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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날 숙박업소

  • 작성자 명봄
  • 작성일 2018-11-13
  • 조회수 754

이런 날 숙박업소

 

 

아버지는 집에 오다가 엄마랑 닮은 여자와 했다

- 건강하고 안전한 생활, 임승유

 

 

부모가 죽은 날 너는 나와 만나서 했다

장례식에는 너의 부모의 부모만 가고 그들은

먼저 죽은 자식과

하고 있는 자식의 자식을

원망도 못하고 건전하게 울었다

 

불쌍한 너의 부모

호텔에서 나는 번진 화장으로 너 대신 울었다

나처럼 아름다운 불면증 환자는 처음이다                                                                                                      (빛의 볼륨, 주하림)

하고 나서 너는 잘만 잤다

 

자다가 너는 그만 잤다

부모가 없어 집이 집도 못 돼요

집 밖에선 화장실을 못 쓴다던 애인이

 

집도 없이 변기에 앉는다 사랑은 배설처럼

부모는 너를 배설하듯 낳았다 변기 위처럼

화장을 하면서 부모는 탄다 비료처럼

더럽고 추하게

 

부모의 기일에도 자는 너는 화장실이 가고 싶어 깬다 나는 아름다운데 너는 추하고

부모가 호텔에서 하다가 낳은 우리는

불건전하게 우는 아가들

 

이런 날 너는 나와 만나서 하고 갔다

 

명봄
명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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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미

    안녕하세요 명봄님 반갑습니다. 먼저 제목이 가장 끌렸어요. 어느날 숙박업소라니, 이런 유니크하고 독특한 제목은 어떤 시일까 궁금증이 일었어요. 먼저 시가 전체적으로 좋았습니다. 집중하고 있고 연과 연도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고요, 1연에서 원망도 못하고, 라는 말은 뺐으면 하는 개인적인 의견을 드립니다. 2연에서 호텔 대신, 숙박업소라는 말을 넣어주면 더 사실적으로 보일 것 같고요, 혹은 업소의 이름을 넣어주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왜냐하면 시에서 구체적으로 파고 들어갈수록 세밀해지고 세밀한 장소와 명칭을 주는 것만으로도 독자들은 더 가까운 감정으로 시에 들어올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호텔에서~ 울었다 하는 것과 초원모텔 302호에서 ~ 울었다 하는 것은 벌써 다르죠. 어느 공간에서 울고 있느냐에 따라서, 화자의 많은 상황을 설명할 수 있지요. "불건전하게 우는 아가들"이라는 말도 조금 수정했으면 하는데요, 불건전하다는 말을 화자가 말해줄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불건전함이란 무엇일까요. 호텔에서 잔다고 해서 그보다 더 강한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는 말이 있다면 대체하면, 좋을 것 같고, 혹시 그게 아니라면 저 문장 자체는 뺐으면 합니다. 감정의 결론, 시에서의 판단, 건전하다 옳다 나쁘다 는 결론은 독자의 몫으로 남겨주세요. 시 좋네요, 앞으로도 좋은 작품 기대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2018-11-23 09:09:10
    손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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