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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주 3주 4주 주장원

  • 작성자 은하철도공무원
  • 작성일 2009-11-02
  • 조회수 744

오늘은 두 가지 추천을 할까 합니다

먼저 책 한권의 추천으로 말을 시작할까 합니다 ^^

고종석의 <어루만지다>는 책이 있습니다

부제는 <사랑의 말, 말들의 사랑>입니다

이 책은 우리말을 아주 아끼시고 잘 다루시는 것으로 정평이 난 언어학자이자 칼럼리스트인 고종석 선생님의 산문집입니다

그는 말은 사랑의 무기, 말을 얻어야 사랑을 얻는다고 했습니다

바로 말이 우리에게 얼마나 중요하고 그 말이 있어야 비로소 감정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이죠^^

시를 배우고 익힐때 꼭 한번 펼쳐보아야 할 책이라고 생각되어 추천합니다

또 하나의 추천

문장을 처음 공부하고 시작할 때 후배나 제자들에게 저는 여기저기 강의를 하면서 희곡공부를 권합니다

희곡을 읽는 것을 게을리 말라는 소리인데요

희곡은 먼저 짱짱한 플롯공부를 요구하는 글쓰기이므로 굉장히 서사적인 내러티브 훈련에 탄탄해 질수 있습니다

또 희곡은 전체적으로 굉장히 페이소스가 시적이라고 할 수 있어서 시적인 것을 찾아내는 공부에도 탁월하죠

한국문학에서 희곡은 상당히 문학서자취급을 받곤 하는데 ... 세계사적으로 문학사를 이야기할때 희곡을 빼놓고서는 문학을 이야기 하는 것이 불가능할 만큼 희곡은 역사적으로도 현대적으로 가치가 있는것입니다

여러분중  이 다음에 방송작가나 라디오작가 시나리오작가 뮤지컬 작가 극작가로 활동하시기 원하는 분들은 반드시 지금부터라도 희곡을 충실히 읽어 매력에 빠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저 역시 학창시절 연극활동을 하면서 처음 희곡에 매력을 가지고 자연스럽게 시로 다가설수 있었거든요^^

그리고 무엇보다 희곡은 공간을 쓰는 언어이기 때문에 희곡을 읽고 쓰는 훈련은

많은 문학청년이 문장공부를 할때 놓치지 쉬운 공간을 쓰는 훈련을 하도록 도와줍니다

바로 이 점이 문학의 입체적 상상력을 키우는 지름길이죠^^

희곡의 가치에 대해 더 궁금하고 알고 싶으시다면

불과 며칠전 저와 함께 몇 년간 꾸준히 희곡을 써온 몇몇 작가<장정일, 하일지, 정영문, 서준환>들이 낸

희곡집 <숭어 마스크 레플리카>를 보시면 도움을 좀 얻으실 수 있으실겁니다^^

10월 2주 주장원

김션<종이배>와 후플의 <무지개>를 눈여겨 보았습니다

종이배는 서정성이 탁월하지만 말미에 감상으로 흘러가 버린 것이 아쉬었어요^^

좀더 절제된 언어로 완성미에 다가서면 좋은 시로 거듭날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무지개>역시 좋은 상상력의 원천을 가지고 있지만 조금 신파라는 생각이 듭니다

신파라는 것은 식상하다는 것이죠 다시말해 같은 소재라도 이야기하는 방식에 따라 전혀 다르게

말할수 있는 것이 상상력입니다. 자신의 상상력 저 아래에까지 도달해 보세요

무궁무궁한 상상력이 깔려 있을 겁니다^^

10월 2주 주장원은

두발 자전거

-치토스 자비좀

지금은 편하게 말해볼까.

자전거를 타다 넘어져 생긴 작은 상처를

보니깐 생각나는 몇가지 기억

내 허리까지 오는 네 발 자전거를 샀던 그때가

열 살이었는데 알겠지 얼마나 작은 자전거인지

페달에 발을 얹고 다리를 박차니

두 발로 뛰는 것처럼 옆의 풍경이

슝슝 지나가는 게 너무 신기했어

난 마치 슈퍼맨이 된 것 같았어.

동네 슈퍼에서 백 원 짜리 아폴로를 입에 물고

네 발 자전거로 동네를 누비는 게 반 년쯤 됐어

익숙해진 나는 보조바퀴를 떼 달라고 때를 썼는데

아직도 기억나는 쑥쓰러운 옛일의 추억 그때가

자전거를 타다 처음 자빠진 날이었어

두 발 자전거는 나한테는 너무 어려웠었어

두 발로 처음 걷는듯 꼬이는 발걸음

원치않는 만남의 자리에서 싫은 사람들과

술 한잔 하려니깐, 내색을 못하니깐

나는 속이 베베 꼬여

상사부터 시작해서 차장. 과장. 임원. 대표

나 불만있습니다. 하며 소리치고 싶어도

집 안에선 마누라의 잔소리, 소리쳐.

내가 돈 벌지 않으면 내일 모두 밥 없어.

그렇게 비틀대며 삐뚤어진 입으로

온갖 욕을하며 집 근처에 왔을 때

누가 자전거로 나를 들이박았어

오냐 잘 걸렸다 하고 뒤를 돌아봤어

왠 꼬마아이가 두 발 자전거와 같이

길거리에 자빠져서 울먹이고 있어

문득 나는 옜날 일이 떠올랐어

허구한 날 자빠져도 두 발 자전거를

꼭 타고 말겠다며 온 몸엔 대일밴드를 붙이고

결국 땅에 두 바퀴를 대고 나아갔던

나는 꼬마를 달래고 일으켜 세우고

다시 자전거에 오르라며 다독이고

페달을 밟았을 때 행여나 넘어질까

열 발자국을 같이 따라갔어.

이 시는 마치 지난날의 일기를 기록하듯이 고백체의 문투를 잘 살려 시적 정감을 생동하게 하는

시입니다. 진솔하지만 삶의 페이소가 곳곳에 드러난 진정성이 시를 읽는 입맛을 살려주는

좋은 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편의 동화처럼 읽히는 이 시에 모두들 따스한 공감이 가시죠^^

10월 3주 주장원

욤팽의 <시멘트는 하늘을 먹어 치웠다> 금어초의 <공간>

고탐의 <흙길을 아름답다 하지마라>

상산의 <그 소년이라면>이 후보로  눈에 들어왔습니다^^

 

욤팽이야 요즘 에너지가 왕성하게 활동하기 때문에 칭찬을 아끼고 싶지 않구

특히 이번 시 <시멘트~>는 짧지만 압축된 상상력이 일품입니다

하지만 좀더 이미지를 확장시켜 급하게 마무리 지으려는 느낌만 없다면 좋겠어요

^^

금어초의 <공간>은 오래 들여다보는 시입니다

그윽한 시정이 매력적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시가 갖는 장점은 읽는 느낌보다 회화적 이미지가

좋은 시라고 할 수 있겠네요

고탐의 <흙길을 아름답다 하지마라>라는 신동엽시인의 시를 보는듯한 아우라가 보이는 시입니다. 간만에 고탐의 필력을 느낄수 있어 좋았어요^^
상산의 몇 몇 시편역시 상당히 시적전개가 개성이 보였어요

이 친구는 누구지?...할 정도였으니까요 . 하지만 좀더 눈치보지 말고 언어에 물감을 흘려주세요

시에선 사회건 자아건 눈치볼것이 없으니까요^^

 

 

10월 3주 주장원

 

70

-백승민

뿌옇게 입김을 분

맑은 한 장 유리창 너머로

까칠한 수염에 먼지를 덮고서

바랜 1968년 동전 한 닢

공중전화에 조심스레 넣고

힘없이 신문을 펼쳐드는

사포질 덜 된 거칠은 손가락

형광펜 한 줄을 긋고

한숨으로 밑줄을 긋는

알록달록한 신문뭉치들

옷보다 더 두툼한 그것을

품안에 고이 접어넣고

낙엽 한 장 없이

한 장 유리창의 미끄러움을

걷는, 휘청댐.

망설임 끝에

마지막으로 꺼내 든

왜소한 몸짓의

녹슨 구릿빛 떨림

반복되는 수화기의 허공질

마지막으로 내 쉰

조금 더 깊은 듯 한

한 모금 김 서린 한숨

추적추적 흐르는, 눈물.

유리창 가장자리로

형광 자국이 묻어나와

한줄 한줄 적힌 잉크들은

버려진 채로

지지 않기 위해

그의 한숨을 유리창에

깊게 뿜어내었다.

내가 버렸다.

그가 고이 접어 품에 넣은

더러워진 신문지를

내 미끈한 손가락이

망설임 없이

내던졌다.

70원, 그 바랜 희망을.

백승민의 시는 이미지가 탁월합니다. 가령 첫 구절만 보아도

신문지 한장 죽 찢어

대충 휘저어도 빛을 내는

유리창 한 장을 보며

더러워진 신문지는

행방이 묘연해지고 말았다.

아주 특이하고 세련된 상상력을 볼 수 있죠

이 시는 백승민이 지금껏 올린 시중 가장 압축미가 살아있는 시라고 할 수 있겠네요

안본사이에 시적훈련을 위해 산에 올라가 내공을 연마했나요^^

기분이 아주 좋았습니다

다른 분들도 언어가 어떻게 이미지화 되는지를 잘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이렇듯 좋은시는 서로에게 교감도 중요하지만 자극이 더 필요한 세목이니까요^^

10월 4주 주장원

다크블랙, 상산, 이현, 도시의 그늘, 욤팽, 램샘, 의 시들이 눈에 들어와서 뽑아 놓고

여러번 보았습니다

여러분들은 제가 시를 그냥 웹상으로만 본다고 생각하시겠지만

시를 쓰는 저는 타인의 시를  웹으로 보는습관을 꺼려합니다

문자가 주는 즐거움을 미디어체계를 통해 보면 이미지가 깨져 보이고 허툴한 시력이 시를 쓴

사람의 시정을 놓치지 쉽기 때문이죠

때문에 저는 대부분 후배나 제자들에게 시를 직접 뽑아서 보여주고 하는 것을 권합니다

그건 어느정도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고 시간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타자의 진정성과 시적 내장을 들여다보기위해서는 반드시 직접 종이에 인쇄된 상태를 봐야하거든요

다크블랙, 상산, 이현의 글들은 읽는 맛은 좋지만 비유가 좀더 참신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무엇으로부터 시적인것을 출발시킬 것인가를 좀더 고민해보세요^^

도시의 그늘, 욤팽, 림샘은  상상력과 시적인 출발도 좋았지만 묘사사 좀 부족해 보이는 것이 지적되었습니다. 모두들 단상에 머무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하나의 사기 되기 위해서

시는 시적 단상에서 출발해서 여러행의 줄타기를 거쳐 묘사와 인식에 도달해야 합니다

궁극적으로 감동이나 공감의 형태로 가기위해 정서를 일치시키는 것보다

언어를 이미지적으로 통일감있게 하려는 치밀한 자세를 좀더 가지면 좋은 시로 바뀔수 있습니다^^

10월 4주 주장원

0. 네 명의 사람이 서사를 노래하고 있었다.

-누[淚]

첫번째 나는 공중정원의 악사.

그는 밀밭위의 갈까마귀.

목마른 남자 위를 반경 5m로 맴돌며,

휘청거리는 그의 귓볼을 물어뜯었지.

발갛게 적셔든 밀은 꺾여져 지푸라기가 되었어.

그는 정말 우월해.

가장 높은 곳에서 그의 목을 매달았어.

떨궈진 그의 얼굴이 쓰러진 남자를 내려다보았지.

두번째 나는 마리오네트 장인.

그는 고결하게 천박했어.

창백한 마리오네트를 은화 두닢에 팔아,

한 닢으로 돼지고기를 먹었지.

남은 은닢은 녹여 인형의 눈이 되었어.

그는 물을 마시지 않아.

그가 마시는 것은 묽은 놋쇠였지.

그는 항상 목이 말라 있었어.

세번째 나는 독실한 청교도.

그는 부지런하지만 고지식했어.

그는 모든 재산으로 노예를 샀어.

노예들을 채찍질해 성을 지었지.

그는 구원받을 수 있었어.

그의 모든 돈은 정당했으니까.

하지만 그의 모든 재산이 검은 반점에 뒤덥혔을 때,

그는 모든 노예들을 태워버렸지.

빈털털이가 된 그는 성안에 홀로 남았어.

네번째 나는 가련한 공주.

그녀는 목각인형 마냥 말라있었어.

어느 남자의 입술을 혀로 핥자,

그녀는 검은 관속에 잠들어버렸지.

그녀의 하얀 피부는 발갛게 피고 있었어.

몇년 후 마녀가 그녀를 살려 관을 열었을 때,

그녀는 마녀를 찌르고 독사과를 뺏어먹었지.

그 사과는 선악과였어.

이 시는 한편의 동화를 본듯 하죠^^

목각인형이나 마녀의 등장이랄지 분위기를 이끌어 가는 정서랄지 북유럽의 기묘한 환상동화의 색채를

가진 이 시는 아주 특이하고 말랑하면서 비극적인 정서를 교차시키고 있습니다

이 시는 흔히들 말하는 백일장용시하고는 전혀 상관없는 시이지만 정말 시다운 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시를 열편 이상 계속 쓸수 있다면 이미 시인이라고 할 수 도 있겠네요^^

동화적 상상력을 시로 바꾸는 이 재주를 아끼고 잘 살려서 좋은 시들을 많이 쓰시길 바랍니다

^^

모두에게 축하를 그리고 나머지분들에게 건필을 !!^^

은하철도공무원
은하철도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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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4-5주 주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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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하철도공무원
  • 2010-04-13
3월 1-3주 주장원과 공지

3월 1주 주장원 없음     3월 2주 주장원     단 한번이라도 다시 보고 싶은... 3월의 설원 - BlueMooN 그 언젠가 네가 말해줬던 3월의 설원, 깊은 곳서 뿜어져 나오는 그 그리움이 어느센가 저 설원을 번지게 한다 하염없이 흘러오는 눈물과 하염없이 떨어지는 눈들은 어느센가 내 발앞에 하얗게 하얗게 얼어버린 둥지를 틀어놨다 시립도록 새하얀 것들이 마치 이 세상께 아닌 것 같아 혹시 네가 주는 걸까 생각만 해본다 그러자, 또다시, 왈칵...... 떨어지는 산사람의 뜨거운 눈물은 산산조각이 되어 새하얀 둥지에 뿌려지고 떨어지는 죽은자의 차가운 눈물은 한송이 꽃이 되어 새하얀 둥지에 스며든다 스며든다 스며들다 사라진다... 그 언젠가 네가 말해줬던 3월의 설원, 그리움 밖에 남지 않은 나의 눈물이 어느센가 저 설원을 번지게 한다...       <단 한번이라도 다시 보고 싶은... 3월의 설원>은 설원에 대한 생각을 오롯하게 만듭니다 설원에 가 본 기억이 언제인가? 설원이란 어디에 존재하는 것일까? 궁금하게 만드는 시이군요.^^ 이 시는 보기드물게 스케일이 있고 그 가운데에서도 시적 자장을 놓치지 않은 채 고민한 흔적이 역력합니다. <스며들고 사라지고 ...> 어쩌면 그런게 정말로 설원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곰곰 해보네요.       떨어지는 죽은자의 차가운 눈물은 한송이 꽃이 되어 새하얀 둥지에 스며든다 이런 표현은 탐나는 표현이죠^^ 좋은시 잘 보았어요^^ 3월 3주 주장원 은행나무골목의 평화로운 나날 -실마리 탭댄스를 추는 골목 탁탁 터지는 노란, 색이 구릿하게 흔들린다 손톱 아래 배긴 것이 더 이상 때가 아닌 것은 은행열매에 배긴 것이 때가 아닌 까닭이다 발목까지 노랗게 덮여, 나는 억지 미소를 짓고 있다 모르는 새 반월의 빛깔로 휜 골목 골목과 미소의 공통점이라면 역시 구린내가 심하다는 것, 모르는 새 뛰어들어 온 아이들이 멋모르고 은행을 한 웅큼, 서로에게 던진다 폐부로 섭취한 은행은 소통의 변비를 유발한단다 골목의 경계선에서 실은 노란 것과의 경계선에서 사실은 악취에서의 안전거리에서 빼꼼 고개 내민 어머니들이 일제히 외친다 중간중간 껴 있는 아버지들은 영, 창피한지 머리숱처럼 듬성듬성하다만 알 게 뭐야, 아이들과 함께 탭댄스를 춘다 어머 어른이 창피하지도 않나봐 알 게 뭐야, 노란 스텝을 터뜨리듯 밟는다 구린내가 심하다는 것은 굳이 은행나무와 억지의 공통점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은행나무골목의 평화로운 나날>은 다소 어조가 거칠고 불친절하지만 특유의 리듬감으로 시를 밀고 가는 에너지가 건강해 보입니다. 다소 과장된 정서가 군데군데 걸리는 곳이 있지만 시가 모두 이쁘라는 법은 절대 없으니까요^^ 시를 쓰기 위해 필요한 상상력을 향해서라면 어떤 것도 눈치보지 않아도 됩니다. 더 눈치보지 말고 밀고 가도 충분한 시적공간은 항상 열려있으니까

  • 은하철도공무원
  • 2010-03-17
2월 1-4주 주장원

글틴캠프때 여러분을 보고 바로 떠나 티벳을 여행하고 돌아왔습니다ㅠㅠ 오지인 관계로 부득이하게 주장원 발표가 지연되었어요 심사평을 기다리는 님들에게 다시 한번 사죄의 말씀을 드려요 아울러 신학기와 봄날의 새로운 기운으로 시심을 가득 길어올리기를 기대할게요 ^^ 2월 1주 주장원 월광과잉증후군                    -실마리 뭉그러진 손톱 끝을 다듬고 있어 비껴내린 달빛이 부식하는 중야, 이런 밤엔 비척이는 고양이의 트레몰로(*)가 어떠니? 손등에 서식하는 반점을 몰래, 핥았어 저릿한 염분의 리듬, 은빛 미뢰가 누렇게 갉혔지 어머나 달빛이 손톱부터 삼켜오고 있는데 아무 것도 모르는 체, 고양이의 트레몰로 견고한 각막에 달이 새겨진 것은 언제였을까, 넌 아니 어깨까지 증식한 반점들이 달빛인 척 뺨 핥으며 속닥이는 중야 비죽이 뻗어 진동하는 고양이의 트레몰로. -월광과잉증후군은 조금 난해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상상력이 꿈틀거리는 시입니다. 무엇을 말하는지 분명하지는 않지만 무엇인가 말하려고 애쓰는 자의 고민이 엿보인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부분에 점수를 줄 수 있겠네요 손등에 서식하는 반점을 몰래, 핥았어     저릿한 염분의 리듬, 은빛 미뢰가 누렇게 갉혔지 어머나 달빛이 손톱부터 삼켜오고 있는데 아무 것도 모르는 체, 고양이의 트레몰로 위 부분들은 언어자체가 만들어 내는 기묘한 질감이 매력적이지요^^ 이런 종류의 시편들은 내밀한 자아에 대해 현미경처럼 섬세하고 집요한 관찰이 이루어진다면 아주 근사한 이미지를 획득할 수 있겠죠^^ 조금더 형상화를 할 수 있다면 좋은 시로 거듭날 수 있다고 보아요 형상화는 구체화가 아니라 하나의 이미자가 선연하게 드러나는 이미지적인 작업이라는 것을 고민해 보세요^^ 실마리의 다른작품들도 기대해 볼게요 2월 2주 주장원 s__crack 금붕어가 사는 어항 형광등처럼 빛나는 너의 어깨를 밤새 어루만지다 마주친 눈동자 속엔 작고 풍요로운 우주가 동그랗게 고여 있었어 돌멩이와 돌멩이를 겉도는 기포들은 어항에 가라앉은 지구와 달의 분신이야 그 속에 헤엄치는 금붕어가 두 마리 그건 봄이 되도 녹지 않는 꽃잎 같은 것 나는 밤새도록 네 입술의 능선을 오르내리며 언어가 닿지 않는 그 어항에 나의 물고기들을 함께 풀어놓고 싶었네 몸을 담그면 옆구리를 간질이는 주황이 지느러미를 은하수처럼 넘실거릴 때 나는 그 온기를 모공마다 심어두고 먼지가 가라앉듯 잠이 들었어 가끔 내 꿈을 예증하는 화폭 속에는 여전히 금붕어 두 마리가 당당히 고개를 내밀었고 눈을 깜빡이면 우울, 두 번 깜빡이면 환상 내가 놓친 풍경들마다 어딘가 금붕어 모양의 그림자가 꼭 두 개씩 져있었다지 그날 밤, 어둠이 온 몸을 뒤틀며 토해놓은 건 결국 금붕어보다도 작은 석고로 된 입술 자꾸만 내 위 속으로 가라앉았어 너는 여전히 검은 치즈케

  • 은하철도공무원
  • 2010-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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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라 감사합니다. 오늘 시집이 선물로 왔길래 무슨 일인가 했는데 주장원에 당첨됐군요 ㅇㅅㅇ 공부에 더욱 매진하겠습니다.

    • 2009-11-21 07:5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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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언제나... 후보이던가? 하하...

    • 2009-11-07 14:0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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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두 축하드려요... 시작한지 얼마 않되지만 저두 열심히해서 꼭 받고 싶군요...

    • 2009-11-03 21:4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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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두 축하드려요

    • 2009-11-02 23:5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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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두 축하드려요. 두번째로 받는 주장원이라 그런지 저번 주장원보다 기분이 두배나 좋네요.

    • 2009-11-02 22: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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