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 작성자
  • 작성일 2019-07-24
  • 조회수 768

내 동생 경희가 오 층짜리 건물에서 자살기도를 했다 그 애 몸뚱아리는 온통 으스러졌지만 죽지는 않았다

의사선생님은 그 애더러 척추 신경이 손상되어 다시는 못 걸을 거라고 그랬다

경희는 줄줄 울었지만 그건 분명 마비된 다리 때문이 아니라 더 이상 자의로 죽을 수 없어서 우는 거였다

 

그 애는 잠꼬대로 자꾸 죽여달라 빌었다 누구더러 찔러달라고 했다 또 혀를 뽑아달라고 했다

왜 죽여주지 않느냐고 경희는 서럽게 울고 속삭이고 소리를 질렀다

잠든 경희는 시퍼렇게 멍이 들 때까지 제 손으로 자꾸 목을 졸랐다

병신아 죽으려면 제대로 죽고 살으려면 악바리같이 살아남아야지 씨팔 슬프게 왜 자꾸 그러는 거야,

나는 그 애를 가닥가닥 조르고 있는 손가락들을 울면서 쳐냈다

 

조각난 뼈들이 희망적으로 잘 붙고 있다는 의사선생님의 말에 경희는 익사하는 사람처럼 고통스럽게 울었고

언니야 어떡해 왜 자꾸 내 몸은 살아남으려고 하는 거지

왜 내 뼈는 다시 붙고 상처는 아무는 거지

내 몸은 왜 묻지도 않고 무작정 살으려 드는 거야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고작 십자가에 대고 경희를 죽여달라고 비는 것뿐이었다

 

그러나 경희는 죽지는 못하고 대신 유약한 삶을 연명해 나갔다 경희는 누워서 밥을 먹고, 울고, 싸고, 울고, 죽는 꿈을 꿨다

 

언니 어젯밤에는 자각몽을 꿨어 뭘 하고 싶은가 생각해봤는데 죽어보고 싶었어

언니 그래서 옥상에 올라가서 죽을 때까지 뛰어보고 한강에 가서 익사할 때까지 뛰어내려 봤어

언니 농약을 내장이 다 들어붙을 때까지 들이켜보고

권총을 훔쳐서 피가 더는 나오지 않을 때까지 몸에 총을 쏴 봤어

언니 내가 자꾸 죽었어 죽을 수 있었어 황홀경에 심장이 터질 것 같았어

 

언니 어젯밤 꿈속에서 길을 걷는데 누가 나를 따라와서 목을 졸랐어

미친년, 죽어! 죽어! 죽어! 하고

언니 난 죽으면서도 고마운 마음이 들었어 내가 그 사람한테 그랬어 고마워요,

제가 드릴 건 없고 제 콩팥을, 안구를, 심장을 떼서 파세요 그 돈은 다 가져요 감사의 표시에요

 

언니 어젯밤엔 언니 어젯밤엔 언니 어젯밤엔

내가 죽었어, 하나님이 날 구원해주러 왔거든

경희는 꿈을 이후로 경희는 교회에 다시 나갔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예수님이 우리를 위해 십자가에 매달려 돌아가셨다는 것을 믿기만 하면 우리는 구원받을 수 있습니다

 

병약한 경희는 꿈속에서 하나님이 자기를 죽였다고 했다 하나님이 자기를 비로소 구원해 준 것이라고

그 애에게 유일한 구원이란 죽음이었으므로 그 애는 믿는다면 정말 죽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불쌍한 경희는 아무도 없는 교회에 앉아 사도신경을 오랫동안 중얼거렸다

 

전능하사 천지를 만드신 하나님 아버지를… 내가 믿사오며… 그 외아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믿사오니…

이는 성령으로 잉태하사… 동정녀 마리아에게 나시고… 본디오 빌라도에게 고난을 받으사…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시고… 장사한지 사흘 만에 죽은 자 가운데서 다시 살아나시며…

하늘에 오르사… 전능하신 하나님 우편에 앉아 계시다가…

저리로서 산자와 죽은 자를… 심판하러 오시리라…

성령을 믿사오며… 거룩한 공회와… 성도가 서로 교통하는 것과…

죄를 사하여 주시는 것과… 몸이 다시 사는 것과… 영원히 사는 것을 믿사옵나이다…아멘

 

그 후로 경희는 기도 제목을 적는 종이에 매번 구원해달라고 썼다

누군가 소리 내어 기도하시겠습니다, 하면 주여 주여 주여 하고 울면서 구원해달라고 빌었다

목사님은 그럴 때마다 경희의 머리에 손을 얹고 하나님께 구원을 간구하는 기도를 해 주셨다

그러나 목사님의 구원은 삶의 연장선이었고 경희의 구원은 곧 삶의 종말이었으므로

 

구원이라는 한 단어에 모순되는 소망이 덧입혀져 있을 때 하나님은 누구의 기도를 들어주시나

전능하고 지혜로우신 하나님은 둘 다 들어 주실까

 

목사님은 경희에게 예수님이 우리를 위해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신 것을 믿느냐고 물었다

희는 목사님, 믿습니다 믿습니다 했다 목사님은 경희의 손을 잡고 그렇다면 자매님은 이미 구원을 받으셨노라고 했다

 

그러나 목사님은 경희의 구원을 알지 못한다 목사님은 목사님의 구원만 알고 있을 뿐

구원이란 단어 속에 내재화된 두 개의 다른 뜻, 멀리서 일렁이며 기어오는 끝 없는 참담과 

황홀경에 젖어 우는 경희가 있다

그 애는 빨간 십자가의 끝을 부둥켜안고서 주여, 제가 믿습니다 했다

 

지켜보시는 하나님은 책임감을 회피하며 침묵을 지키셨고 경희는 구원받았으나 끝내 구원받지 못한다

경희는 숨을 들이쉬고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내쉰다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습니까?’라는 뜻이다(마 27:46). 예수님이 십자가에 매달리신 채 고통 속에 부르짖어 말씀하신 것을 인용.

추천 콘텐츠

본질의 반의어에 관한 시

융통성 없는 정치 선생은 보수정치가 우리를 본질에 데려다준다고 했다 통계 선생은 숫자만이 이 세상에 믿을 수 있는 것이며 그러므로 통계만이 우리를 본질을 닮은 최선에 닿게 해 줄 것이라고 했다 영어 선생은 본질을 찾을 시간에 밥벌이를 해야 한다고 했다 너는 그것을 고민할 시간에 시험공부나 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청소 아줌마는 본질은 고통스럽고 끔찍하고 얘기했다 아담과 하와도 본질을 알려주는 사과를 먹고 생의 비극을 알게 되지 않니 우리는 제정신으로 살기 위해서 본질과 가장 먼 얘기를 해야 한다 ​ 그러니까 우리는 본질과 동떨어진 얘기를 해 보기로 하자 예를 들면 ​ 베란다. 베란다에 대해서 말해보기로 하자 어린 나는 아빠를 베란다에 자주 가두고는 했다 나는 베란다를 감옥이라고 명명하고 전능하게 징역을 선고했다 그를 베란다에 영영 가뒀다 아빠는 거기서 영영 나올 수 없어. 아빠는 거기서 죽는 거야. 내가 그런 말을 하면 아빠는 겁에 질린 표정을 짓고 담배를 물었다 그런 놀이를 한 밤이면 아빠가 몸에 포승줄을 두르고 감방으로 끌려가는 꿈을 꿨다 어느 밤에 아빠는 살인자였다가 사기꾼이었다가 교주였다 그런 꿈이 반복될수록 나는 꾸준히 불안해졌다 나는 입술을 뜯고 손톱을 무는 습관이 생겼다 나는 눈을 자주 깜빡이는 초등생이 되었다 ​ 아니다 이런 얘기는 너무 무겁다 가벼운 단어를 생각해보자 예를 들면   사마귀. 우리 사마귀에 대해 얘기해 보기로 하자 나는 중학교 삼학년 때까지 열네 개의 사마귀가 있었는데 그중 아홉 개는 손가락에 난 물사마귀였고 하나는 왼쪽 팔뚝에 난 사마귀였고 나머지 네 개는 발바닥에 난 사마귀인지 티눈인지 모를 사마귀였다 샤워를 할 때마다 나는 물에 불은 사마귀를 가닥가닥 헤쳐서 가만 들여다보곤 했는데 나는 그것이 나를 닮았다고 생각했다 힘없이 헤쳐지는 것. 징그러운 것. 무용하고 악한 것. 이 사마귀들도 나를 닮아 유약하고 열등한지 모르지 나는 사마귀를 자꾸 잡아당겼다 그러다가 내가 고등학교 일학년이 되던 삼월 칠 일에 사마귀들이 전부 사라졌다 어제까지만 해도 내 껍질에 기생하던 것들이 하룻 밤에 사라진 것, 기이하지 않니, 사마귀들도 저들의 열등과 혐오를 견디다가 견디다가 결국 집단자살했는지도 모른다 ​ 사마귀도 틀렸다 더 무용한 단어를 떠올려보자 이를테면 ​ 사과. 우리 사과에 대해 얘기해 보기로 하자 내 옛 애인은 사과를 싫어했다 아니 사과를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떫은 사과 껍질이 싫다고 했다 나는 떫은 것이 사과가 아니라 농약이라고 말했다 농약에 혀가 마비되어 떫은맛이 나는 거라고, 그러면 그는 나를 큰 키로 내려다보았다 너는 근거 없는 말을 자꾸 나불 거리는 것이 문제다 입만 열면 자꾸 이런 농약이니 가부장제니 신이니 무의식이니 그런 허무맹랑한 말을 하잖니 근거 없는 말을 하고 아무것도 모르면서 신념에 가득 차 있는 어린 여자들, 그러니까 너 같은 것들이 사회의 악이다 그래도 너는 나은 편이지 내가 가르쳐 주면 고분고분 알아들으니까 나보다 열세 살 많던 옛 애인은 내 목을 조르면서 입에 제 혀를 집어

  • 2020-03-21
본능을억압한다는것은삶자체를부정하는일이라생각지는않습니까?*

나는 어둡고 눅눅한 곳에 있어. 고개를 꺾어서 올려다보면 작은 맨홀로 비치는 빛이 있다. 맨홀은 자신의 지름을 어기적 늘리고 있어. 이것은 얕은 꿈인지도 몰라. 어둑한 곳에서 더 어둑한 곳으로 가기 위해. 나는 공기를 마시고. 내쉰다. 흐르는 날숨은 두 결로 갈라져서 목소리가 되지. 어제 원식이를 산책 시켰단다. 목소리가 내 귀를 움켜잡고 말한다. 원식이가 없었으면 어떻게 살았을지... 목소리는 갈라져서 두 개의 소리가 되고. 서연아 뒤 좀 돌아 봐봐. 목소리들은 목소리로써 분열하지. 서연아 내 손을 잡아 봐봐. 월요일 저녁은 샐러드 화요일 저녁은 파스타 수요일 저녁은 원식이. 오늘 날씨는 화씨 팔십육도. 그래서 오늘도 원식이를 산책 시켰단다. 한 목소리는 내 목구멍에 제 몸을 밀어넣고. 구강기 구강기 구강기 구강기. 프로이트 프로이트 프로이트 프로이트. 개독 개독 개독 개독. 한국인들은 정말 개를 먹어? 개를 먹어? 개를 먹어? 개를 먹어? 나는 음지의 바닷속으로 꺼진다. 의식의 밑바닥으로. 무의식의 표면으로. 태초의 선악들이 살아 숨쉬는 곳으로. 목소리들은 내 귓구멍을 잡아 죽 벌린다. 아까 실수로 넘어졌는데. (어제 원식이를 산책 시켰단다.) 팔을 잘못 디뎌서 손목이 끊어졌어. (서연아 내 말 좀 들어 봐봐.) 관절이 꺾여서 손목이 달랑거려. (구강기 구강기 구강기 구강기.) 그러나 아프지 않아. 달랑거리는 관절은 희끄무레해가는 영혼의 표식일 뿐이고. (목요일 저녁은 사골국. 금요일 저녁은 도가니. 토요일 저녁은 원식이.) 소생을 실패한 것들의 육엔 온통 흔들림뿐이야. 그들은 늘어진 내 귓구멍을 비집고 기어들어온다. 본능을억압한다는것은삶자체를부정하는일이라생각지는않습니까?* 그것들은 기어다닌 자리마다 끈덕한 점액질을 늘어뜨리고. 원식이는 아빠가 잘 보살필 거란다. 원식이가 없었으면 어떻게 살았을지... 내 두개골 아래에 자리를 잡는다. 뇌수를 뽑아먹고 자신의 살들을 채워 넣는다. 한국인들은 정말 원식이를 먹어? 원식이를 먹어? 원식이를 먹어? ​ ​ ​ ​​     ​ 태초같은 고요가 있다. ​ ​       ​ ​ 나는 어둡고 눅눅한 곳에 있어. 살덩이를 벗고 올려다보면 왜소한 진동사이로 비치는 생이 보여. 진동은 자신의 떨림을 어기적 증폭시키고 있다. 이것은 얕은 삶인지도 몰라. 나는 바닷속에서 목소리를 비틀고 진동들을 손톱으로 내려찍지. 음지에서 더 낮은 음지로 가기 위해. 나는 진동을 삼키고 떨림을 내뱉지. 육신의 관절들이 하나씩 끊어지는 소리가 들려. 진동에 융털이 흔들리다가 목소리가 흔들리다가 끊어진 관절들이 흔들린다. 두 손목이 프로펠러처럼 돌아간다. 이건 산 사람 같지 않은데. 그럼? 난 이미 오래전에 죽었는지도 몰라. 악! 악! 악!지르는 내 목소리를 듣고 눈을 뜬다. 4시 10분이다. 시계 초침이 빙빙 돌아가고 있다.   *박경리- 토지 中

  • 2020-03-12
(나는 어렸을 적 엄마를 마귀라고 불렀어요 그리고 나는 엄마를 아주 많이 닮아 있습니다)

1⁣ 현관에 인기척이 들리면 나는 이불 속으로 기어들어가 죽은 척을 했다. ⁣ ⁣ 엄마가 나를 봐주기를, 죽은 나를 보고 아이처럼 소리 내어 울어주기를, ⁣ 영영 나를 잊지 못하고 아파하기를, ⁣ 견딜 수 없이 비통해하기를 바랐다⁣ ⁣ 그러나 늦게 돌아오는 엄마⁣는 화장실 지나치듯 널브러진 내 몸을 지나  안방으로 들어가고 ⁣ 거실에 남은 나는 비스듬히 누워 죽은 듯이 숨 쉰다⁣ 쌔액쌔액⁣ ⁣ ⁣ 2⁣ 무수한 밤을 나는 시체 놀이로 채운다 그러나⁣ 엄마는 여전히 죽은체하는 나를 들여다보지 않고   나는 실눈을 뜨고 그녀의 너울거리는 뒷모습을 본다⁣ 안방 문이 닫힌다⁣ ⁣ 달칵⁣ ⁣ 나는 죽은 듯 늘어진다 ⁣⁣ ⁣ 3⁣ 현관문에 인기척이 들리면 나는 끈덕한 점액질을 늘어뜨리며 기어간다 스윽스윽⁣ ⁣ 이불 아래에 자리를 잡고⁣ 나는 기꺼이 시체가 된다⁣ ⁣ 엄마는 욕지기를 하며 내 점액질을 닦다가 쇼파에 쓰러져 있는 나를 본다 엉성하게 죽은 나를 멀거니 쳐다본다⁣ ⁣ 그녀는 나를⁣ 오래오래 ⁣ ⁣ ⁣ 4 바라본다⁣ 내 곁에 가만히 서서 ⁣나를 본다 아무말 하지 않는다   엄마는 거대한 그늘을 늘어뜨린다⁣ 그 회색 지대 아래서⁣ 내 영혼의 테두리는 투명해졌다가, 선명해졌다가, 희석된다   그녀는⁣  허벅다리를 마룻바닥에 박아넣고 쑥쑥 자라서 거대한 장승이 된다⁣ 몸을 비틀고, 까 뒤집으며 몸을 늘린다⁣ 흰자위 가득한 눈을 내리깔아 나를 굽어보시는 엄마⁣ 그녀는 축축한 입을 넓게 벌리고 삐죽인다⁣   — 나는 모성을 생각하면 숨이 막혀서 숨을 쉴수가 없단다 몇분간 읊조리다가 입술을 닫는다⁣   ⁣ 5⁣ 나는 내 피부 위로 희미한 나이테를 한 겹 더 두른다⁣ 늘어지는 나이테 속 각인된 온갖 역동들⁣ ​ (나는 어렸을 적 엄마를 마귀라고 불렀어요 그리고 나는 엄마를 아주 많이 닮아 있습니다) ⁣ 불현듯 이 모든 것은 놀이가 아니게 된다⁣ 나는 시체놀이를, 시체놀이를 하다가 시체가 되고 만다 ⁣ 엄마는 몸을 돌려 황급히 방으로 돌아간다   ⁣ 6⁣ 현관에 인기척이 들리면 나는 마중나가 살아있는 척을 한다⁣ 엄마를 맞으며 유난스레 큰 숨을 들이쉰다⁣ 쌔액쌔액 ⁣

  • 2020-01-22

댓글 남기기

로그인후 댓글을 남기실 수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을 남겨 주세요!

댓글남기기 작성 가이드

  •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 비방 등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 주제와 관련 없거나 부적절한 홍보 내용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 기타 운영 정책에 어긋나는 내용이 포함될 경우, 사전 고지 없이 노출 제한될 수 있습니다.
0 /1500
  • 이병국

    안녕하세요, 작은이빨님. 재미있는 시를 올리셨네요. 내용과 형식에서 누군가를 떠올릴만한 기시감이 있긴 한데요. 잘 읽었습니다. 조금 아쉬운 점만 이야기할게요. 전 경희가 죽으려고 하는 원인이 한 행 정도로라도 제시되었으면 어떨까 싶어요. 뭐 원인 없는 경우도 있겠지만 이 긴 시를 붙잡고 갈 만한 것이 있었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입니다. 그리고 경희의 말이 너무 많은 건 아닐까 싶기도 했어요. 많은 말들이 결국 이 시를 시인의 방향대로만 읽도록 끌려가는 기분도 들었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시가 뒤로 갈수록 설명적 진술의 과잉이 되는 것은 아닐까 의문도 들고요. 덧붙여 ‘구원’의 문제도. 교회가 나오면서 진부한 갈등으로 변해버린 느낌이었습니다. 이와 유사한 영화들도 몇 편 생각나고요. 그래서 전 이 시를 1. 2. 3. 4. 로 챕터를 나누어서 다루면 어떨까 제안해봅니다. 구원 문제도 한 쪽에 묶을 수 있고 경희의 대사도 묶을 수 있을 테니까요. 그리고 중반 이후로 사라진 ‘언니’도 붙잡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 2019-07-25 16:29:38
    이병국
    0 /1500
    • 0 /1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