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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시간

  • 작성자 여우씨
  • 작성일 2012-05-22
  • 조회수 188

수업시간, 샤프심이 뭉뚝해졌을 때

 

선생님이 ‘사람’에 밑줄을 그으라고 말했다.

 

그러나 무심코 정말 무심코

 

‘사람’ 뒤에 있는 글자 ‘들’에까지 밑줄을 긋고 말았다.

 

망설였다.

 

옆에 있는 지우개가 보였다.

 

망설였다.

 

지우개를 손에 집다가 창밖에 다리를 저는 남자가

 

아이의 손을 잡고 가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지우개를 내려 놓았다.

 

그리고 내가 밑줄 친

 

‘사람들’에 한번 더 밑줄을 그었다.

여우씨
여우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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