잘보고 갑니다 ^^

    • 2005-10-07 11:30:54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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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

    지금 중학생이신 걸로 아는데, 상당히 수준히 높으시네요.

    • 2005-10-06 23:08:24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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