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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셋째 주 주장원

  • 작성자 아니마,아니무스
  • 작성일 2006-02-27
  • 조회수 1,665

 

 

 

 

 

 

 

 

 

 

 이번 주는 빼어난 감수성으로 영혼의 움직임을 쫒는 <제석봉 고사목지대에 서서>와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나 백석의 후예임을 자청한 <흰 바람벽은 지금도 있으나>로 시작하게 되었네요.

 

 우선 김재현은 볼프강 카이저의 " 심령적인 것이 대상성에 깊이 파고 들어서 그 대상성은 내면화되는 것이다. 정조의 순간적인 고조를 띤 대상성의 내면화는 서정성의 본질인 것이다" ( 볼프강 카이저(김윤섭 역), 언어예술작품론, 시인사,p 521) 를 떠올리게 할 만큼 '산새- 앙상한 나무 - 죽음- 재- 나무들의 묘지'로 이미지를 이동하면서 날카로우며 허망한 시성으로 깊이 내려가는 탁월함을 보여주었습니다.

 

 오르페우스는 특유의 차분하고 가녀린 서정성을 바탕으로 백석의 시 '흰 바람벽이 있어'를 현재로 끌어올려 다시금 닦아 어루만지는 작업을 했네요. 인용한 시에 대해서 밝혀주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두 학생 모두 기본적인 언어를 다루는 감각이 안정되어 있어 선생님이 보기에 아주 기쁘고 자랑스럽습니다.

 

 크리스는 <소돔에서>,<바람과 갈대>등에서 이야기를 끌어가는 힘은 있는데 조금 시적으로 유연하게 만들어 보았으면 합니다. 내용이 하나를 향해서 통일성을 가지면 좋을 것 같아요.  

 현재의 심경을 아주 솔직한 표현이 마음에 들었던 <가끔씩 모든 것이 두려워지지>의  후경, <자는 법을 잃다>의  프로이드,  <수술대 앞의 요리사>의  막사발등도 반가웠어요.

 형식에 대한 새로운 시도를 한 <소꿉놀이>의  아네모네, <후회록-3>의  #1 도 재미있게 읽었고,  늘 열심히 시를 다시 고쳐서 올리는 <시약> <별빛나무>의 얼빵, <삐에로>의  #1 의 글을 읽으면서 선생님은 뿌듯하답니다.

 

 새로운 이름도 얼핏 보이는 것 같았서 반가운 마음이 들었어요, 하루하루 느낌을 새롭게 적어가다보면 어느새 자신의 글이 훌쩍 자라 있는 걸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성실함을 이길 수 있는 것이란 세상에 없으니 말이지요. 선생님도 댓글을 열심히 달려고 노력하고 있답니다.여러분과의 이야기가 물론 즐겁기도 하지요. 

 봄이 다가와서 그런지 소재들이 조금씩 변화하고 있는 걸 느껴요.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쓴 작품들도 많이 보이네요. 이런 생각들은 여러분의 나이에 아주 유효한 밑거름이 되는 것이랍니다. 좀 더 적극적으로 그런 문제들을 문학적으로 풀어보려는 시도를 해본는 것도 기대해 볼께요. 

 

 " 예술작품이 정치적 상황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면 가질수록 그만큼 더 사회변혁을 가능케 하는 계급간의 갈등과 변혁의 본질적인 궁극의 목표를 격감시킨다. 이런 의미에서 브레히트의 교훈적인 희곡보다는 보들레르나 랭보의 시에서 훨씬 더 변혁의 가능성을 가진 잠재력이 있다고 할 수 있다" ( H. 마르쿠제, 예술의 미학적 차원, 박순광 역, 영학, 19-20p)

 

 이번주엔 시의 사회적 기능에 대해 생각해보는 한 주를 보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봄을 기디라며, 새로운 시를 기다리며...

 

 

 

 

 제석봉 고사목지대에 서서


 

 

                                        김재현
 


 

하얗게 늙은 한 마리 산새가
제석봉 마른 고사목 위에
주저앉는다
흰 등뼈로만 남은 나무들처럼
새는 꼭 그만큼만 앙상한 모양
찬 뒤울이에 뒤뚱거리며
곧 떨어질 최후의 잎새처럼 파르르 떤다
작년 이맘 할아비의 재를 뿌렸듯
나는 진눈깨비같은 할미의 화장재를 산골(散骨)하고
나무 위로 흩날린 재를 쪼는 새는
죽음에 부리를 부딪히며 사소한 소리로 운다
올 때처럼 늙은 몸을 휘청거리며
곡(哭)처럼 뽑아내는 가래 끓는 목청
할미의 재로 배 채우곤 금새
앙상한 날갯죽지를 펼친다
나는 눈을 비비고 새의 뒷모습을 더듬어보지만
갈비뼈처럼 뒤틀린 나무들의 묘지뿐
식은 화로 냄새만 흥건하게
날아오른다

 

 

 

흰 바람벽은 지금도 있으나

 

 

                                        오르페우스

                    

 

가을이 가면 겨울이 안 올리 없다.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겨울은 남아서

한동안 머무르다 봄이 오면 사라진다.

 

눈이 많이 내린 올 겨울에

나도 흰 바람벽 앞에 누웠다.

 

땀이 후끈하게 흘러 내려 고이고

스위치를 잘못 건드리면 발이 익어 버리는

보일러 방 그 품에 안겨서

 

따끈한 감주보다는

얼음 띄운 콜라 한 컵을 바라며 안락히 몸을 뒤집는

내게도 고민거리가 없지는 않았나 보다.

 

까짓것

나도 이 세상에서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살아가도록 태어났다.

 

내게도 흰 바람벽 위로

이러한 글자들이 지나가는데

두 눈을 연신 비비기도 하고

벽 위의 낙서를 찬찬히 살피기도 하고

 

내가 하늘이 내일 적에 귀해하고 사랑하는 것인지

십오 촉 전등 대신

길쭉한 형광등 아래서 생각하다가

 

시계 바늘 가는 소리와

콜라의 얼음 녹는 소리까지 들리는

적막으로 모두 얼어 붙으면

문득 꿈에서라도 깬 듯 텔레비전을 켠다.

 

아마도 백석 시인은 가난해서 굶주렸을

오죽하면 눈에는 대구국이 보였을

분명 배고파서 별 헛것을 다 보았을

하고 의심이라도 해 보다가도

종래에는 그것마저 다 잊어 버린다.

 

그래도 겨울은

사라지지 않고 또 남아서

초생달과 바구지꽃과 짝새와 당나귀가 그러하듯이

그리고 또 프랑시스 잼과 도연명과 라이넬 마리아 릴케가 그러하듯이

 

가로등 옆 TV 안테나를 지나

내 방 바람벽 위로 글자들을 새긴다.

 

눈물로 바람벽을 무너뜨리기라도 하려는 듯이

눈질을 하며 주먹질을 하며

나 와서 보라고 글자를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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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니마,아니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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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블루스

    축하드립니다~

    • 2006-03-01 13:31:32
    블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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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

    조향미 선생님 오랜만이네요. 꼭 다시 뵙고 싶습니다.

    • 2006-03-01 10:57:50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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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

    시 게시판이 훨씬 멋져졌군요. 아름다운 선율과 사진, 그리고 훨씬 품격이 높아진 선생님의 비평글, 세심한 답글, 그래서 그런지 글틴 친구들의 시도 부쩍 좋아진 느낌입니다. 김재현, 오르페우스 익히 알고 있는 뛰어난 필자들이지만 이번의 작품은 더욱 좋군요. 축하합니다. 아니마 아니무스 선생님이 짧게 인용하시는 글귀들을 통해서도 여러분의 문학공부가 더욱 깊어지리라 봅니다. 선생님 수고 많이 하시네요. 그래도 즐겁게 하신다니 모두에게 좋은 일입니다.^ ^

    • 2006-03-01 09:41:03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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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

    모두 축하드려요~

    • 2006-02-28 14:10:13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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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

    감사합니다. 요즘은 좀 힘들었는데, 이렇게 격려해 주시니... 앞으로도 더욱 열심히 쓰겠습니다!

    • 2006-02-28 14:02:53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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