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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4월 3일

  • 작성자 韓雪
  • 작성일 2012-04-01
  • 조회수 284

어느 4월 3일 

  

제주도 어느 바닷가에서

파도가 거친 모래밭에

새허연 얼굴로

픽픽 힘없이 쓰러지고 있었다

쓰러지는 이유도 모른 채

  

사람들은 몸 한 구석을 움켜잡으며

잔득 일그러진 표정으로

허연 얼굴로 파도처럼

아스팔트 위로 부서지고 있었다

부서지는 이유도 모른 채

  

포말 같은 숨소리가

힘겨운 듯 끊겼고

그들 몸 밖으로 붉은 꽃잎이

뚝뚝 빗방울처럼 떨어지고 있었다

떨어지는 이유도 모른 채

  

울기 싫었던 바람은

그 꽃잎들 지우려고

훅훅 불어왔지만

꽃잎들은 아랑곳 않고

결코 잊을 수 없는

자국으로 굳어졌다

韓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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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韓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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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韓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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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韓雪
  • 2013-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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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

    그들은 구체적으로 누구일까요.

    • 2012-04-03 15:55:07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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