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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

  • 작성자 나 너 우리
  • 작성일 2010-11-13
  • 조회수 368

오전 7시 50분

지하철에 사람들이 붐빌 시간

굽 높은 구두가 굽 낮은 구두를 밟아버렸습니다.

굽 낮은 갈색 구두는 깊게 짓눌린 상처를 참으며

굽 높은 분홍색의 구두에게 미소를 짓습니다.

그래도 상처는 남아 있었습니다.

어느어느 해 여름

어디서나 비가 내릴 계절

회색 하늘에서 내린 맑은 비는 갈색의 구두를 적십니다.

빗물이 구두 틈새틈새로 들어와 발을 차게 해도

발을 시원히 해서 고맙다고 합니다.

그래도 구두는 냄새가 폴폴

구두가 살아온 20년

수많은 신발과 마주친 세월

수많은 신발과 부딫히며 구두의 옆구리는 달아갑니다.

'엇,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괜찮습니다'

이 말들이 구두의 옆구리에 문신처럼 새겨집니다.

그리도 구두는 낡아갑니다.

낡은 20년된 갈색 구두

발목이 짓눌러진 구두

온갖 진흙과 먼지가 눌러붙은 구두

그 구두는

우리 집 현관에서 출근을 기다립니다.

2010년 11월 13일

우리 집 현관 구두를 보며 보내는 편지

나 너 우리
나 너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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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

    구두의 입장에서 표현해 보세요.

    • 2010-11-17 16:56:50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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