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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빛 바다

  • 작성자 sein
  • 작성일 2007-11-24
  • 조회수 76

어스름한 항구

하나 둘 불빛 속에 허우적대며

검게 탄 수면 위로 출항하는 행인들

잿빛 바다의 파도와 악천후

넘실대는 난파선들의 오색 불빛 사이로

옷깃을 여미며 스쳐가는 낯선 범선들은

축 늘어진 갑판 위에 사뿐히 앉은 하얀 새를

저 혼자 말없는 손짓으로 쫓아내었다.

잠든 바다 위를 흔드는 겨울바람이라도

아쉬워 기다리다가 스스로 난파하는

그 누군가를 위해서 하얀 갈매기들이

피부 위에 녹아내리던 이른 저녁.

빗질에 쓸려가는 갈매기의 날개를

가만히 바라보는 눈 앞에 

하, 하고 희뿌연 입김이 흩어진다.

 

s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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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커진 그리움들은 자신을 넘어 질질 흐른다감당할 수 없는 운명을 짊어졌던 내력이 그림자처럼 선연하다발자취라고 하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 하자면기억도 흔적도 눈물처럼 진득거리는 것들 뿐이다늘 울음은 소리 없이 자신을 채우고습한 자취들로부터 필사적으로 도망치는 몸뚱이 그래도 바람이 불면 젖은 눈을 숨기는 게 삶인가 보다까마득한 기억 속으로 눈알들을 구겨 넣고 나면생에 한번이라도 열을 품을 수 없었던 비애를 되뇌고내 안을 채우는 울음들을 증발시킨다, 아마도이 후엔 운명만이 지상에 남을 것진득한 흔적만을 뒤로 한 채 떠나고 나면 고독과의 조화 속에 말라붙는 소용돌이, 조용히 나는 그대의 소리가 여기에 깃들기를 바란다    -----  음.. 닉네임 바꾸고는 처음 올려 보내요.. 뭐, 바꾸기 전에도 활동이 많았던 건 아니지만..반갑습니다

  • sein
  • 2008-06-28
새벽 1시의 하늘은 그대에게로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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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ein
  • 2008-06-28
찻잔에서 울음을 듣다

찻잔에서 울음을 듣다          적요가 깃든 찻잔 속에 얕은 파문이 인다    무한의 곡선이 넘실거리며 초연히 빛을 낸다 흐릿한 물결의 고운 표면 아래 거울을 숨겨두고서 공기 속에 내재하는 침묵을 초혼하는 비밀, 창가의 밤기운을 비집고 피어오르는 뿌연 꿈의 온기가 몽롱한 향기를 싣고 살근살근 에우리디케의 얇은 속눈썹을 간지를 때마다 기억의 형상은 점점 흐려진다 차를 마신다는 것은 찻잔 속에 메아리치는 오르페우스의 목소리를 귀에 담는 일  꿈, 온기를 머금은 불투명함과 공기의 소리 없는 운율, 밤하늘 속으로 파고든 비파처럼, 탐스러운 조개같이 벌어지는 그대 입술 속 붉은 진주로 맺힌 열매는 내 갈빗대 너머로 내린 뿌리로 심장의 얇은 내벽을 맴도는 따끈따끈하고 향긋한 시간을 한껏 빨아올린다   조용히 열리는 입술 속에 맺은 영롱한 진주를 녹이려고 바다는 말없이 잔물결을 일렁인다 포개지는 영혼들의 시간, 온도를 못 이긴 꽃잎 한 장이 흐린 물결 위에 사뿐히 내려앉은 채 타들어갈 때 포근한 구름을 구겨 넣은 밤하늘 찻잔에 깃든 숨결이 그리는 수채화 속에서 살며시 뜬 눈, 울음의 온도로 흔들리는 고요한 떨림을 본다    찻잔이 비워지면 식어버린 제 피부 밖으로 굳지 않는 울음을 글썽인다

  • sein
  • 2008-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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