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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의 침범

  • 작성자 黎明
  • 작성일 2020-08-07
  • 조회수 308

적막이 흐르는 내 방안에

왜일까, 소리가 문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것은.

아니, 어떠한 노크도 없이 벌컥

억눌려있는 공기들 사이로 침범해 온다

나의 마음을 직면하지도 못한 채

내 귀에 꽂히는 소리들에 숨이 막힌다

청소기를 돌리는 소리, 개가 짖는 소리, 사각사각, 위잉위잉

비명의 단말마가 내  가슴에 상흔을 남기고 가는 것 처럼.

벌컥, 문을 열고 들어온 소리는

예민해져 있는 내가 즐거운지

들어와서는 나가지를 않는다.

아니면, 나의 숨을 졸라매는 끈이 되어

나의 생명을 앗아가기 위해서인지는 몰라도.

黎明
黎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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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黎明
  • 2023-01-13
캔들

캔들 눈이 오는 창밖, 추운 겨울 이곳에 서서 멍하니 바라만보다 캔들을 켠다 빛이 내 작은 방을 채운다 조그만 하얀색 캔들이 녹아내린다 향기를 은은히 내뿜는다 생각해보면 나의 가장 찬란한 때 닫아버린 마음 속 어떤 기대도 하지 않고 어떤 꿈도 열정도 사라졌지만 추위 속 한 줌의 따스함을 원했고 교과서와 문제집의 냄새가 아닌 다른 것이 채워지길 원했고 그래, 단 한번은 채워지고 싶어 단단히 굳어 녹아 흘러야 했던 건 내 마음이었던 것이지 추위에 딱딱하게 굳었던 내가 녹는다 은은한 향기에 눈물이 흘러내린다 캔들은 내가 되어 빛도 되고 향도 된다 밖은 눈이 오고 나는 따뜻해진다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는 굳겠지만 굳세어지도록 사는 게 인생이려니 다시금 타오른다

  • 黎明
  • 2022-11-11
희생은 더 이상 희생이 아니게 되어

너의 용기는 우리 모두를 결의에 차게 한다 서러움으로 가득 찬 세상 속 너의 이글거리는 눈빛을 본다 군홧발에 밟혀 스러져가는 너를 보며 누군가는 웃고 누군가는 증오하고 누군가는 그저 관찰한다   그러나,너는 살아있다 눈을 시퍼렇게 뜨며 노란 웃음을 짓는다   살아남자, 살아가자 꼭 살아서 우리 집으로 돌아가자 스튜를 끓이자 살아가자 나는 그런 너를 마음다해 응원한다   비록 아무도 돕지 않아도 네가 질 것이 분명하고 더 이상 가망없이 두려움에 직면해 말이 없을 때 조차도 너의 작은 소리는 전세계를 움직일 것이다   나는 간절히 바란다 절망 속에서 피어난 꽃, 멈추지 않고 타오르는 너 그런 너의 희생이 헛되지 않기를 빈다 네가 그것들을 이루었기에 너의 후손도 그 뒤를 따르며 스러져 갈것이지만 모두가 그저 너를 전쟁 속 희생자 1로 기억할지라도 내가 너를 기억할 것이다 그 기억속 당신이 다시 세상을 뒤흔들 때까지 너는 죽지 않는다

  • 黎明
  • 2022-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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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병국

    안녕하세요, 한리타님. 또 뵙습니다. 시 잘 읽었어요. 적막한 가운데 일상적인 소리가 침범해 화자의 가슴에 비명처럼 인식이 되는 것 같네요. 그만큼 화자의 상황이 불안정한 것이겠지요. 그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느낄 만한 심리적 상황은 공감이 되네요. 하지만 아쉬운 점은 시가 너무 설명적이라는 부분입니다. 진술로 상황과 상태, 정서를 다 설명해주니까 독자인 저는 시에 개입하여 상상할 여지가 전혀 없네요. 어디까지 보여주고 어디까지 감춰야 하는지 좀 더 고민했으면 좋겠어요. 묻고 대답하는 형식도 다른 방법을 찾아보면 좋을 것 같고요.

    • 2020-08-09 23:45:51
    이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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