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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거미줄

  • 작성자 보랩
  • 작성일 2005-11-23
  • 조회수 782

그림자 거미줄

 

 

 

폐가에 쓸쓸히 세워진 장대처럼,
여기저기 쏫아 오른 전신주에 복잡하게 엉킨 전선들이
가늘고 굵은 붓을 휘둘러
골목 가득히, 그림자의 거미줄을 쳐놓았다

 

양옆으로 빼곡하게 주차된 자동차들은
차창 유리 가득 깨진 술병처럼 쏟아지는 햇빛을 담아
사방으로 비산 하듯 튕겨 내고
목이 쉰 참외장수의 스피커 음향만이
을씨년스런 바람에 실려 이리저리 몸을 뒹굴어대던
이른 오후였다

 

휘청휘청 거리며 날개 짓을 하던 덜떨어진 나비는
그림자 거미줄에 걸린 채, 연신 하품을 했다

구멍가게에서 라면을 사오려던 계획을
까맣게 잊어버렸나 보다

 

꿈에서 깨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듯,
떡진 머리카락을 헝클어뜨린 나비에게도
햇빛은 아낌없이 쏟아져 내렸다

 

옭아 매인 나비의 날개는
펴지지 않았다 어느새 인가
스산한 골목 어딘가에 숨어있을 눈 8개의 거미가
살금살금 기어와서는
나비의 몸뚱이를 거미줄로 둘둘 말아
야금야금 갉아먹을지도 몰랐다

 

사람들의 발길이 성기어진 골목길에는
엉킨 그림자 거미줄이 늘어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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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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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

    거미와 나비를 상징적으로 쓴 것 같은데 의미가 잘 안 잡히는군요. 그리고 '떡진' 머리카락 같은 표현은 은어입니다. 올바른 표현을 쓰면 좋겠군요.

    • 2005-11-29 17:37:36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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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

    -0 -aa

    • 2005-11-25 21:25:32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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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

    ...

    • 2005-11-25 11:55:37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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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0 /1500
  • 익명

    아, 그러냐 ㅋㅋ

    • 2005-11-25 11:06:10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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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

    형,,, 나동환이다...

    • 2005-11-25 10:20:43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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