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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

  • 작성자 韓雪
  • 작성일 2012-08-19
  • 조회수 373

오타

 

키보드의 'ㅓ' 옆엔 'ㅏ'가 있다

 

나는 자꾸만 '너'를 '나'라고 오타하곤 한다

 

한때 그런 순간이 있었다

 

너의 두근거림이 내 설레임의 소리였던

 

너의 모든 숨결이 내 그리움의 향내였던

 

너의 작은 더듬거림들이 모두 내 삶의 조그만 울림이었던

 

그런 시간들이

 

아가야

 

뱃속에서 나의 온몸이었던

 

우리 아가야

 

 

 

* 시의 1, 2행은 정끝별 시인의 글에서 따왔음을 밝힙니다

韓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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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韓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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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韓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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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韓雪
  • 2013-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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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

    너의 몸짓과 숨결 등이 나에게 달리 읽히던 순간을 그려보세요.

    • 2012-08-20 10:19:25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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