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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중-중독

  • 작성자 최로
  • 작성일 2018-12-02
  • 조회수 170

다중-중독

 

닭이 진화하여 사자가 되었다.
내가 보는 것은 닭알인가 사자새끼인가.
나는 몹시 궁금하여 결국 유리를 깨버리고 말았다.

 

깨어진 유리 안에는 몇 개의 철사와 몇 개의 플라스틱만이 존재했고
나는 그 신비한 동물을 다시 보고싶어 깨어진 유리를 붙이었다.

 

유리는 그 조각이 거침에도 매끄러워 잘 붙지 아니하여 결국 다시 떨어지고 말았다.
나는 그 실망감에 담배를 꼬나물고 내 머리로 가는 나의 숨들을 죽이었다.

 

나는 깨어지기 전에는 한 자리에서 숲을보고 바다를 보고 도시를 보았지만
깨어진 유리 앞에서는 그저 상자만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내가 바라보는 회색이 구름인지 나의 숨인지 잘 구별이 가지않아
나는 창문을 열었다.

 

나를 침범해오는 낯선 공기에 정신은 사라져만 갔다.
결국 나는 다시 불을 피워 내 숨들을 죽이었다.

 

죽어도 나는 죽은 게 아니되어
다시 살아나는 게 두려웠고
나는 나의 목에 불을 붙여 나를 죽이었다.

 

한 남자가 나를 보며
'그대의 죄는 3가지이다'하였다.
나는 붉게 물든 눈을 끄덕이었다.

 

사인은 중독이었다.

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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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미

    안녕하세요 최로님 반갑습니다. 우와 저 첫 연 읽고 가슴이 뛰어 혼났어요. 뭔가 엄청난 시가 나타났다고 생각했지요, 닭이 진화해서 사자가 되었다. 1연이 참 좋았어요. 뭔가 나타날 것 같았어요. 개인적으로 바람이 있다면 2연부터 유리를 다시 안 붙였으면 좋겠어요, 그냥 깨고 저지르고 수습하지 않았으면 해요. 시는 충분히 그래도 되니까요. 개인적으로 2연 3연이 없어도 될 것 같고요. 바로 4연으로 넘어가도 좋을 듯 합니다. 나는 깨어지기 전에는 한 자리에서 숲을보고 바다를 보고 도시를 보았지만 깨어진 유리 앞에서는 그저 상자만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이 연에서는 내가 깨졌다 그 전에는 뭘 보았다 까지만 써줘도 무방해보여요. 깨어진 유리 앞에서 상자만 봤다는 부연 설명은 없어도 될 것 같고요, 내가 깨졌는데, 그 전에 뭘 했는데, 내가 깨졌다는 것에 집중해서 한 문장으로 치고 나가고 충분할 것 같고요 내가 깨졌는데, 어떻게 깨졌는지 그 이미지를 써주세요. 조각조각, 혹은 금이 갔나? 병처럼 주둥이만 깨졌나? 그래서 누군가 나를 만지면 피가 나나? 그런 이미지들이요. 죽어도 나는 죽은 게 아니되어 다시 살아나는 게 두려웠고 나는 나의 목에 불을 붙여 나를 죽이었다. 살아나는 게 두려웠다는 문장도 감정의 설명이니 삭제하는 게 좋을 듯 해요. 나는 나의 목에 불을 붙여 나를 죽였다 한 문장으로 충분하고요, 앞서 말했던 닭과, 사자 이야기가 뒤에서 진화된 모습으로 한 번 더 등장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계속 좋은 작품 보여주세요. 기대하고 있습니다!!!

    • 2018-12-19 19:52:38
    손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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