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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박

  • 작성자 김줄
  • 작성일 2018-04-01
  • 조회수 1,113

강박

-여러 개의 조각영화

 

 

뇌를,받았다,캬,라멜,팝콘,의뒤,통수를,닮아서로에게,중요해,내것과,네것,의,경계,에있던,

 

 

뇌에게,

밀크티,붓는다

영화,영사기,비춘다

밥알,뇌,사이,사이,주름,끼운다,일일히,먹인다,

 

 

나에게,

스테이플러,영화표,집는다

상영시간,넣는다

손가락,튕기는,속도

탁,타,타탁,탁탁,

내볼,떠먹다

 

 

왜,모두는,뇌,의료용폐기물,분류,

 

 

뇌,저민다,말린다,굳은지늙은,캬라멜,구멍,명주실,배달아,흔한로맨스영화,같아,끝나지,않으니,끼운다

 

김줄
김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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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줄
  • 2020-04-01
어제 오늘 내일

어제는 소녀를 받았고 오늘은 자유를 받고 내일은 침대를 받을 것이다 어제는 드레스를 입었다 오늘은 브래지어를 하지 않고 내일은 노인을 기다릴 것이다 어제와 오늘은 사이가 좋지 않다 오늘과 내일은 지난 애인 관계다 어제는 늘 젤리를 달고 살았으며 젤리는 젖꼭지와 닮아있다 세 사람 중 과반수는 브래지어를 하기 싫어했다 셋은 시간을 자기 속도에 따라 걷고 있었다 시간은 브래지어를 해서 올라가는 순간이 둘, 내려가는 순간이 둘이다 그래서 인생에 좆같은 순간이 크게 잡으면 넷 이상이다 어제는 브래지어를 하지 않는 오늘을 창녀로 생각했으며 오늘은 브래지어 하는 어제를 바보라 생각한다 오늘은 내일과 함께 브래지어만 하는 삶을 좋아한다 몸이 덜렁거리지만 젖꼭지를 드러내는 것은 복숭아가 잔디 위를 뒹구는 것처럼 자유롭다 어제가 먹은 젤리는 뾰족한 복숭아 향이었다 복숭아가 아니어도 괜찮았지만 소녀가 아니라는 취급에 어제는 인공 복숭아가 되었다 사람들은 복숭아의 골을 좋아하며 그곳에 칼을 꽂아 도려내는 것이 자랑이다 인간을 만들어 내니까 오늘의 젖꼭지를 드러내고 싶은 마음에 시간을 돌아보니 아빠도 노인도 개도 브래지어 없는 시간을 걷고 있다 침대 위에선 개같이 놀면서 브래지어를 우리만 한다는 사실이 복숭아를 멍들게 했다 하지만 괜찮다 복숭아에 칼을 쑤셔 박으면 내일이 멍들겠지만 복숭아의 자유로움과 젖꼭지는 멍청히 가려지지만 괜찮아질 것이다

  • 김줄
  • 2020-03-23
지문

손가락 마디를 뻗어요 안에서 구불대는 길이 보이나요 낡아 금이 간 모습이 보이나요 거친 활자 위에 하필 지면이 불안해서 작게 솟아오른 자음들을 어루만지는 손이 떨리는 게 보이나요 생각보다 앞서서 몸 떨며 활자를 적시는 땀샘들이 보이나요 당신은 지문에 사는 아름다운 새끼입니다 멀리서도 보이지 않고 가까이서도 겨우 보여요 수시로 배어드는 비에 청탁하지 않았는데 찾아온 계절에 잡아야 할 활자들을 놓치죠 따라오는 어지럽게 타자기를 맴도는 손과 주저앉아야만 생각 당신은 아프게 아름다우니까요 그렇기에 지문 주위에 반드시 살아야만 하는 거친 활자들입니다 당신의 잃어버린 말과 죽어버린 말 그사이 오늘도 헐떡댑니다

  • 김줄
  • 2020-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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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미

    안녕하세요 김줄 님 올려주신 시 잘 읽었습니다. 시에 대해 고민한 흔적이 보여요. 요즘 계속 고민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이 시는 특히 첫 문장이 좋았는데 뇌를, 받았다라고 시작하잖아요. 우리는 흔히 뇌가 생겼다 뇌를 쓴다 등 생물학적으로 뇌를 이해하는데 뇌를, 받았다는 말은 보다 더 임무를 수행하는 역할이 부여된 것 같아서 낯설게 보였어요 그래서 좋았어요. 카라멜 팝콘의 모습, 밥알과 뇌주름, 구멍, 명주실과 같은 이미지 그리고 내볼, 떠먹다와 같은 푸딩같은 이미지도 좋았고요. 이 시는 전반적으로 이미지에서 모든 이야기를 해주는 듯한 느낌입니다. 제목에서 조각영화라고 언지를 주었고 내용에서도 쉼표를 써서 문장과 문장이 단절되는 느낌을 주었고요. 그런 의도가 성공적으로 작용했어요. 부서진 로보트를 보는 기분이고요. 거기서 오는 쓸쓸함이 있어요. 뇌는 우리 신체 중 가장 중요한 기관인데 그것에 밀크티를 붓고, 저미고 말리고 끼우는 행위도 감정을 다 빼고 쓰셔서 더 섬뜩하게 다가왔어요. 의료용 폐기물로 분류한다는 상상도 그랬고요. 다만, 왜 영화일까. 그런 의문은 들었어요. 장면 장면이 끊어지는 영화라는 생각은 드는데 그것이 뇌가 인지하고 우리의 삶이라는 생각도 드는데 "스테이플러,영화표,집는다/상영시간,넣는다" 이 부분에서 조금 늘어진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뭔가 더 영화스러운 문장들이 있을 텐데요. 스크린, 극장, 무성영화, 조명, 편집 등 김줄 님의 시를 풍성하게 해줄 시어들이 더 많이 있으니, 고민을 해보세요. 좋은 작품 보여주셔서 감사하고요. 앞으로도 계속 기대하고 있을게요 힘내세요 김줄 님. 잘하고 있습니다 ^^

    • 2018-04-18 11:38:05
    손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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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e Talk Slow

    투정 같은 시. 혹은 장난

    • 2018-04-18 04:46:27
    We Talk Sl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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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별

    훌륭하다. 그것 아주 시이다 놀라운. 갈아주세요. 내 뇌도.

    • 2018-04-01 02:39:37
    윤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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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울

    너무 그것은 재미있습니다. Google 번역기를 운영하는 것처럼, 그것은 단어가 당신에게 던져지는 백과 사전과 같습니다. 멋진시였습니다! 김줄씨의시, 대단하다! 나는 당신의 시, 다음번을 기다린다

    • 2018-04-01 02:37:05
    청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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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수

    어서 이상의 시집을 덮고 이 젊은 작가를 주목하라. 이상이 지금 이 시대에 다시 재림했다.

    • 2018-04-01 02:32:27
    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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