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도로의 밤

  • 작성자 겸이
  • 작성일 2007-01-01
  • 조회수 86

 

 

 

붉은 구름 가득한 뻘밭에
어둠이 밀물을 타고 몰려들었다
가로등은 제가끔 하나의 등대가 되고
언덕은 검은 고래처럼 천천히 헤엄을 친다

고래가 연 물길 사이로
작은 배들이 하나 둘 떠서
전조등 깜박이며 출렁거리고
곧이어 무리짓고 흐른다,
항구로 가는 사유를 실은
그런 만선(滿船)의 무리

 

나는 한 마리
다 못 자란 생선
매일같이 수족관을 나와
어느 커다란 범선에 실린다
때되면 어장으로 혹은 항구로 갈 것을 알아
마냥 배 깊은 곳에 몸을 맡긴 채
바르르 비늘을 떨고, 듣는다
시간이 물풀처럼 흔들리다
배가 지날 적마다 스러지는 소리,

먼데서 산등성이 사납게 흐르는 소리

 

 

-만조의 시(時)

 

 

 

 

 

 


 

겸이
겸이

추천 콘텐츠

눈 내리는 하루

    하늘에 두텁게 쌓여있던 먼지를누군가 온종일 손으로 떨궈내고 있었다그는 오랫동안 청소를 안 했나보다해가 전혀 나오지 않아 마냥 저녁 같은 하늘에뒤늦게 꿈에서 깬 내가 본 것은찬 바람에 매가리없이 날리던짙은 외로움의 결정들, 그 하얀 먼지들이젠 땅바닥에 쌓일 심산인가나는 말 없이 창 밖을 내다보았다  -고양이가 목을 움찔대다 차 밑으로 눕고메추라기 떼가 덤불 속을 파고드는 하루  고독한 가루들이 내리는 날에밖을 나다니는 것은 인간뿐이다먼지를 잘못 들이마시면 누가 몸속을 바늘로 잔뜩 찌른 것처럼목이 따끔거리고 코가 매워서저절로 눈물을 쏟게 된다는 것을알았나 보다, 인간 아닌 것들은인간은 애초에 무뎌서 그런가지상에 먼지가 더 많아 무딘가하늘에선 가차없이 먼지를 터는데사람들은 마스크도 쓰지 않는다 

  • 겸이
  • 2007-01-05
불가사리

    누가 내게 이런 이야기를 했다바다의 어부들이 몸통을 찢고선못에 꽂아 바위에 널어 놓아도,불가사리는 분절(分節)을 해서꽤 많은 놈들이 살아남는다고 살아남은 놈들은 또 다시물고기를 먹으러 바다에 가고어부들은 끊임없이 그 놈들을잡아 찢으며 살아간다고 조각난 팔다리를 쓸어갔을 파도야 날 때부터 차갑다지만사람은 그게 아니지 않은가불가사리나 어부나바다에 사는 이유는어차피 살기 위함에 있다온전치 못한 불가사리들그 수백마리를 어부는무슨 이유로 널어둬야 하는 것이고어째서 불가사리는 몸을 잘려바위 위로 말라가는 것이며왜 이런 사소한 삶들이살기 위해 서로 찢고 찢어야 하는지 나는 사유를 알 수 없었다불가사리와 내가 지독하게 닮아둘다 처절하게 사는 것만 알았다누구에게 찢기고 버려지고 그래놓고 또다시 찢긴 곳으로 살아서 기어가야 함만 알았다                

  • 겸이
  • 2006-08-09

댓글 남기기

로그인후 댓글을 남기실 수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을 남겨 주세요!

댓글남기기 작성 가이드

  •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 비방 등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 주제와 관련 없거나 부적절한 홍보 내용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 기타 운영 정책에 어긋나는 내용이 포함될 경우, 사전 고지 없이 노출 제한될 수 있습니다.
0 /1500
  • 익명

    감사해요 :D

    • 2007-01-02 20:09:40
    익명
    0 /1500
    • 0 /1500
  • 익명

    언덕이 검은 고래처럼 천천히 헤엄 친다는 구절이 좋아요♡

    • 2007-01-01 19:34:07
    익명
    0 /1500
    • 0 /1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