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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 작성자 자주
  • 작성일 2007-02-02
  • 조회수 231

예술

 

화장실.

오줌 줄기가 시원스레 뻗는다.

누런 방울방울이 그린 포물선 궤적따라

허연 김이 올라온다.

 

미술관.

현대 미술 특별전 포스터가 휘날린다.

액자들이 늘어선 황량한 회랑따라

화폭 위의 색채들은 탈출을 시도한다.

 

변기.

하얗던 캔버스 위에

꾸질꾸질한 땟자국으로 스케치하고

샛노란 오줌줄기로 채색한 후

알싸한 지린내로 마무리한 이것은

한 폭의 인간미 넘치는 전위예술.

 

-오줌 누고 나면 물 좀 내리란 말이다.

청소부 아주머니의 불평이 메아리쳐 바닥 타일에 알알이 박힌다.

자주
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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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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