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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가에서

  • 작성자 중지군
  • 작성일 2011-01-01
  • 조회수 321

첫째는 달리고

둘째는 웃고

셋째는 하늘을 날아라

산산이 조각난 흙바닥에

강 버들 춤추는 날

나비가 구름처럼 떠다니고

강물이 다시 노래하면

첫째는 쓰러지고

둘째는 울고

셋째는 추락하는구나

바람이 멈추고 소나기 내리던 날

시멘트가 흐르는 강가에서

중지군
중지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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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은 줄을 맞춰 걷지 않는다 하늘이 맑다 바람이 분다 잿빛, 그러니까 흙 한줌도 없는 땅을 발맞추어 걷는 사람들이 있다 일직선으로, 가끔씩 곡선도 있지만 그것도 결국 일직선이 되어버리는 곧게 뻗은 도로가 있다 그 위를 걷는 사람들이 있다 사람들의 표정은 약간 화가 나있다 한말의 분노와 두말의 좌절이 잘 섞인 표정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굳어있는 강을 헤엄치는 겁에 질린 송사리를 닮아있다 경직된 어깨를 흔들며 그들은 저무는 저녁을 향해 천천히 줄맞추어 걸어간다 저 노을 뒤엔 무엇이 있을지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눈이 내려도 비가 내려도 가끔씩 하늘색 빛이 비춰도 그들은 걸어간다 말이 없다 하늘의 구름은 줄을 맞춰 걷지 않는다

  • 중지군
  • 2011-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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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지군
  • 2011-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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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지군
  • 2011-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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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

    1연과 3연의 구체적인 상황을 좀 더 그려보세요.

    • 2011-01-04 16:27:40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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