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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어국

  • 작성자 라임맛
  • 작성일 2013-02-26
  • 조회수 524

북어국

 

벽에 눌러붙은 현관문이 마른 트름과 함께 속살을 드러낸다.

암막커튼 아래 그늘을 덮은 채 그가 누워있다.

총기를 잃은 두 눈이 움푹 패이고

누렇게 뜬 북어를 들어다 도마 위에 놓는다.

내 입 밖을 나왔지만 종착지를 잃은 말들은

허공에서 방황한다.

말 없는 북어를 패다가 찢어 끓는 물에 넣는다.

마지막, 물 만난 물고기.

지느러미를 잃은 줄도 모르고 온 몸으로 푸드덕거리며

거품을 토해내며 뻐끔, 헤엄을 친다.

홀로 앉은 식탁 위엔 두 그릇의 북어국.

형의 식사는 내일로 미룬다.

라임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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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임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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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임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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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임맛
  • 2013-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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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

    누웠는 그와 나의 관계를 좀 더 구체적으로 그려보세요.

    • 2013-03-04 17:54:28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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