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휴전선에서

  • 작성자 김션
  • 작성일 2010-04-10
  • 조회수 294

우리들은 제발 처참한 6.25의 허물에서 벗어나자

바래진 기억 속에 타다 남은 사랑 한 조각을

출렁이는 압록강 푸른 물결에 띄워

깊고 깊은 동해에 가득 채우며

휑하니 뚫려버린 가슴 속으로

묻어두었던 그리움,

백두대간의 장엄함에 기대어

고요한 외침으로 다가가자

가끔은 어깨를 들썩이며

고인 눈물을 흘리고 희미한 기억 속

사랑했던 만큼 그리워지는 작은 슬픔을

가슴 한켠에 남기어

작은 불씨로 타 오른

지리산 속 갓 피운 야생화처럼 풋풋한

따스한 봄날 제주도 유채꽃과 같이 정겨운

소년 소녀의 사랑으로 기억하자

시베리아의 차가운 고독이 찾아오더라도

퍼붓는 총탄이 심장을 꿰뚫어도

우리들의 사랑 막을 수 없다고 포옹한 채

분단의 휴전선을 베어버리고

산골짜기 흐르는 정갈한 물로

비무장 지대 녹슨 철책을 걷어버리자

김션
김션

추천 콘텐츠

어느 오후에?

낡은 햇살 한 줌에 기대어 수수로이 부서지는 장미꽃 한 송이   오후를 알리는 푸른 종소리, 난 당신 이마에 입맞춤을 한다   가슴 속 따스한 추억을 찾을 수 없어 헤메이던 숱한 날의 기억 누군가의 머리 속에 남는다는 것 오래오래 기억해 주기를 바라는 한 여인의 애타는 뜨거움 햇살 어지러운 눈썹 사이로 조용히 만나 어느새 우리는 우리가 있던 곳에서 너무 멀리 떨어졌다는 것을 눈물로서 알게 된다   세월이 쓰러짐은 언제쯤, 텅 비어버린 당신 공간에 평생을 약속한 장미꽃 한 송이가 시들어가고 있다.   끊임없이 울어 부서지는 어느 날, 오후 울음의 끝자락, 다음 생을 기약하며 차가워진 당신 뺨을 어루어만진다

  • 김션
  • 2010-07-15
종이배

햇살이 저수지를 달군다 흔들림 없던 물결 위를 항해하는 종이배 한 척   시계의 초침을 따라 조용히 흘러간다   앉을 수도 설 수도 없는 상처의 끝, 고독한 시간마다 잠들지 않는 바람에 조용히 흔들리는 자신의 모습, 온 몸이 다 젖어가면 그저 눈을 감으려 했다   숨 막히는 시간이 흘러들어 뜨거운 저수지를 만들어도 누군가를 그리워 하는 듯, 작게 피는 들꽃에 눈길을 머물며 한 자리의 그늘을 찾는다   넓은 수면 위  홀로 거닐며  천천히 아주 천천히 젖은 하늘을 올려다 본다

  • 김션
  • 2010-07-15
조부(祖父)를 그리다

조용히, 굳게 닫힌 다락방 문을 연다 오랫동안 침묵해온 먼지들에 두 눈이 뜨겁다   몸을 털며 들어서니 창문으로 밀려오는 햇살에 마룻 바닥은 가쁜 숨을 쉰다   오래전 당신은 이곳에서 애타게 나를 부르시며 커다란 화폭에 붓 하나를 들고 소리없이 눈물을 떨구었다 어린 시절, 그저 두려운 마음에 목놓아 울었던 눈에 당신이 어린다   먼지 가득한 화폭 속 강물 굽이치는 산골, 넓은 농지 저편에는 가슴 깊이 간직한 집 한채가 보인다 전쟁 후 당신께서 가실 수 없었던 곳 그토록 그리워하시던 곳 지금 내 눈이 뜨거운 것은 소리없이 울고계신 당신 할아버지, 할아버지   피 울음 총성 속 그 집은 낡은 허물이 되어 당신 그리고 내 가슴 속에 스러졌다 다만, 당신의 울음처럼 내 눈이 붉어지는 것은 화폭 속, 그리고 지금은 부재하는 저 하늘의 별들과 같다 누군가를 소리없이 부르짖으며 떨리는 두 손은 차마 밤하늘의 별을 그리지 못하셨다 당신의 혈흔이 쌓인 곳에서 가쁜 숨을 몰아쉬며 마지막 붓을 들었다 그리움이 가득한 두 눈을 부릅뜨고 떨리는 두 손으로 차마 그립다 말하지 못한 당신, 그 집과 가족들은 밤하늘의 별이 되었다   지금, 두볼을 타고 흐르는 뜨거움은 조용한 공간 속 애타는 부름에 답하는 그리운 시간 마르지 않는 눈가에 한줌의 부토로써 쌓이신 분

  • 김션
  • 2010-07-15

댓글 남기기

로그인후 댓글을 남기실 수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을 남겨 주세요!

댓글남기기 작성 가이드

  •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 비방 등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 주제와 관련 없거나 부적절한 홍보 내용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 기타 운영 정책에 어긋나는 내용이 포함될 경우, 사전 고지 없이 노출 제한될 수 있습니다.
0 /1500
  • 익명

    문장을 한두 행으로 줄여서 끊어보기를. 요즘 청소년들 답지 않은 사회적인 주제를 잡아서 좋았다. 하지만 화자가, 진실로 상상하거나 한 장면을 휴전선과 연결시키면 더 공감이 갈 텐데...

    • 2010-04-12 15:26:32
    익명
    0 /1500
    • 0 /1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