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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 작성자 화자
  • 작성일 2023-08-06
  • 조회수 452

신동엽은 죽었다


껍데기만 남았다

너는 두가슴이 없어 

아사달이 되지 못했고

타는 목마름을 지닌 

아사녀는 없으니

초례청은 찾아서 무엇하나

구석져 몰린 곳 아니고서야

너는 결코 중립에서 

아사녀와 맞절을 할수없느노 


김춘수는 죽었다


네 놈은 이제 홀애비다

애미없이 자식만 있는 홀애비다

나무가 되지 못해 총으로 남은 

너의 근이 하찮다

네놈의 고향이 끝 없는 들인줄은 알았건만

네놈의 집이 총만 흔들어댈 

변기통일줄은 몰랐다 


김수영이 죽었다 


아, 이제 이 땅의 존재마저 지우려하는 네놈

이만 살아라

내리지 않는 눈 보기를 멈추고

너 자신도 잊어버린 채 

하루 하루를 죽은 채로 

온 몸으로 미루기를 망각한 채

껍데기 겉치레 우아히 걸쳐매어

아름다히 썩어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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