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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경상

  • 작성자 GLOBE
  • 작성일 2021-05-19
  • 조회수 153

요즘은 잡지 속 헐벗은 그녀의 모습 속에서도 진실은 찾을 수 없어요.

인터넷으로 검색한 관광 명소는 고작 1시간의 눈요기일뿐이고요.

나는 아파트 단지 구석의 가장 구석진 곳에서, 자주 비를 기다려요.

가우디의 건축물도, 그랜드 캐니언의 웅장함도,  이세신궁의 고적함도 아니에요.

단지 아파트 외각 누군가의 담배 꽁초를 보며 생각하는거에요.

비라도 내려서, 담배 꽁초 꼭지의 그 실낱같은 불꽃을 짓밟았으면 하고요.

처절하게 소리치지도 못하겠죠. 그렇게 꺼져 버리겠죠.

그랬으면, 그래버렸으면 하고 바라는데.

 

아무리 그래도 부모님 앞에서 자살 이야기를 하다니,

마냥 유쾌하게 넘어가는 주제는 아닌가봐요.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서 밧줄을 숨겨야겠어요.

튼튼한 것을 골라 자랑하려던 계획이 틀어졌어요.

 

빛이 밝은 이유는 아무도 모르겠죠.

아무도 모르지만, 빛을 향해 달려나가겠죠.

여름 밤, 나방들의 시체가 소복히 그물에 쌓이면,

금새 잊혀져버릴텐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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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5-22 05:14:25
    최백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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