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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수도 공사

  • 작성자 빈하
  • 작성일 2011-11-22
  • 조회수 389

아빠의 06년식 이에프 소나타를 타고 학교에 가다

빨간 불이 켜지고

아빠랑 왼쪽 차선 경찰차랑 눈이 마주쳐서

끽-하고 멈춘 그 때

오른 쪽 차선은 속내를 죄-까발리고 있었다

에이 뭔 놈의 도로는 허구헌 날 뜯고 난리여

돈이 썩어나나부지 뭐얼

아빠가 던진 말을 내가 잘도 받는다

상수도 공사를 한다고 헤쳐논

구뎅이에 허옇게 긴 머릴 묶은

환갑은 됨 직한 아재가 서서 포크레인을 가르친다

에, 이 사람아 게가 아니라 여게다 파래두

오락실에 앉은 머리큰 남자애 처럼

포크레인 아저씨가 탁 하니까

벌건 흙에서 지네마냥 휜 철근들이 휙 고갤 들고

오-오케이

허연 머리 아저씨는 디스를 하나 꺼내고

포크레인씨는 천궁나이트 라이타를 패스한다

인도도 아니고 차도도 아닌데 서있던 빨간 지시등 아저씨는

빨대처럼 담배필터를 누래지게 씹으며 농을건다

그러다가 일제히 구뎅이에 카악 하고 검누런 가래침을 모아 뱉고

초록불이 켜지자마자 나는 학교에 서 있게 되고

피로에 절어 구뎅이 따위는 잊는다

독서실에 가는 길에 이미 메워진 구뎅이를 보고

차 하나 없는걸 보고는

슬쩍 구뎅이 위를 걸었다

지네가 생각이

나고 매캐한 냄새가 나고 까만 타르가 까만 가래침 같다

는 생각

급하게 묻혀진 건 구뎅이가 아니라

지네가 삼킨

허연 아저씨의 허연 디스

연기가 아닌가

편의점에서 산 하얀 빠나나 우유를 마시던 빨대를

잘근잘근 씹어보다

카악 퉤

나도 몰래 허연 침을 모아 뱉었다

빈하
빈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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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햇빛인 것이다

말랑하고 흰 다리를 노니며 마루끝에 앉아 해를 보고 손을 뻗는다 금실을 뽑는다 세상에서 제일가는 누에고치인 양 해는 그 자체로 금실타래 인 것 처럼 두 다리를 그네처럼 흔들거리며 금실을 감는다 매듭진 데 한나 없게도 잘 뽑아진 실타래는 어느새 방안을 가득 메우고 하늘의 금실타래는 사라져 저기 앞집 정이네 외양간도 보이질 않는 마치 파 #(샵)과도 같은 까만 시간 두손 두발, 그리고 베틀 그 밖에는 온통 금실로 메워진 방에 서서 덜그럭 거리며 베틀을 놀리고 하얀 손이 지나면 금빛 물결이 지나고 금빛 물결 밑으로 금빛 모래밭이 출렁대는 불빛하나 일렁이지 않는 고요한 밤 고요한 방 사라진 실타래 자리를 정이네 송아지 눈알 같은 까만 색이 적신다 젖은 금빛 찬란한 베를 말리려 마루에 나와 빈 하늘에 걸었더니만 금빛 하늘이 생기고 파 #(샵)은 빛나는 행진곡이 되어서 온갖 것이 빛난다 희고 말랑한 두 팔 두 다리는 이미 그 자체로 도로 햇빛인 것이다

  • 빈하
  • 2011-11-22
젖었다

1. 무릎이 젖는다 것도 왼쪽무릎이 서럽게 까망 나이롱 학생용 스타킹 을 걱정스레 쓸어본다 둥글다 이름만치나 둥그렇다 엄마가 보고 싶은 섬집아이보다 더 더 더 둥글게 만 몸으로 나는 젖은 무릎을 부비었다 손바닥은 그레이트디바이딩 산맥보담 더 말라있다 모래빛으로 빛나는 손이 거칠하다 그치만 내 무릎은 젖었다 나의 손이, 다한증이 있는 낙낙-한 손바닥이 나를 배신한다 -함께 호주로 캥거루를 만나러 가쟸으면서......! 젖은 무릎이 샘이 났다는 듯이 오른쪽 무릎이 젖는다 시리게 새카만 이끼낀 돌같이 축축..한 양 무릎을 무섭게 비벼본다 이미 젖을대로 젖어 불어터진 무릎이 쿨쩍거린다 무릎만 젖은건 아니었지만 무릎부터 젖은게 아닐지도 모르지만 습기찬 두 관절을 지닌 계집이 쿨쩍거린다 뭣 때문일까 비겁한 왼 무릎팍은 온 몸을 젖게 만들었다 2. 사내가 젖는다 것도 길거리에서 서럽게 까망 나이롱 학생용 스타킹 을 부질없이 보내준다 예쁘다 생각할수록 어여쁘다 미워해야만 하겠지만 그러는 편이 더 멋진 거 같기는 하지만 마음속은 덕장안의 북어보담 더 추레하다 헤집어진 북어가 비늘비늘 벗겨져 부대껴온다 그치만 그 사내는 젖었다 나의 손을, 다한증이 있는 손을 잡던 손이 젖었다 -호주엔 다신 가지 못할거라며...... 젖은 손이 안쓰러웠나 남빛깔 옷소매가 폭풍같이 젖어버린다 새카맣게 돋아난 솜털수염까지도 별수없이 젖는다 이미 깎일대로 깎여 둥글어진 마음이 여직도 따끔거린다 깜박거리는 푸른 신호등이 자꾸 그를 적신다 사실, 뭣때문인지 사내는 안다 비참한 선사내는 계집때문을 할 수 없다 3. 계집의 무릎팍에서 발끝까지 적신 사내가 떠난다. 드디어 무릎이 마른다 사내의 손바닥에서 옷소매까지 적신 계집이 떠난다. 끝끝내 두손이 마른다 이 끝에서 저 끝으로 등지고 멀어진 두 마른 이들이 뒤돌아선다 말라버린 두 육체가 마주본다 눈에서 아직 마르지 못한 네 개의 눈에서 뭔가 반짝 모두가 잊고있었다 그네는 그때도 젖어있었단 그걸 사낸 계집에게 계집은 선사내에게 푹 젖어있었다는 걸 너무 젖어있어 몰랐다 그 수면위로 건져진 순간부터 그네는 안다 내가 너에게 젖어있었음을, 너라는 물속에 사는 한 마리 북어같은 존재였음을 미처 빠지지 못한 너라는 물들이 모조리 탈색되고 나서야 우리는 무릎을 펴고 걷는다 손을 흔들며 걷는다 이미 우리가 아니지만, 그래선 안되지만 그 정도는, 까짓 봐줄수 있게 된다 네가 가지고 있던 내가, 마지막 방울까지 모조리 돌아오고 나서야 -----------------------------------------------------------------------

  • 빈하
  • 2011-04-27
그리고 그리고 그랬다(draw and .........)

엊그제부텀 난 그랬었었다 한 소절도 끝맺지 못한 전화벨이 남긴 네 흔적에 난 그랬다 노래가 이어져주기를 그랬어 그랬다   똑딱이는 어둠속 메트로놈 시계추 사이사이사이마다 쌓이는 너와 나 사이 노래가 메우고 이렇다 할 그 뭣도 멋도 없어서 우리라고 칭할 건덕지도 건질 수 없어서 나는 그럴수 밖에 없어서 그래서 비타민 에이가 부족한 나는 취침 모드에 놓인 4월의 전기장판을 덮고 나선은... 너를 그리고 그리고 지우고 다시 그리고 그리고 지우고 전율하고 그리고 가마니처럼 가마니 있었다 그랬다, 그래버렸다 여느 봄날과 매한가지 같은 봄 사실은 그랬다 그 말 하기 너무 그래서 그래서 그랬다 그랬다 고만 해버렸다 너라면 알 것 같아서 내 수많은 그랬음을 바꿔 읽어줄것 같아서 나도 그래 라고 담담히 말해줄 거 같아서 네마음 내마음 같아서 그래서 너를 그리고 그리고 그랬다. -------------------------------------------------------------------- 저는 위로할 줄을 모릅니다. 부럽다는 말을 할 줄 도 모릅니다. 먼저 지고들어가는 것 같아서 그런 말 하는게 너무 부끄러워집니다. 사실은 이런 제 모습이 더 부끄럽습니다. 저의 수많은 그랬다.. 를 기다렸다.. 라고 바꿔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기다림이라는 말, 기다렸다는 말 하기에 저는 아무래도 너무. 그런 존재인것 같네요.... 글, 그림, 그린다, 그리고, and 그리고, draw...

  • 빈하
  • 2011-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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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

    흙구덩이는 무엇을 구체적으로 품고 있다고 여길 수 있을까요.

    • 2011-11-28 20:36:19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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