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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기의 바이올린

  • 작성자 숨소리
  • 작성일 2009-10-14
  • 조회수 181

 

내가 그린 기린 그림 기림

                                                 -김민정 시인님

 

계란이 터졌는데 안닦이는 창문 속에 네가 서 있어

언제까지나 거기, 뒤집어쓴 팬티의 녹물로 흐느끼는

내 천사

은총의 고문으로 얼룩진 겹겹의 거울 속 빌어먹을 나야

 

 

 

 

 

광기의 바이올린 

 

가려진 조명 그 뒤의 잔상. 어깨와 볼을 맞추며 짓는 미소, 나는 경멸한다, 네 놈들을. 

잔상이 흐릿해진 현을 보며, 느려지는 손가락, 고정된 시선. 하나 둘 끊어지는 갈빛 엷은 현.

울리는 광기의 연주, 끊어진 현이 베어가는, 피묻은 손마디, 파고드는 붉은 바이올린.

흔들리는 비브라토, 비극의 선율, 찢어진 울음를 내뿜는 끊어진 현, 그것을 베어 문, 붉은 입술.

피로 물든 연주, 높아지는 선율, 짙게 깔린 경멸, 광기어린…… 웃음.

 

 

 

 

 

햇살의 예감과 함께 부끄러움을 용기삼아 2009.4

김민정시인님이 나에게 시집을 선물하실때 적어주신 글귀

 

가산점을 위해서(...) 제가 감명받았던 시 한편을 올립니다, 선생님.

그렇지만 왠지 쓰는 내내 제 시라고 하는 글들이 초라해 보여 가산점을 받기가 어려울 듯 하네요.

저번에 썼던 시가 피아노라면, 이번에는 바이올린입니다.

 

 

숨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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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

    저도 그런 느낌이예요. 시인님의 시를 읽고 아래의 제 시를 읽으면 갑자기 심장이 얼어붙어요.

    • 2009-10-15 16:59:11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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