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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라앉는다

  • 작성자 holyghc
  • 작성일 2010-08-23
  • 조회수 320

       가라앉는다

 먼지먹은 선풍기는

 온종일 더운바람을 털털거리고

 내방 한면을 가득 채운 책들은

 이젠 읽을 일이 없어진 낡은 헌유물

 떠오르는 먼지들 아래 누워있는 나.

 그 사이로 들려오는 소리

 '난 무엇을 홀로 가라앉고 있는건가'

 그것은 분명 목소리였다

 누군가의 묘비가 될 마천루 사이로 누군가가 떨어지고

 누구는 추락하려고 날개를 달고 그렇게 뛰어오르는 연습을 하는가 보다

 침강하는 먼지사이로

 날개잃은 나는 그저 가만히 누워있는다.

 그러다

 불현듯 끼얹는 깨달음

 가라앉는 먼지들 가운데서

 나는 분명 떠오르는 것이냐...

 책은 아무말을 하지 않는 고물이 되어버렸다.

 떠오를것은 떠오르고

 가라앉을건 가라앉아라

#가만히 누워있으면, 가라앉는 느낌이 많이 든다.

내가 배운 수많은 지식들은, 오래전 이미 증발하여 성냥불도 끌수 없게 되었고

오래된 학교에 다니고, 더 오래된 책을 들고 공부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누군가는 떠오르고, 누군가는 나처럼 가라앉는다.

가만히 있으면 스쳐 지나가듯 나를 지나가는 수많은 세상

그가운데 나는 가라앉는걸까 떠오르는걸까, 아니면 중립을 지키고 있는걸까

가끔씩은 피딱지도 안진 반쪽날개로 아둥거리다 떠올랐다는 착각도 들지만

내인생의 팔할은 먼지 아래에서 침체되는 일이다. 쥬스속 침전물을 보면 내 모습이 보일거다.

그리고 내 벽을 가득채운 책들은, 이번에도 해답을 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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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olygh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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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olygh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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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olyghc
  • 2010-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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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

    4연을 중심 생각으로, /가라앉는다/ 라는 것을 여러 사물과 마음의 여러 상황에 대입해 보세요.

    • 2010-08-30 15:39:07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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