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이상

  • 작성자 장보고가 장보고
  • 작성일 2019-06-22
  • 조회수 608

밤이 느지막하게 세상의 끝으로 걷는다면,

새벽별이 살며시 어둠 속에서 떠오릅니다.

반짝이는 은하수 속에서

나는 오로지 새벽별만을 바라봅니다.

 

새하얗게 빛나는 그 별은 너무나도 높아서

오로지 바라볼 수밖에 없고,

태양이 떠오르고 아침이 밝으면

나는 별을 더 이상 볼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새벽별은 언젠간 다시 떠오르는 것을 알기에

나는 붉은 저녁과 뒤이을 밤의 끝을 기대합니다.

 

밤이 느지막하게 세상의 끝을 걷기 시작할 때

가장 차갑고도 가장 뜨겁게 불타오르는 새벽별을 향하여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별빛을 어루만지기 위하여

나는 두 손 모아 기도합니다.

장보고가 장보고
장보고가 장보고

추천 콘텐츠

소나기가 내린다

내 가슴속에 맺힌 응어리를 씻겨내리기 위해 소나기가 쏟아진다 함께 흘러내린 멍울을 머금은 빗방울이 흙탕물이 되고 가장 낮은 틈새에 응어리진 웅덩이가 고인다   투명하고 맑은 물줄기가 희미하고 흐릿한 거울의 웅덩이로 변해버렸건만 멍울을 씻겨내린 작은 망울이 되게끔 응어리 사이사이로 퍼붓는 작고 아주 작은 방울들이 거울에 퐁당 빠져 작고도 동그란 무늬를 그린다   뿌연 거울에 영그는 응어리와 빗줄기를 양분 삼아 웅덩이에 이는 물결의 모습은 마치 꽃봉오리의 기지개와 같아서 지켜주고픈 마음에 우산을 내밀자 피어나는 망울은 온데간데도 없이 사라졌다   씻겨내리기 위해 쏟아지는 소나기로부터 피어난 나지막한 덩이가 응어리진 웅덩이가 멍하니 서 있는 날 비추게끔

  • 장보고가 장보고
  • 2020-08-10
앞에는 가로등 하나, 뒤에는 그림자 하나

도로에 누워있는 사람 하나, 옆에 멈춘 버스 하나, 불평은 터트리는 경적은 하나가 아니다. 신호등은 초록색으로 깜빡이고, 아스팔트 도로는 시커멓데 앞의 차는 빨갛고 뒤의 차는 파랗고 버스는 짧은 바퀴로 걸어가는 경적에 가깝다 건너편 다리 아래 흘러가는 강물과 나란히 서 있는 나무에서 떨어지는 낙엽에 맞추어 벌어지는 시간은 삼초, 이초, 일초 영. 주머니에 울리는 6시의 소리는 희고 검은 횡단보도가 강물처럼 굽은 곡선 아닌 나무처럼 반듯한 직선으로 이루어져 두 발을 내밀어야 하는 까닭이었고, 가로등이 일제히 켜지는 것은 심장이 둔중하게 울리는 동안 들리는 도시의 소음이 사람과 차와 개와 바람과 도로와 또 다른 사람의 걸작이라는 게 시끄럽다고 알려주었다 길 건너는 사람들은 뭐가 그리 바쁘고, 서 있는 차량은 뭐가 그리 급해서 무심히 고개도 돌리지 않는데 빨간 신호등을 건너지 못하고 안절부절 서있을 뿐 불이 켜진 가로등 하나에 그림자 하나, 줄줄이 서 있는 차의 전조등에 그림자 둘, 멈춘 버스에 그림자는 셋 결국하나 세어보니 길다 눈을 굴리며 곰곰이 생각해보니 도로에 누워있는 사람 하나의 뒤에는 그림자가 하나, 앞에는 가로등이 하나 서 있어서 빛이 움직인다면 도로의 그림자는 아무거나 무엇이든 될 수가 있는데 정작 사람은 사람인지라 무수히 많은 점이 선으로 남을 수가 없다. 가로등은 많고 그림자는 긴데 마지막으로 보고 잊어버린 건 도로에 누워있는 사람 하나.  눈이 감긴다.

  • 장보고가 장보고
  • 2019-09-02
아담이 뱀에게

너는 내게 올라와 아래로, 아래로, 깊고 어두운 아래로 끝없는 아래를 향해서 그 곳으로부터 들려오는 음울한 메아리 너는 내 어깨를 위로하듯 쓰담았었지  

  • 장보고가 장보고
  • 2019-06-20

댓글 남기기

로그인후 댓글을 남기실 수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을 남겨 주세요!

댓글남기기 작성 가이드

  •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 비방 등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 주제와 관련 없거나 부적절한 홍보 내용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 기타 운영 정책에 어긋나는 내용이 포함될 경우, 사전 고지 없이 노출 제한될 수 있습니다.
0 /1500
  • 권민경

    장보고가 장보고님. 곧 다시 만납니다. 제가 자주 하는 말이 있어요. 문장에 대한 것인데요. 추상어, 한자어, 색채어를 습작기 동안에 자제해보자는 것이에요. 그러니까 영영 쓰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자유자재로 글을 다룰 수 있게 되면 그것들을 넣어도 무리 없는 글을 쓸 수 있을 테니, 당분간만 자제하자는 ‘권고’이죠. 이 시에선 일단 제목인 이상이 한자어이자 추상어지요. 그리고 새하얀 별, 붉은 저녁 등이 색채어고요. 그 외의 부분들을 찾아서 구체적인 단어들로 바꿔보는 연습을 해보세요. 사실 많은 시들이 보이지 않는, 추상적인 개념들을 다루고 있어요. 그런데 그것을 독자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아주 구체적인 단어를 사용하고 있지요. 혹은 현실의 구체적인 상황을 빗대어 보여주기도 하고요. 그럼 또 만나길 바랍니다.

    • 2019-06-26 05:34:11
    권민경
    0 /1500
    • 0 /1500
  • 떠오르는 별 그 장면들이 너무 이쁜 것 같아요 밤의 끝과 어둠을 두려워 하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나의 별을 볼 수 있기 때문이겠죠 응원할게요!

    • 2019-06-23 00:57:53
    0 /1500
    • 장보고가 장보고

      감사합니다!

      • 2019-06-23 18:53:18
      장보고가 장보고
      0 /1500
    • 0 /1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